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알갱이가 박힌 커플링을 끼워주면.
몇 달치 생활비와 맞먹는 핸드백을 안겨주면.
그건 바로 상대가 날 좋아한다는 뜻, 그게 바로 사랑이다.
드라마에서 그랬고,
유튜브에서도 그런 거라 했으며,
엄마 친구들도 그런 거라니까.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발 끈이 풀린 줄도 모르고 걷고 있었나 보다.
나란히 걷던 녀석이 멈춰서는 말릴 새도 없이 쪼그리고 앉아
풀어진 신발끈을 묶어주는 것이 아닌가.
어찌해야 할 줄 모르겠어서 뻘쭘히 서서는 공연하게 녀석의 머리 꽁지께를 내려다보는데.
설핏 보이는 뺨과 귓볼에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은 것이 보였다. 아이 맹키로.
호기심이 동하여 고개를 조금 더 숙여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흐릿하지만 무언가가 분명히 쓰여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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