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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04. 2020

난 달라, 그게 문제가 되니?

인터뷰 스물다섯

2016년 4월 15일


“향이 짙은 꽃을 좋아해요.
오월의 라일락이나 아카시아를 좋아하죠.”


스물다섯님은 오십 대의 공무원입니다. 고등학교에서 과학행정일을 담당하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학행정일이라는 것 자체가 논리적이고 정량에 맞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더니. 일부 맞는 말이라고 하셨어요. 논리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데요. 문제는 자신이 매우 감성적이라 일과 잘 맞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일이 벅차다고 하네요. 자신이 남들과 다른 것 같아 힘들데요.

또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예전엔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왔데요. 왜냐하면 자신이 남들과 다른 것이 잘못 인 것 같아서.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는데 행복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이젠 자신의 기준으로 살아갈 거라고 했어요. 가야금도 배우고, 노래도 하고, 미술도 배우고, 글쓰기도 배우고, 여행도 하며 살고 싶데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일은 사회라는 기성복에 자신을 잘 맞추는 일입니다. 그건 몹시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기성복이 자기에게 맞춘 듯 꼭 맞으면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그 옷이 자신과 맞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생기는 거죠. 처음에 느끼는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느낌은 나중에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스물다섯님이 입고 계신 옷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인 것 같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죠. 입고 있는 옷을 벗고 자신에게 맞는 다른 옷을 선택하거나, 아님 그 옷을 내 몸에 맞게 고쳐 입거나. 하지만 압니다. 사회적 틀로 맞춰진 기성복을 내 몸에 맞추기는 힘들다는 걸. 그렇다고 그 옷을 벗어던질 수도 없고. 참 힘드네요. 하지만 스물다섯님이 잘 버텨낼 거라는 것도 알아요. 지금껏 그 힘든 일을 버텨냈으니까요.


스물다섯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는 7이라고 합니다. 행운의 숫자 7이라서 좋데요. 7이 행운을 가져다준 적은 없지만 행복을 구하는 마음에서 7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부디 스물다섯님에게 행복이 가득하길 다시 한번 빌어봅니다.

좋아하는 색깔은 빨간색을 좋아한데요. 강하고 뚜렷하고 활기차서 좋데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자신과 닮은 색이냐고. 스물다섯님이 잠시 고민을 하시더니 닮으려고 노력한다고 하세요. 그러면서 자신과 닮은 색은 분홍색이라고 하셨어요. 빨간색처럼 튀거나 강하지는 않지만 감성적으로 풍부한 느낌이라 닮으셨데요. 분홍색이 감성적으로 풍부한 느낌이라고 표현하다니 확실히 과학행정일만 하시기엔 아까운 분 같았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안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그만큼 자기 성찰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좋아하는 음식은 굴국밥이래요. 처음으로 음식의 맛을 알게 해 주었데요. 아마도 평소 맛으로 먹기보다는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먹었던 거 아닐까 조심스래 유추해봅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밥은 생존의 도구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맛을 느끼는 순간 달라졌어요.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자각의 도구가 되었죠. 내 몸의 감각을 깨우는 것. 그것이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고, 자기 성찰을 위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때문에 스물다섯님에게 굴국밥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동물은 없데요. 네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좋아하는 식물을 꽃인데. 특히 향기 진한 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5월의 아카시아도 좋지만 특히 라일락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향기가 좋아서. 꽃 이야기를 하실 때 유독 스물다섯님의 눈이 빛났습니다. 찾았습니다. 스물다섯님의 찐 모습.


스물다섯님의 모습이 그려지나요? 제가 스물다섯님에게서 찾은 키워드는 분홍, 라일락이었습니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것이 잘못인 것 같아 남들 기준에 따라 살아온 것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씀하신 것. 이제는 자신의 기준을 따라 살겠다는 것. 이를 초점으로 글초상화를 써드렸습니다.


타자기가 오작동을 해서 행이 들쑥날쑥합니다. 이것 역시 글초상화만이 갖고 있는 즉흥성의 특징이라 고치지 않고 양해를 구하고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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