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 공안검사

From 1919 to 2022

by 시드니


드디어 88 올림픽이 열렸다.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가 되었지만, 김대중과 김영삼은 서로 양보하지 않았고, 그 결과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노태우는 자랑스럽게 88 올림픽의 개최를 선언했다.


종기는 전역해서 88 올림픽을 집에서 볼 수 있었다. 지수는 올림픽 자원봉사자가 되어 올림픽 위원장만큼이나 바빴다. 세상이 모두 잔칫집 분위기였다. 거의 삼 년을 산골에서 보낸 종기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다.


종기의 작은아버지가 종기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종기는 검찰청이 처음이었다. 낯설었지만 부장검사가 된 작은아버지의 검사실은 널찍하고 조용했다. 사무실은 권위가 넘쳐흘렀다. 사무실에서는 시내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종기 너 제대하고도 아직까지 방황하고 있다며?”


종기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못했다.


“종기야! 어느 쪽이든 중간은 안된다. 중간은 그냥 죽는 거야. 기회가 없어!”

“그리고 우리는 그쪽은 아니야! 너희는 이쪽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세상 일이 마냥 그런 것은 아니다. 작은아버지는 너희들이 말하는 공안검사다. 하지만 난 지금껏 그쪽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든 원수가 지도록 하지 않았어. 그리고 스스로에게 비겁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야 종기야! 문제는 세상을 보는 눈이야.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 힘이지. 여기에는 그 두 가지가 다 있단다”

“종기야! 난 네가 나처럼 되라고 하는 게 아니야. 넌 너의 삶이 있겠지! 시작을 여기서 하라는 거다. 여기서 더 넓은 곳을 봐라. 여기는 너에게 그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야”


종기는 전역을 하고서도 방황했다. 지수에게 무엇이든 제대로 하겠다고는 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집에서는 사법고시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이라고 못 박았지만 종기는 군대에서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을 보고 너무나 부끄러웠다.


작은아버지를 만난 종기는 며칠 뒤 지수를 만났다.


“지수야! 너는 내가 뭐가 되면 좋겠니?”


지수는 종기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종기야. 난 솔직히 네가 무엇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하지만 내 할아버지와 부모님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드네. 무엇을 하던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주류가 돼! 넌 재주가 있으니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쫓기지 말고 쫓아 가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이번엔 종기가 지수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지수야! 너 내가 검사가 되면 결혼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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