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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 Dec 02. 2020

희망을 심는 미스 럼피우스

인터넷 스물셋

2016년 12월 15일


“사람들이 숫자가 아닌 색에 관심을 돌리면 분명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거예요.”


스물셋님은 마흔 후반의 주부입니다. 책을 좋아해 독서모임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독서 모임에 오셨다고 해요.  


스물셋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없데요. 숫자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숫자를 싫어한다고 했어요. 보통 숫자에 관심이 없거나 숫자를 싫어하더라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숫자를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스물셋님은 단호하게 숫자에 관심이 없데요. 아니 마트에서 계산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스물셋님만의 독특한 냄새가 났습니다. 평범한 인상 이면에 남들과 다른 세계에서 사는 분.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고 계신지 궁금해 다음 질문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색깔을 물으니 푸른색 계통으로 초록이나 파란색을 좋아한데요. 그중에서도 보라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해요. 예뻐서 좋데요. 그리고 보라색 하면 꽃이 생각난다고 해요. 그러더니 불쑥, 조금은 갑작스럽게 '꽃씨 뿌리는 미스 럼피우스'를 아냐고 묻더라고요. 실존 인물에 대해 묻는 줄 알았어요. 당연히 모른다고 했죠.

그랬더니 최근에 본 책이라며 척박한 땅에 꽃씨를 뿌리는 사람 이야기래요. 그 사람이 미스 럼피우스인데, 모든 사람들이 말렸데요. 그런 척박한 땅에 꽃씨를 뿌려도 꽃이 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 럼피우스는 꽃씨를 뿌렸고 결국 풀 하나 자라지 않던 땅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거죠. 꽃이 피기 시작하며 사람들도 활기를 찾았다는 이야기래요. 이야기하는 내내 스물셋님 얼굴이 꽃이 폈습니다. 그리고.

"꽃이 핀 땅을 상상해 보세요. 아름답죠? 사람들이 숫자가 아닌 색에 관심을 돌리면 분명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거예요. 실제로 미스 럼피우스는 꽃씨를 뿌린 게 아니라 희망을 뿌린 거예요. 지금은 희망이 없지만 언젠가를 발현이 되는 거죠. 저도 미스 럼피우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물셋님의 진짜 모습을 찾았습니다. 색을 입히는 건 화가들만의 일인 줄 알았는데, 스물셋님 덕분에 꽃으로도 색을 입힐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저에겐 스물셋님이 미스 럼피우스였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래요. 튀김 요리가 많은 중식을 좋아하는데, 반면 담백한 한식도 좋아하신데요. 특히 가정식이 좋데요. 좋아하는 동물은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현재 갈색 푸들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식물은 많은데, 천리향, 백리향, 튤립, 히아신스 등 향기 나는 꽃들을 좋아한다고 해요. 색과 꽃. 스물셋님이 미스 럼피우스 이야기를 좋아한 이유가 있네요. 기본적으로 스물셋님은 선하고 아름답고 긍정적인 분이십니다.

10년 후엔 어떤 모습일까요? 물었더니. 좀 더 여유롭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데요. 책모임 하며 사람들과 함께 서로 돕고 살고 있을 거라고. 이런. 지금까지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분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지금까진 여행을 다니고, 그림책을 만드는 등 뭔가 하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이 많으셨는데, 스물셋님은 자신의 내면에 대해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 점이 미스 럼피우스와 맥을 이었습니다.


스물셋님의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제가 잡은 키워드는 색, 꽃, 미스 럼피우스, 희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썼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세상 혼자인 것만 같은 고립감과 외로움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글초상화 프로젝트를 나가 사람들을 만나면 따듯함을 느낍니다.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스물셋님 같은 분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홀로 희망의 꽃씨를 뿌리고 계시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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