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앞에서
오늘 또 내 앞에는 처음 보는 외부의 물건이 놓인다.
나의 내면은 잔디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친구들과 점심을 고민하던 시간에 묶여있는데
외부는 계속 새로운 것을 내보이며 재촉한다
나의 손과 발은 멈추고
눈앞은 흐려지며
귀는 고요에 잠긴다
나의 기억만이 그 자리에 남아있으니
같은 시간에 흘러가던 것들이 엇나가기 시작하며
이 부조화는 내면에서 외면으로 뻗어나가니
나를 지나쳐 달려 나가는 외부의 것을 바라보며
점점 더 속도를 줄여나간다
천천히
내면과 외면의 속도가 맞춰질 수 있게끔
나와 외부가 이제 평행선을 달리지 못함을 깨닫고 나면
어쩐지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