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는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짐작하건대 그날 사건 이후로 내게 손을 내어주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타인의 손톱을 깎는 건 낯선 일이었다. 게다가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기의 손톱이라니... 작은 손에 그보다 더 작은 손톱. 영글지 않은 말랑한 손톱은 쉽게 휘어졌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그날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기 서우를 간신히 앉힌 후 입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선을 끌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이 과업을 해내야 했다. 몇 초 후, 빠르고 정확히 살점을 집어 버렸다. 우는 아이와 빨갛게 물들어 가는 손톱에 혼비백산해 소독을 했고, 소독하는 과정에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2연타로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낀 아이는 그 후로 자신의 손톱을 내어주지 않았다.
손톱이 자랐겠다 싶어 보면 이미 손톱이 손질되어 있었고, 남편에게 ”서우 손톱 깎았어?? “라고 물으면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나니.. 야금야금 잘근잘근 톡톡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서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행동은 다섯 살까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제법 단단해진 손톱을 가지게 된 아이는 신기하게도 손톱을 물어뜯지 않았다. 그렇게 혼내고 타이를 땐 꿈쩍도 하지 않더니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깎을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손톱을 만났을 때 반가움이란.. 평생 나쁜 버릇이 될까 봐 걱정하던 마음을 쓸어내렸다.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 앉아 손톱을 깎는다. 그럴 때면 서우는 “그때 엄마가 내 손 잘랐잖아? 그래서 피났었잖아!”라고 무섭게 요약해서 말한다. 움찔한 나는 “그때 너무 아팠지? 미안해.”라고 안아주며 다시금 사과를 한다. 또각또각. 손톱을 깎아주는데 아이가 묻는다.
“엄마 그때 초보였어?”
여전히 매 순간 초보 엄마이지만, 이제는 제 손을 내어주는 모습을 보니 꽤 믿음직한 엄마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