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게 에너지를 쓰면,
시상하부에서 렐린(Ghrelin)이라는 식욕 호르몬이 분비된다.
고통 뒤에 따르는 보상처럼, 밥맛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병역의무를 마친 남자라면,
훈련소에서 먹던 꿀맛 같은 식사를 기억할 것이다.
나에겐 병원 밥이 그랬다.
1평 남짓한 침대 공간에서
나는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에너지를 쏟는다.
그렇게 한바탕 치르고 나면
슬며시 다가오는 시간.
그리고 기다리던 순간.
밥시간이다.
물론 보호자는 환자 상태에 따라
밥을 집중해서 먹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도 그 짧은 틈을 타 잠깐 앉기도 하고,
옆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조금씩 교류한다.
‘식구’라는 말이 있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
나는 주로 간병인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매번 나의 힘듦을 이해해 주고 도와줬던 사람들
그분들과 먹던 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병원에서의 집합생활은
어느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완전한 공동체 생활이었고
그 시절만큼은 삶을 나누는 "진정한 식구"였다.
지금도 가끔 그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식구의 대부분은 조선족이었는데,
덕분에 중국식 반찬도 자주 맛보게 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건 맛의 근원이다.
재료는 대부분 국내산인데
맛은 외국 맛이다.
“음식은 손맛”이라더니,
조선족 손을 거치면 우리 재료가 외국 맛이 나는 것도 참 신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게 참 좋았다.
더 흥미로운 건 조리 환경이다.
병원에 조리대가 있을까?
환자 침대 옆, 보호자가 누워 자는 간이침대.
그곳이 곧 조리대다.
거기서 나물 반찬, 김치, 온갖 반찬이 만들어진다.
가끔은 필살 장비인 전열기구도 등장한다.
(물론 병원에서 공식적으론 금지된 장비다.)
부침개, 따끈한 국물 등 다양한 음식이 나오는데 이 장비가 나오면
그날 식사는 끝난 거라고 치면 되겠다.
아주 가끔은...
섭취 가능한 알코올(!)이 등장하기도 한다.
거하게 마시지 않아도
노동 뒤의 술 한 잔은
달디달고 달다.
현대인은 늘 배부른 상태다.
특히 사무직으로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그냥 시간 되면 습관처럼 먹는 점심.
그럴 때면 문득,
병원에서의 꿀맛 같던 밥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