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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굠굠 Aug 29. 2021

여름이 가는 게 아쉬울 줄이야


나는 선천적으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다.

더운 것에 민감하고, 몸에서 쫌만 덥다고 느껴도 땀도 나면서 기분이 불쾌해지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항상 여름을 항상 싫어해왔다.

그중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은 햇빛이 정말 뜨겁고, 기온이 높을 때면 정말 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고

극한 체험을 하는 기분이 든다. 여름이 싫은 가장 큰 이유는 덥기 때문이었다.


땡볕이 쨍쨍 비취고 온도나 습도가 높은 날에는 5분~10분만 밖에 서있어도  

죽을 맛인데 나처럼 열이 많고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 중 밖에서 하루 종일 일하시는 분들은

어떨까 싶으면서 안쓰러움과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나는 이번 여름은 매일 같이 출근하는 사무실에 하루 종일 있고, 점심시간에도 거의 밖에

나오지 않았었지만


이번 달부터는 사무실이 더 숨통 조이는 곳이라는 장소임을 느끼고서는, 점심마다 가끔씩 산책을 했다.


숨통이 조이는 것보다는 그래도 더워 죽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나 보다.


이번 회사를 다니면서 유독 더 마음이 힘들어지면서 여름을 마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역시나, 이번 여름도 많이 더워서 산책하는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너무 더워서 산책을 포기하고

싶은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사무실이 그만큼 더 싫었던 것일지도)


산책을 하면서  회사 밖 다른 사람들은 이 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 관찰해보기도 하고

스스로 내면의 생각들에 정리도 하고 하면서 마음의 힘듬을 좀 털어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원래 점심시간 산책이란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이제야 더  알게 됐다.


더워서 불쾌했던 그  여름의 온도만이

아닌,  더움이  따뜻한  온기가 되어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억눌리고, 힘든 내 감정들이 조금은 녹아드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여름을 이제 너무 싫어하진 않게 되었다. 여름이라고 매일 덥기만 한 건 아니고

밤마다 시원한 바람을 많이 주는 날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기분과 마음이 상쾌해지면서 미소가

자동으로 지어진다.


이제는 밤낮없이 계속 시끄러웠던 매미들

소리가 사라지고

여름밤을,아름답게 울리던

아피트 단지 밑 풀숲의 각종

벌레들의 아름다운 골골골 소리가 변해가

아쉬움이 느껴진다.

올해는 유독,  여름이 아쉽게 느껴지다니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놀랍다. 여름을 정말 그토록 싫어했었는데..

이제 여름을 좋아할 만한 이유가 확실히 많이 생기긴 했지만  모기, 매미, 벌레들의 모습들 까지는  

앞으로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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