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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윤 Oct 30. 2022

소진을 예방하기 위한 자기 돌봄 전략

상담사는 '나'라는 존재를 활용해 내담자를 돌본다. 소진까지 이르자 확실히 깨달았다. 나를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돌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상담사로서 나라는 사람도 소진될 수 있는 하나의 자원임을. 상담사의 자기 돌봄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지만, 뻔한 이야기를 굳이 해보려고 한다. 상담사의 자기 돌봄은 선택이 아닌 '의무'니까.


1. 동료

 상담사가 일하며 경험하는 고충을 남들에게 털어놓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른다. 첫째는 상담 내용에 대한 비밀보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모든 일이 어느 정도 그러하겠지만) 같은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심정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업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일에 대한 고민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동기들과 만남은 늘 단비와 같다. 동기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마련하여 현재는 주에 1~2번씩 스터디를 하고 그룹 수퍼비전을 받는다. 사실상 수다의 시간이 될 때도 종종 있지만, 그 또한 즐거우면 될 일 아닌가!


2. 운동

아무리 바빠도 잘 챙겨 먹고 잘 자는 편인데 반해, 운동은 너무나도 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다. 때마침 코로나까지 겹치자 운동은 올스탑.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에 머리를 굴려보니 굳이 어딘가(헬스장이라든지..)로 가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더라. 올해부터는 생활 친화적인 운동을 실천 중인데, 바로 요가와 러닝이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 하는 모닝 요가가 어찌나 개운하던지. 오래 앉아있느라 구부정해진 목과 어깨, 짧아진 다리 근육을 하나하나 인식하며 몸을 움직이는 순간이, 내가 나를 온전히 독점하는 고요한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매일 몸과 마음을 돌보는 생활 방식을 의도적으로 선택하자.


3. 취미 활동

 수련 생활은 내 삶의 범위를 급격히 축소시켰고, 급기야 내 삶은 상담이라는 한 바구니에만 담겨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수련생 생활이 끝나갈 때쯤 '내가 뭘 좋아하던 사람이었더라..?' 자문해보니, 주말에도 마감이 임박한 수퍼비전 보고서를 쓰는 내 모습만이 동동 떠오를 뿐이었다.

 내 삶을 든든히 지탱해주었던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했다. 간단하고 건강한 한 끼를 요리해 먹었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봤으며, 그림을 그리고, 밀크티를 마시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소소한 일상을 의식적으로 되찾았다.  

 상담사는 유쾌한 이야기를 듣는 직업이 아니다. 삶에 대한 회의, 과거 트라우마 기억, 누군가를 잃어버린 깊은 슬픔 등을 듣고 담아내는 일이다. 마음 안에 열정, 평화, 행복감, 즐거움의 감정들이 깃들 수 있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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