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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이란

억울함, 우울함 그리고 무기력

by 꽃빛달빛

한창 이리저리 욕을 먹어가며 일을 배우던 나날들이 이어졌다.


나의 사수분은 선임으로써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처음이었고, 나 또한 회사일을 배우는 게 처음이었기에 둘 다 답답함이 가득 찬 채로 서로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물론 어리고 초년생인 내가 욕을 계속해서 먹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매일매일 욕을 먹다 보니 '내가 왜 전공을 버리고 이런 일을 하고 있지? 내가 잘하는 일은 특허관리 업무가 아니라 세무, 회계 일인걸?'이라는 의문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결국 그 의문은 억울함으로 변해 내가 객관적으로 볼 시야와 내 주변상황을 가려버렸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내가 왜 이런 회사에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도 이해 가지 않았고, 혼이 나면서도 계속해서 억울했다.


하지만 이 억울함을 해소시켜주는 사람은 없었고, 부모님은 '원래 사회생활이 그런 거야. 사회생활은 욕도 먹고 혼나느라 힘들어. 지금 나가면 죽도 밥도 안되니 경력직이 될 때까지 버텨.'라는 말로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으셨다.


주변 지인들은 '네가 선택한 고졸 취업이었고, 합격한 회사에 들어간 거에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 취업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라며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나에게 말을 했다.


그 말들은 내 억울함을 우울함으로, 무기력으로 바꿔나가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그렇게 무기력과 우울함은 내 자아를 점차 잠식시켜 나갔다.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많아졌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 밖에서 방황하는 날이 점차 많아졌다.


세상에 혼자가 된 것 같았고 밥 먹을 힘도, 씻을 힘도 아무것도 내게 남지 않았다. 그저 잠만 자고 싶었다.


그럴수록 회사에서는 더욱 크게 혼이 났고, 결국 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퇴근을 하면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기 싫어서 산책을 하다가 집에 가는 날이 하루이틀 생겼다.


가벼운 산책이길 바랐던 걸음은 점점 무거워져 내 숨을 짓눌렀다. 매일 집에 들어가기가 너무 싫어서 산책을 했다. 카페라도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최저임금인 나에게 생활비를 요구하는 부모님과 직장생활만으로도 내 월급은 이미 마이너스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무 곳도 가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걸었다.


힘들다고 말해도 공감하고 들어주는 이가 없어서,

그냥 꾹꾹 참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나를 세뇌하며 추운 날, 더운 날 가리지 않고 퇴근길에 산책을 했다.


집에 가기 싫었던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집에 가면 잠을 자야 하고, 잠에 들면 또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버거웠다. 사회는 녹록지 않았다.


졸업도 하지못한 고등학생 신분으로 근무하던 내가 그린 사회생활과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작은 실수도 크게 혼이 났고, 그럴수록 나는 점점 작아졌다. 사회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말, 네가 예민한 것이라는 주변 반응은 나를 더 소심하게 만들었다.


잠을 자지 못하는 날, 숨을 쉬지 못해 끙끙대며 일을 하는 날, 혼자 화장실에서 우는 날.


그런 날들이 내 일상을 점령해 버렸다.


나는 그렇게 나의 삶을, 나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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