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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06. 2020

슈만의 피아노곡처럼

인터뷰 스물여섯

2017년 4월 15일


“피아노를 쳐요. 슈만을 가장 좋아해요.
정신적으로 저와 가장 비슷한 거 같아서요.”


스물여섯님은 40대의 피아니스트입니다. 피아니스트를 인터뷰한 건 처음이라 긴장되고 설레더라고요. 제가 근접할 수 없는 가장 미스터리한 분야가 있다면 그건 음악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음악은 제 이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음악은 뭐랄까.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용암이 언제 끓어오를지 전혀 알 수 없는 화산 같은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내심 기대되었습니다.

바흐, 쇼팽, 슈베르트를 치셨데요. 클래식을 전공하신 분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슈만을 가장 좋아한데요. 정신적으로 가장 비슷한 거 같아서 좋다고 하셨어요. 어떤 점이 가장 비슷한 것 같나요?라고 물었더니 굉장히 낭만적인 부분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낭만을 찾아보았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감정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심리적 상태. 또는 그런 심리 상태로 인한 감미로운 분위기.'입니다.

짧은 단발머리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스물여섯님은 날카롭고 지적인 인상이었습니다. 그런 분이 자신을 낭만적이라고 표현하는 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쉽게 말을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가운 도시 여자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더 물어보았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삶이 상상이 안 된다. 피아노를 치는 순간 어떤 느낌이냐고. 그제야 얼굴이 환하게 펴집니다. 피아노를 치는 순간이 가장 즐겁데요. 정신적으로 가장 충만한 시간이래요. 그 순간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는 스물여섯님의 모습이 상상이 되었습니다. 이성이 아닌 감성에 몸을 맡긴 채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치는 스물여섯님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얼마나 피아노를 좋아하는지, 얼마나 자신의 일을 즐기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왜 자신을 슈만과 가장 닮았다고 하는지도 알 것 같았어요.


스물여섯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는 7이래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좋아한데요. 좋아하는 색깔은 보라색인데. 창조적이고 예술적이라 좋아한데요. 좋아하는 음식을 과일이래요. 과일 중에서도 오렌지를 좋아하는 새콤달콤해서 좋다고 해요. 좋아하는 동물은 강아지. 귀엽고 편안해서 좋아한데요. 좋아하는 식물은 꽃인데. 꽃 중에서도 장미를 가장 좋아한데요. 예쁘고, 탐스럽고, 우아해서 좋다고 하네요.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물었더니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여유로웠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공통의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행여 음악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인터뷰가 잘 끝났습니다. 스물여섯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인터뷰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물여섯님은 피아노 이야기를 제외하곤 모든 질문에 단답형으로 답하셨어요. 피아노 이야기 외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글초상화를 쓰는데 조금 어려웠습니다.

제가 음악에 대해 조회가 깊었으면 슈만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공감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을 텐데. 저는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적고, 스물여섯님은 음악 외에는 관심이 적으니 조금은 힘든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하여 저는 스물여섯님의 진짜 모습을 피아노에서 찾되, 그분이 사용한 언어를 적재적소에 넣기로 했습니다. 또 겉으로 보이는 차가운 모습과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의 차이에 포인트를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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