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나같이 예쁜 사람 흔치 않아

Day10 ; 순천

by 현정

“우리! 같이! 예쁜! 사람! 흔치! 않아! 흔치! 않아!”


순천만 국가정원 산책 중에 듣게 된 구호(?)였다. 열명 남짓한 어머님들이 단체 사진을 찍으며 신나게 외친 구호. 구호가 끝남과 동시에 다 같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시는데, 정말 예뻤다. 눈앞에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끝없이 펼쳐져있음에도 그 분홍빛보다 더 눈길이 가는 분홍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았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진심으로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을까?




귀여워, 예뻐, 멋져, 잘 어울려. 내가 입에 달고 사는 칭찬들. 실제로 나는 “뭐 이렇게 맨날 귀엽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귀엽다는 말에 후한 사람이고, “너무 예뻐”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할 정도로 예쁨에 대한 기준치가 낮은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나에게는? 이런 칭찬들을 건넸던 적이 있었던가?


배낭여행을 다니며 멋지다, 예쁘다 하는 칭찬을 정말 많이 듣고 있다. 여자 혼자 차도 없이 배낭여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식당 사장님도, 숙소 호스트도, 택시 기사님도 멋지다고 이야기한다. 용기가 대단하다고, 그 청춘이 멋지다고, 그래서 예쁘다고.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그 칭찬들을 부정했다. 대단한 용기로 여행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청춘이 남의 것보다 더 푸르르지도 않기 때문에. 선크림도 포기한 지 오래인 쌩얼이 예쁠 리 만무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멋지고 예쁠 리가 없었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칭찬을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몰아 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런데 칭찬도 익숙해지는지 시간이 조금씩 지나자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걸음걸이, 말투, 시선까지도 마치 대단한 여장부가 된 것 같이 행동했다. 사실은 아직도 겁이 나고 두려운데.


여전히 나는 여행지에서 혼자 밥 먹는 게 눈치 보인다. 그래서 혼밥 할 만한 식당을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간다. 그러나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갈 때에는 마치 지나가다가 괜찮아 보여서 생각 없이 들어온 것처럼 행동한다. 오늘처럼 주말에 유명한 관광지에 오게 될 때면 지나가는 무리들이 ‘저 사람은 혼자 왔나 봐’하며 수군댈까 봐 더 당당하게 걷는다. 마치 남들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여행을 시작한 뒤 만들어진 여장부와 원래 나라는 사람 사이에 괴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매일 칭찬을 들어서인지 어깨는 하늘 모르게 치솟고 있는데 반대로 자존감은 날로 떨어졌다. 그리고 오늘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우연히 들은 아주머니들의 구호가 그 이유를 깨닫게 해 줬다.


지금껏 남들의 칭찬에 나를 맞추며 살았다. 그래서 내가 속 빈 강정 같은 어른으로 자랐다는 걸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런 인생을 살고 있었다. 온전히 나에 의해서만 스스로를 채우자고 마음먹고 떠나온 여행에서조차 나는 남들의 칭찬으로 나를 채우고 있었다.


나는 나를 칭찬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남들의 칭찬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질 못하고 그냥 입바른 소리겠지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칭찬을 듣는 건 좋아서, 입바른 소리라도 들으려고, 그 칭찬대로 살아간다.


이제는 내가 나를 칭찬해줄 때인 것 같다. 아직 그 어머님들처럼 크게 외칠만한 용기는 없지만, 작게나마 소리 내본다. 나같이 예쁜 사람 흔치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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