아빠는 이것밖에 줄 것이 없다.
언론에 보면 소위 잘 나가는 엄마, 아빠 찬스를 이용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들이 많다. 고등학교 학생이 논문의 저자로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남들은 빌리기 어려운 대학교 실험실에 수시로 드나들고, 과도한 스펙을 만들어 여러 가지 특혜도 누렸다는 내용이다.
물론 앞으로도 시간과 체력이 허락된다면 꾸준히 활동을 해 보려고 한다. 따로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이 기록들 하나하나가 모여 내 인생 일기가 될 테니까... "내가 말이야, 왕년에는..." 이런 말을 너무 많이 하면 분명 '꼰대'라고 할 테니 그냥 몸으로 뛰며 새긴 기록의 양으로 승부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이런 자질구레한 유물보다는 현찰이나 부동산이 훨씬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내 기록을 보며 마치 아빠는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 같은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이다.
주한미군에 근무한다고 하면 늘 듣는 말이 있다. "와, 아이들 영어 하나는 문제없겠네요."라거나 "부대 안에 있는 외국인 학교에 다닐 수 있나요?" 혹은 "부대 안에서 영어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어서 좋겠네요." 등등...
미군기지라는 것을 최대한 이용한 아빠 찬스가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들을 해 온다. 하지만 모두 내가 해 줄 수 없는 것들이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아빠가 줄 수 있는 거라곤 이것밖에 없다. 나머지는 너희가 살아가면서 채우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