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과 신고로 못하는 일들

오히려 편해졌다.

by Aheajigi


"손들지도 않았는데 발표를 시켜서 아이가 충격을 받았단다."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


"잘못한 일을 반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혼을 내서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받았단다."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

그럼 따로 불러내서 혼을 내면 괜찮을까? "밀폐된 공간에서 혼을 내서 아이가 공포심이 들었단다." 정서적 학대 신고


"학폭을 일으킨 당사자 아이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서 강제적으로 진술을 유도했단다."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


"학원 숙제도 바쁜데 학교에서 자꾸 숙제를 내줘서 힘들단다." 교무실 민원


"잘 모르더라도 남겨서 지도하면 아이가 창피해하니까 그냥 집으로 보내란다." 교무실 민원


"다른 학생을 때리는 아이를 막으려 팔을 잡았다. 가해 아이가 팔이 아프단다." 신체적 아동 학대 산고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민원과 신고는 늘어만 간다. 하루하루 조용히 보낸 것에 감사하고 있으니...

숙제는 거의 내지 않으며 간혹 해오라 하는 것들도 확인하지 않는다.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 보이더라도 아이가 먼저 물어보기 전에는 절대 지도하지 않는다. 발표를 시켜도 손을 들어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니 교사인 내가 대강 말하고 흘려버린다. 학습내용을 지도는 하되 절대로 확인하지 않아야 민원도 신고도 없다. 생활지도는 손을 대는 순간 직을 걸어야 하니 가정에 문자로 통보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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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발치에서 학생들을 관찰할 뿐 다가서거나 개입하지 않는다. 제삼자 입장이 되니 하루하루 평온하긴 하다. 뭘 가르친 보람, 성장시키는 재미는 포기한 지 오래다.

민원과 신고로 못하는 일들은 늘어가건만 학부모들 요구는 많아진다. 어제 대면 면담 때 숙제를 내달란다. 민원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잘라 말했다. 아이가 자꾸 늦으니 혼내서 일찍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해달란다. 늦게 등교하는 것은 가정에서 할 일이고 생활지도는 안 한다고 분명 말씀드렸다고 거절했다. 자신들이 던진 민원과 신고가 자신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강력한 부매랑이 될 줄은 몰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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