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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 Dec 17. 2024

이토록 입체적인 우리

벌써 실망하지 않기!

지난 토요일,제주도 날씨는 비가 오다 우박이 쏟아졌고, 잔뜩 흐렸다 해가 비췄다. 우산을 쓸지, 선글라스를 써야 할지 알 수 없던 그날 날씨처럼,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배에 태워진 것 같은 며칠이었다.


그날 나는 사춘기와 함께 광장으로 향했다. 우린 이번 주 연재 주제로 콩고 청년의 인권 이야기를 쓰고 그릴 예정이었으나, 당장 내 앞에서 흔들리는 우리 인권부터 찾는 게 우선이었다. 계엄 선포가 단 몇 시간 만에 끝났다곤 하지만, 그 뒤 일상은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어느 때보다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골몰하는 날들이었다. 그 결과 인간의 외형만으론 밝힐 게 없었고, 결국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것은 인간의 사고능력이란 사실만 명확해졌다.


사고하는 능력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지만, 그가 어떻게 사고 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어떤 무기보다 공포스러운 것이 됐다. 그들의 위험한 사고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서사를 가진 존재라는 걸 공감 못했고, 이토록 입체적인 우리를 보지 못했다. 그것이 얼마나 두려워해야 할 일인지 조차 인지 하지 못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던 지난 토요일, 제주시청 광장에도 주최 측 추산, 만 명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춘기 역시 인파 속에서 비장했다. 우린 결코 납작하지 않으며, 입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외쳤다.


사회 지도층 어른이라기도 부끄러운 그들의 민낯은 감춰주려야 감출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나는 사춘기가 최대한 자세히 알고 스스로 판단하길 바랐다.

광장은 살아있었고, 우리의 권리와 일상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뜨거운 선언이 이어졌다. 탄핵소추안 가결이 선포된 순간, 서로에 축하를 전하며 우린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사춘기는 형형색색의 각기 다른 응원봉을 든 모습이 존재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감동이라고 했다.


 다행인 것은 삶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이다.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 건 원통하지만, 이 일은 결국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다. 아이들은 이 경험을 통해 비판하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나는 그날 광장에서 자꾸만 뜨거워지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지금의 이 어려움이 우리 아이들에게 반드시 그렇게 쓰이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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