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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2

by 유서아


엄마반찬이 먹고 싶을 때 있잖아요

별거 아니라서 사 먹어도 되지만

엄마손맛이 그리울 때 있잖아요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

서울에 있는 나

임신한 딸내미 맛있는 거 못해먹인다고

미안해하시는 엄마한테 나는 매번 괜찮다고 했다


요즘 시중에 잘 나와서 사 먹기도 하고

오빠가 맛있는거 많이 해준다고 괜찮다고


그래도 엄마가 해주는거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뭐라도 말하라고 하신다


괜히 고생하실까봐,

날도 더운데 오는 택배길에 음식이 상할까봐

입덧때문에 생각난 음식도 없긴 했지만

괜찮아요 괜찮아요 했었다


그러나 또 문득 어느날

진미채가 먹고싶었다


남편이랑 마트에서 조리된 진미채 반찬을 사서

한끼 맛나게 먹었었다

그래도 개운하게 가시지 않는 그 뭔가...

진미채를 먹고싶었다


모처럼 먹고싶은 엄마반찬이 생각이 나서

엄마 나 진미채 먹고싶어요 했더니

방부제 많다고 사먹지 말라고 하시며

황태포로 비슷하게 해주시겠다 하셨지만


결국 도착한 택배에는

맛있게 양념된 엄마표진미채와

곁들어 함께 온 우엉조림이 있었다


엄마표진미채는

끈적하지도 않고 딱딱하지고 않고 맵지도 않은

쫀득한데 부드럽고 담백한 엄마손맛이었다


이거지><!

밥을 한 공기 뚝딱 먹었다


정성 가득 반찬인데 조금밖에 못 보내서,

적게 보내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엄마다


나는 또 괜찮아요 괜찮아요 대답한다

충분히 허기가 가셔서 정말 괜찮았다


어쩌면 내 허기는

진미채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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