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다독은 성장을 보장하는가

by 산문꾼 Aug 24. 2021

 하지만 독서는 시험공부가 아니니, 기말고사 치르듯 읽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왜 책을 읽으려고 하는가. 그것은 지식을 채워줄 수 있고,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돈을 벌어다 줄 수도 있겠다. 이유가 다양하니 뭉뚱그려 성장이라 하겠다. 사실 이 말은 자주 쓰면 진부할 수 있어 지금껏 아껴왔던 말이다. 하지만 독서와 성장은 떼려야 뗄 수 없기에 오늘만큼은 나도 한번 말해보려 한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걸려있는 멋진 아포리즘이다. 독자는 책을 읽고 (좋게) 변화하고, 그렇게 바뀐 이들이 또 (좋은) 책을 쓰게 되는 긍정의 순환. 나에게도 책이란 절대 선(善) 그 자체였는데, 경험과 성장의 인과관계가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였다. 한 사람의 시간과 공간은 한계가 있기에,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은 책으로 채우자는 것. 그래서 역사를 되새기고, 문학을 겪으며, 철학을 생각해야 하는 지당한 말씀이랄까.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이 말은 마치 변수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 함수 같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1차 함수는 y=ax+b (a,b는 상수, a≠0 a>0)와 같이 x의 함수 y가 x의 일차식으로 표시된 함수이다. x값은 변하는 수이며, 내가 사두었던 책들이다. 당연히 책을 많이 읽을수록 x값은 커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y 값도 늘지 않을까. 인풋을 늘려야 했다. 그런 성장을 꿈꾸었고, 꾸준히 책을 샀다. 하지만 나는 뻗어 나가는 함수처럼 우상향하지 못했다. a와 b 값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일차함수에서 a는 기울기를 나타낸다. a 값이 크면 클수록 그래프의 기울기는 가파르다. 나는 a를 편향이라 정의했다. 값이 커질수록 가팔라지는 모습이 인간의 콧대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그렇지 못한 마음. 그래서 편향 값 a가 큰 사람이 자기를 계발하고 정진하는 데 힘쓰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남들은 그냥 뚱뚱해지는 게 싫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거고, 나는 좀 복잡하다. 건강이 우선이고, 할 줄 아는 운동을 만들고 싶다. 유럽의 중산층처럼 직접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운동을 하다 보면 겸사겸사 살도 빠질 테니 운동을 배워야겠다.       


시험과 스펙을 위해 하는 영어는 무미건조하다. 얼마 전 해외여행을 다녀왔더니, 영어 필요 현상이 생겼다. 내가 배우고 싶은 영어는 소통을 위한 언어다. 다음 여행까지 외국어를 어느 정도 배워 놓으면 여행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편향은 위선을 낳는다. 매번 책을 살 때마다 나는 나의 그것을 보았다. 내가 고른 책의 특별함, 나의 취미가 고상하다는 우월감, 제목만 알고 있을 뿐인데 읽은 것 같은 착각. 이 엄청난 의미부여가 완벽을 초래하며, 실속을 갉아먹는다. 가령 <사피엔스> <코스모스> <총 균 쇠>는 그 두께만 해도 너무 있어 보였고, 국민 필독서이니 언젠가 읽을 날이 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책장에 꽂혔을 땐, 제구실을 못한 채 먼지만 쌓여갔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사며 갈증을 느꼈다. 내 안엔 분명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건 정말 사소한 이유겠지만, 책을 사는 데 나름 한 몫은 하고 있어 b 값으로 정했다. 인정 욕구 혹은 뽐내기. 만약 장르가 힙합이었다면, b 값을 swag이라 부르겠다.      


 일차함수로 나타내면 어떨까. y=ax+b(a,b는 상수, a≠0, a>0)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a는 곱셈이기에 배로 늘지만, b는 그저 더해지는 정도다. 그러니까 b는 a보다 y값(결과값)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일상에선 다음과 같이 드러난다.


 단언컨대 SNS는 이 시대 최고의 발명이다. 유명인들만이 티비에 나와 누리던 자랑을 이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다. 일요일 아침 조명이 예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업로드 할 생각에 벌써 손이 근질거린다. #북스타그램 #여유 #일상 #독서     


 책을 사는 재미, 결제하는 순간의 짜릿함. 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여기 또 있었다.  


 그렇게 나의 y값이 만들어졌다. 나는 세상의 중심에서 착각을 외쳤고, 세상 사람들은 이러한 y 값을 '아집'이라 불렀다. 앞날이 불안해졌다. 나 혼자 읽는 독서에 점점 더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보게 되겠지. 쌓여가는 책만큼 커지는 아집은 나를 점점 더 비호감으로 만들겠지. 한편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우상향의 그래프는 치솟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책 결산이 낯뜨거워졌다. 일 년에 몇 권을 읽는지, 이 책을 읽었는지 아닌지는 성장이 아니었다. 엑셀 차트에 기록된 책 제목과 별점이 허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결과론보다 차라리 읽고자 할 욕망을 살피기로 했다.

이전 05화 읽고는 싶고, 읽히지는 않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