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 책 읽는 아이를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르네
역세권, 편세권, 스세권, 몰세권. 저마다 집을 구하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나는 요즘 도세권(도서관세권)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중이다. 초등학교 바로 앞에 도서관이 있는데,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 하루가 멀다 하고 도서관을 드나드는 중이다.
보통의 스케줄은 이렇다. 화요일 학교가 끝나면 아이와 도서관에 간다. (월요일은 도서관 휴무) 내 어깨엔 지난주 금요일이 빌려온 책 20권 안팎의 책이 있다. 도서관에 들어온 아이는 일단 한자도둑에게 달려가고 나는 책을 반납한 뒤 빌릴 책을 찾기 시작한다.
아이는 학습만화 2권을 신중하게 고른다. 아이가 학습만화에 너무 빠져들길래 한번 도서관 올 때 2권씩만 빌리기로 규칙을 정했다. 그 외의 책은 잠수네 등등에서 추천하는 리스트를 참고해 내가 고른다. 그러다 눈에 띄는 책이 있으면 아이가 골라오기도 한다.
다시 금요일쯤 도서관에 가서 어깨 빠지도록 가져온 책을 반납하고 새 책을 빌려온다. 중간중간 상호대차한 책이 도착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기본 사나흘은 도서관에 들른다.
인기 있는 책은 미리 상호대차를 신청해 놓는다. 홍재도서관엔 없어도 다른 도서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새로 나온 신간은 구매해 달라고 신청하면 사다 놓는다. 도서관을 다니고부터는 전집을 사지 않기 시작했다. 아이도 집 책보다 새로 빌려온 책을 더 잘 본다.
예약, 상호대차, 희망도서 신청까지 이용하면 읽고 싶은 책은 웬만하면 다 읽을 수 있다. 남들도 다 찾는 베스트셀러는 물론 좀 기다려야 하지만. 다 우리가 낸 세금이라지만 이럴 땐 진짜 도서관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아이 둘 도서관 카드의 대출권수를 꽉꽉 채워 고르면 25권 내외가 된다. 들기도 무거운 책을 이고 지고 날라 책장 한켠에 잘 보이게 둔다. 아이는 야금야금 책을 꺼내 읽는다. 그럴 때는 숙제하란 얘기도 하지 않는 법. 나도 종종 책을 펴고 소파에 앉는다.
한참은 학습만화를 읽긴 하지만 다른 책도 함께 읽으니 잔소리는 넣어두기로 했다. 아이가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안 먹어도 배부른 건 나뿐 아니겠지? 아이 입으로 밥 들어가는 걸 보는 것과 같은 비슷한 기분이다.
아이들이 더 어릴 땐 지금처럼 자주 도서관에 오지 못했다. 첫째는 책 찾느라 엄마가 안 보이면 불안해했고, 둘째는 큰 소리로 엄마를 불러댔다. 민폐 같아서 혼자일 때만 들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도서관 출입이 잦아졌다. 학원 가기 전 시간을 보내기 제격이다. 엄마가 눈이 안 보이면 불안해하던 아이도 이젠 자기 책을 보고 앉아 있을 줄 알만큼 컸다.
학교 앞에, 집 근처에 이런 도서관이 있다는 건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집 앞 백화점도 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