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 간단한 계산

From 1919 to 2022

by 시드니


2007년 노무현은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 분단의 선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하나의 길이었지만 그 한걸음은 끝끝내 그다음 걸음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분단의 역사는 고단한 한반도의 시간 앞에서 늘 초조했다. 통일의 염원에 대한 남북한의 길은 서로 달랐고, 노무현은 같은 길을 찾으려 했지만, 그 한 걸음은 또 다른 아픈 역사가 된다.


태길은 노무현 정권이 계속되던 내내 허망한 꿈처럼 바빴다. 알게 모르게 군사분계선을 몇 번이나 넘으면서 태길은 이러다 정말 독일처럼 어느 날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태길은 그렇게 남북한의 경계를 넘을 때마다 지수의 생각을 떨어내지 못했다. 태길의 고백을 받은 지수는 연락을 끊었고, 태길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지만 달리 무슨 방법이 있지도 않았다. 태길은 궁리 끝에 숙희를 만났다.


“제가 이런 말 하기는 어렵지만 태길 씨와 지수는 인연이 아니지 않을까요? 지수네 집안과 태길 씨가 있는 곳은 인연이 너무 어긋나 있잖아요”


“종기가 그랬듯이 저도 상관없습니다. 그게 정말 문제라면 제가 회사를 그만 두면 되는 것 아닙니까. 저 거기 그만두고 변호사 하면 됩니다”


“태길 씨는 조사를 했으니 알 테고, 저는 지수를 평생 봐왔잖아요. 지수가 저러는 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요”


“숙희 씨! 지수 씨가 나라는 인간이 싫다고 하면 그렇게 알겠습니다. 하지만 내 직장이 국정원이라는 이유로 인연이 아니라는 거라면 그걸 제가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그 집안의 역사가 그랬다고 해서 그것을 운명이라고 한다면, 통일은 도대체 왜 해야 하는 겁니까?”


숙희는 태길의 입에서 통일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숙희는 태길의 지수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수는 몰랐다. 지수는 그런 면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둔했다. 종기가 군대에 가면서 술에 취해 ‘너만 몰라!'라고 소리칠 때도 종기의 마음을 지수는 혼자만 몰랐다. 아무튼 숙희는 큰일이 났다 싶었다. 태길의 불붙은 사랑은 이미 조절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고, 누가 이기든 승패가 나야 결국 끝나게 될 것이었다.


“숙희 씨! 우리 역사가 지수 씨네 집안에만 그렇게 가혹했던 게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어쩌다 제가 국정원에서 청춘을 다 보내다 보니 그런 일을 들여다보는 게 저의 일이었어요. 지수 씨 집안의 역사는 극복되어야 하는 숙명이 되어야 하는 거지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 돼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태길의 눈은 불똥이 떨어지는 듯했고, 그런 태길의 눈빛을 보는 숙희는 눈은 측은 했으나 실체가 없었다.


“솔직히 너무 어려워요. 저는 도와드릴 방법을 모르겠어요”


“숙희 씨가 제 편이 되어주세요. 저 단순한 사람입니다. 저도 잘 모르지만 하나가 둘이 되는 게 사랑 아닙니까. 간단한 계산입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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