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딸
홍아!
오늘(6월 21일)자 조간신문에서 읽은 ‘우리 학교 공부스타’ 얘기를 적어볼까 한다.
박 군(고3)은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그 대신 중학교 때는 복지회관에서 진행하는 무료 수업을 활용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전교 10등 초반대 성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처음 본 3월 모의고사는 박 군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언어 3등급, 수리 4등급, 외국어 4등급, 전교 50등 밖으로 밀려났다. 내신 성적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수학이 문제였다. 1학기 점수는 65점. 한때 과학고 진학도 생각했던 박 군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점수였다.
“수학 영어 수업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어요.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당시 성적으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도 쉽지 않다고 하셨어요. 눈앞이 깜깜했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박 군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실에서 자습을 하기 시작했다. 놀토(노는 토요일)나 일요일에도 오전 9시에 학교에 가서 오후 10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공부가 쉽고 재미있었느냐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는 게 쉽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으면 ‘농구하고 싶다’ ‘이렇게 공부한다고 성적이 잘 나올까?’ 같은 온갖 잡념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래도 박 군은 버텼다. ‘놀더라도 학교에 가서 놀자’고 생각하고 주말에도 눈을 뜨면 발걸음을 학교로 재촉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집중도 안 되고 혼자 공부하기 쉽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공부의 재미를 발견하기 시작한 것. 특히 노트 한 면 가득 풀이과정을 쓰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의 짜릿함을 알게 됐다.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 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이게 바로 공부하는 맛이구나’ 싶었다.
홍아.
박 군의 이야기 중 어느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니? 아빠는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도 쉽지 않다’는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눈앞이 깜깜했다’고 한 부분이야.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절감해야, 때론 등골이 오싹하게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거든.
홍아
사랑한다.
6월 21일
사무실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