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특허와의 인연.
때는 바야흐로 2019년 12월.
상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나는 곧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미 친구들은 전공에 맞추어 취업을 한지 오래였고, 나는 비어 가는 의자만 쳐다본 채 계속해서 들려오는 낙방소식만 들으며 불안해하던 때였다.
'얼른 취업해서 돈을 벌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들어온 상업계 고등학교는 내 미래를 발목 잡는 수단으로 보였고, 그럴수록 긴장한 나는 면접에서 아무것도 못한 채 돌아올 뿐이었다.
선생님들도 나름(?) 우수한 성적과 스펙 소유자였던 내가 자꾸만 탈락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라는 존재가 점점 작아져만 갔었다.
'난 안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스스로가 무너져가던 어느 날, 무심코 선생님의 추천으로 지원하게 된 한 기업이 있었다.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었고, 붙을 생각도 하지 않고 면접을 보러 다녀왔다.
그것이 이곳. 특허 업계에 발을 내딛게 된 시작이었다.
특허라는 단어를 사전에 치면 위와 같이 나온다.
회계 세무만 전공했던 내가 특허라는 것을 알리가 만무했고, 잔뜩 모인 지원자들은 본 순간 오히려 떨어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면접을 편하게 보고 다른 기업을 찾아보던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내 이름을 다급히 불러서 따라간 자리엔 누군가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 합격자 공고엔 내 이름 석자가 쓰여있었고. 그때부터 이 업계와의 다사다난한 일들이 시작되었다.
첫 출근일을 정하고 내가 일주일동안 한 것은 그저 메일 읽어보기와 사무보조 수준의 잡일뿐이었다.
지금 생각해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때 당시 어린 초년생의 마음으론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뽑아놓고 아무것도 해주지 않지?'라는 불안만 있었고, 잡무 중의 기본만 간신히 닦은 채 시간이 흘러갔다.
그 시간 중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일은, 서류를 쌓아두는 책장방에서 서류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선임님이 들어오셔서 깜짝 퀴즈를 내신 것이었다.
"일은 거의 다 해가요? 아까 알려준 권리별 숫자 말해볼래요?" 하고 등장하신 선임분은 나에겐 공포 그 자체였고, 지금이야 너무 쉽게 말하는 것들이지만 머리를 쥐어싸며 간신히 대답했었다.
"10 특허, 20 실용신안, 30 디자인.. 40 상표요!"
정답임을 확인하고 닦아낸 식은땀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참고로 지식재산권은 출원번호의 맨 앞자리 2개가 해당 사건의 권리를 나타낸다.
Ex) 10-××××-××××××× -> 10 특허
20-××××-××××××× -> 20 실용신안
30-××××-××××××× -> 30 디자인
40-××××-××××××× -> 40 상표
이렇게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의 순수한 상태였고, 그렇기에 모든 것이 나에겐 무서웠었다.
18살 사회초년생, 아르바이트 경력도 그 어떤 것도 없이 바로 사회로 뛰어든 무모한 인간.
그런 나에게 점점 악몽과 같은 시간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