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안 사이
Chapter2. 행복을 찾아서
2-3. 모든 것이 모순이다
"내 삶은 모순덩어리야."
30살이 되는 해,
다시는 회사를 다니지 않겠다던 내가
다시 회사를 들어가며 한 생각이다.
스피노자는 말했다.
"비극의 시작은 그것을 시작했다는 것이고, 행복의 시작 또한 그것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옳기를 바라고,
옳다고 믿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것은 완벽한 모순이다.
삶을 현실적으로 바라볼수록
나는 모든 것에 모순이 존재함을 부정하려는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행복과 맞닿아 있는 가장 큰 모순은
행복이 불안을 가져다준다는 것,
그리고 불안이 반복될수록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가 있으면 반드시 다른 하나가 따라오는 것.
즉, 행복 속에서 비극을 보고,
비극 속에서 행복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행복할 거야!"
"행복해지고 싶다!"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지만,
나는 매번 오늘을 무사히 마무리하지 못했다.
불편하게 잠든 어제가 오늘의 행복을 만들 수 없었고,
불편하게 퇴근한 회사의 다음 출근길이
편안할 리도 없었다.
마치 예쁜 옷을 입고 싶어하는 욕구와 같을지도 모른다.
예쁜 옷을 입으면,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기대하며 옷을 산다.
그러나 쉽게 변하는 체형 탓에
한번 산 옷을 꾸준히 예쁘게 입기 위해 나를 맞추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잘 관리된 몸 덕분에 큰 스트레스 없이
입고 싶은 옷을 입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맞지 않는 옷을
불편하게 걸쳐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삶도 마찬가지다.
변하지 않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담담하게 삶을 유지하는 사람,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나와 다른 모습을 만들어 가는 사람,
그리고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살아가는 사람.
"내게 맞는 옷이 있듯, 내게 맞는 인생도 있겠지."
삶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행복을 추구하면 할수록 불안해지고,
불안을 피하려 할수록 더 큰 불안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간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면서.
어쩌면 진정한 행복은
이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행복을 쫓는 대신,
불완전한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행복과 불안 사이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균형점일지도 모른다.
내가 행복과 불안 사이를 오가면서 깨달은게 있다면,
행복은 상황 속에 존재할 뿐인데,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행복을 찾으려 집착할수록,
내게 들러붙는 것은 불안뿐이었다는 것
이제는 알고있다.
행복과 불안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라는 걸.
한쪽만을 바라보려 하면 할수록
다른 쪽이 더 선명해진다는 것을.
그래서 난 둘 다를 온전히 바라보기로.
그것이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길이라고 믿으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모순 속에 진리가 있다. 모순이 없는 말을 불신하라."
— 버트런드 러셀
"삶이란 우리가 꿈꾸는 동안 스쳐가는 것이다. 깨어있는 순간을 살아라."
— 영화 《비포 선라이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