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찾아 헤맨 그림책 두 권은 찰스 키핑의 《조지프의 마당》과 윌리엄 스타이그의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이었다. 두 그림책 다 절판되어서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도서관에서도 소장하고 있는 곳이 드물었다. 찰스 키핑의 《조지프의 마당》은 일본에 있을 때부터 좋아하던 그림책으로 영어판은 갖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번역판이 없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은 그림책 공부 모임 때 멤버가 추천한 그림책으로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찰스 키핑의 《조지프의 마당》의 경우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22곳 중에서 다섯 군데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었다. 다행이 자주 이용하는 남산도서관에 있어서 문제 될 것 없었다.
문제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이었다. 남산도서관에도 용산도서관에도 정독도서관에도 없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중 우리말로 번역된 그림책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은 단 두 곳뿐이었다. 두 곳 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고도 먼 도서관이었다. 거리가 무슨 대수랴, 그림책이 있다는데.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은 독서코칭을 하러 가는 분당에 있는 작은 도서관도 소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학이라서 가지 않고 있다. 제 날짜에 반납을 못 해도 미리 빌려둘 걸 그랬나. 하지만 반납 날짜가 신경 쓰여 빌리질 못 했다. 그래도 작은 도서관까지야 기꺼이 빌리러 가지.
가장 최근에 회원증을 만든 우리 동네 수목원 안에 생긴 도서관에 들러 검색을 해보았더니 이곳에는 없었지만 상호대차가 가능한 다른 도서관 두 군데에 그림책이 있었다. 지도로 살펴보았더니 한 군데가 우리 동네 바로 옆 동네였다. 신기하게도 이 귀한 그림책이 내가 사는 바로 옆 동네 도서관에 있었다. 옆 마을이어도 이쪽 방향으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고 굳이 가볼 생각도 안 했다.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전철로 한 시간 반이 넘는 저 먼 곳까지라도 가려했던 참이라, 나는 이 도서관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옆 동네 작은 도서관을 다녀왔다.
전철로는 한 역으로 우리 집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다. 내가 일본에서 체험한 작은 마을 도서관처럼 동사무소 안에 도서관이 있었다. 초행길이라 조금 헤맸지만 다녀오길 잘했다. 자원봉사하시는 분들로 운영되고 있었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0시부터 5시까지만 운영하고 있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어린이 서가와 책 읽을 공간, 신간코너,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개방된 열람실 등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도서관에는 어린아이부터 중고등학생, 젊은 여성분들, 중년의 여성, 초로의 어르신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이곳이 다른 커다란 공공 도서관에도 없는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티프키 두프키의 아주 멋진 날》을 소장하고 있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선생님께서 직접 찾아서 건네준 그림책은 2005년에 번역된 초판본으로 페이지를 눌러 펼쳐본 흔적도 없이 새것처럼 빳빳했다. 이 귀한 책이, 애타게 찾아 헤매고 헤매 드디어 발견한 이 그림책이, 사서 선생님이 꺼내기 전까지 그 누구의 손도 타지 않고 바로 옆 동네 동사무소 안 작은 도서관 서가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가슴에 와닿았다. 그나저나 등잔 밑이 어둡다고 멀리 있는 도서관만 바라보다가 바로 옆 동네 도서관을 지척에 두고 지나칠 뻔 했다.
옆 동네이기는 하지만 이 그림책이 아니었다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40분을 걸어서 내가 이 방향까지 올리 만무하다. 그림책 덕분에 옆 동네를 다 가보았다. 사람들이 움직이고 마을이 움직이고 있었다. 새로운 기운을 전신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절판된 그림책을 찾아 나선 길에서 새로운 길, 새로운 마을, 새로운 도서관을 알았다. 같은 나라, 같은 구 사람들이었지만 마치 다른 나라 전혀 다른 지역 사람들처럼 신선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