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하는 목욕탕 마니아 모친과 오랜만에 동네 목욕탕을 찾은 날이었다.
뜨끈뜨끈한 탕 속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온탕에서 나오려 애쓰는 꼬마와 그걸 막는 젊은 엄마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와 나. 그러던 중 문득 엄마가 입을 여셨다.
딸. 너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말이지.
있잖아 한 번은 탕에 혼자 앉아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온탕 이랑 집 이랑 되게 닮았구나 싶은.
자식들 말이야 어릴 적엔 온탕에 들어갔다만 하면 잠시도 못 참고
뛰나가기 바쁘잖아. 잡혀서 들어오면 이내 또 뛰나가고.
그런데 욘석들 나이 좀 먹었다고 이제는 으슬으슬할 때마다 온탕에 담그러 가재요.
오히려 먼저 가자고 성화예요.
집도 그래.
어릴 땐 그렇게 집에 붙어있질 않아. 간만에 밥이라도 같이 먹을라치면
밥만 겨우 먹고 쪼르르 나가버리고 겨우 붙잡아놓으면 온갖 핑계로 또 나가려고만 하고.
그러더니 어느새 쑥 커서는 일하다 쿵. 연애하다 찍.
이리저리 치이고 생채기 나고 맘이 으슬거리니까, 집이 최고라며 꾸역꾸역 찾아와요.
집밥 달라하고 엄마 아빠밖에 없다고 생전 않던 닭살 소리도 막 하고 말야...
태어날 때는 원래 몸과 마음이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채워져 있거든.
어릴 때는 그 고마움을 모르다가. 크면서 안에 있던 따뜻함을 다 쓰고 나니까. 이제 깨닫나 봐.
따뜻하다 는 것이 참 좋은 거구나 하는 걸.
훌륭하고 멋진 사람은 못되더라고 따뜻한 사람이 되면,
주에 한번 목욕탕 찾듯 곁에 두고 자주 보고픈 사람은 되는 거 같더라. 살아보니까.
그러니까 딸.
따듯하게 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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