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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의 마음으로

김하종 신부와 아마존 CEO의 한 마디

“나는 매일 아침 새로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 -
"DAY 1 : 창업했던 첫날처럼"
-아마존 닷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


# 아마존 사장님의 DAY1

그 남자가 날 알 리 없지만 그를 알게 된 건, 몇 번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다른 데서는 팔지 않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남편 친구가 여기에 물건을 올리는 '투잡'을 시작한 덕에 한동안 자주 들어가 보았더랬다. 뭐였더라. 정말 사소하고 사소한 벨 크롭 테이프. 이처럼 아마존은 누구나 물건을 올릴 수 있고 잘만 터지면 큰 수입이 된다고 했지. 그의 바람대로 되려면 이 벨 크롭을 얼마나 팔아야 '부~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첫발을 디딘 곳은 아마존이고 내가 알게 된 그 남자는 아마존닷컴의 창립자인 제프 베이조스. 얼마 전 이 엄청난 이 부자가 거대 공룡기업을 떠나면서 이 말을 남겼단다. 바로, "DAY 1". 그는 이 제목으로 책도 썼다. 작은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아마존이라는 공룡 기업으로 키우면서 18년 동안 고집한 정신은 "DAY 1 : 창업했던 첫날처럼"이라고 하더니 떠날 때도 이거 하나를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나 뭐라나.



# 노숙인 배식소, 저지선이 무너졌어요

지난겨울 친구 따라 안나의 집으로 노숙인 배식 봉사를 하러 간 날. 영하 15도였다. 실내에서 2시간 도시락 포장을 마치고 배식을 나간 주차장에는 이 추운 날에도 몇 시간 전부터 노숙인 분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배식이 시작된 건 오후 3시. 차례로 1개씩 받아 가고 있는데 10여 분 지났을까. 맨 앞줄의 저지선이 무너졌다. 금세 긴 줄은 사라지고 서로 먼저 받겠다고 난리법석. "뒤로 가세요. 줄 서세요." 봉사자들이 힘껏 외쳐도 소용이 없다. 서로 밀치고 밀리고 어쩔 줄 몰라하던 그때. “오늘은 밥 안 줄 꺼야!” 어디선가 홍길동처럼 나타난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님의 등장. 이탈리아 신부님이 외국인 억양이 섞인 한국말로 화를 내고 나서야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날의 배식은 거꾸로 '꼴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게 전쟁 같은 배식이 끝난 후, 신부님은 너무 속상해하셨다. “우리 친구들이 원래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정말 마음이 아파요”


# 30년 노숙인의 친구 김하종 신부의 비결은

사건의 시작은 여기 규칙을 모르는 신참들이 줄을 무시하고 먼저 받으려다 벌어진 일이다. 많은 사람이 엉키면 다치거나 사고가 날까 봐 단호하게 처리했노라고. 전날도 노숙자끼리 싸워 경찰차가 왔기에 더 엄격하게 했다고 하신다. 노숙자들을 위한 배식소이지만, 조금만 서운하면 욕하고 어깃장 놓고 서로 싸워서 경찰차나 앰뷸런스 드나들기가 일쑤인 현장. 온갖 정성을 다해도 가끔씩 험한 꼴을 당하고 신부님 맘도 몰라주는 일을 겪을 때마다 배신감도 들고 무기력해지지 않는지 조용히 물었다. “엄마는 어때요? 자식이 내 맘대로 안 해도 밥줄 생각하죠. 다른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내 친구들 밥부터 먹여야 해요”. 30년을 한결같이 음식을 나눠주는 일부터 인사하고 마지막 청소까지 현장을 직접 지켜온 신부님. 30년 전, 한국에 처음 온 그날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똑같은 마음으로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 물었다.

“나는 매일 아침 새로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답은 너무 단순했다. 신부님만의 DAY 1의 정신! 매일 아침을 맞을 때마다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었단다.


# 나의 DAY1이 미래로 데려다주겠지

경영인의 DAY 1, 종교인의 DAY 1. 자본의 끝을 달리는 경영인과 청빈의 길을 걸어가는 종교인이 수십 년 동안 한 길을 걷게 한 비결은 공통적으로 DAY 1이라니. 만난 적도 없고 추구하는 가치도 극과 극인 두 사람은 어떻게 같은 마음이었을까. 놀랍다. 어떤 사건이 생겨도 포기하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금껏 이들을 지킨 것은 첫날이라고 생각하는 '첫 마음'이었단다. 너무 단순하고 뻔한 건가! 하다가, 나는 그런 첫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본다. 있다. 매일 내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해이해지지 않도록 매일 노트북을 열 고 내가 좋아한 기형도 시인의 <10월>을 외워 적으며 매일 쓰기를 하자는 마음을 다진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다리 수술 후, 몸 살리기를 한답시고 4Km씩 걷기를 한 일도 3달 만에 고꾸라졌다. 그보다는 답도 없는 미래를 걱정의 걱정의 걱정을 한 시간이 더 길다. 그보다 나의 DAY 1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는 건 아닌지. 나의 DAY 1이 결국 나의 미래로 데려다주지 않을까. 아, 나의 첫 마음을 위해 그냥 '처음처럼'이라도 한 잔 마실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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