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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도토리 Mar 26. 2022

마음의 근육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운동,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5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전에도 이런저런 가벼운 운동에 발을 담갔던 적은 있었다. 친구들과 큰맘 먹고 클라이밍 체험을 가보기도 했고,   문화센터의 요가 수업을 삼 개월 정도 듣기 었다.  공포증을 이기기 위해 수영도 4개월 정도 다녔었는데, 운동신경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4개월 내내 초급반에서 끙끙대고 나니 다행히 물에 뜨는 법은 배울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것 아닐까 할 정도로 물에만 들어가면 꼬르륵 빠지기 일수였는데 잠시나마 물에 뜰 수 있는 것이 입증되어 마음이 놓였다. 아직 수영이라고 할만한 행위는 하지 하기 때문에 여전히 에선 튜브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운동과의 아주 가느다란  이어가고 있었지만  스스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꾸준히  운동을 깊게   적도 없었고 엄청난 재미를 느낀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어릴 적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체력장의 가장 낮은 등급을 꾸준히 받아온 덕에 운동과의 마음의 거리가 매우 멀었던 것도 한몫 거들었다.


 그러던 내가 진지하게 운동을 시작한 것이 5 전이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체력이 떨어짐을 느꼈다. 회사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배는 계속 나오고, 나오는 배를 잡아줄 근육이 부족해 배가 아래로 처지는 느낌까지 었다.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도 갑자기 헤어져 회사를 마치고 남는 많은 시간들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뭐라도 새로운 걸 해볼까 하던 차에 친구가 요즘 운동에 빠져있다며 같이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나만 빼고 다들 운동 중이었구나.


 내 친구로 말할  같으면 지독한 워커홀릭인 친구이다. 혹시 먼 미래에 내가 사업주가 되는 일이 있다면 나는   친구를 고용할 것이다. 나와는 정반대의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친구는 일이 없는 곳에서도 일을 찾아서 하는 성격이 던 터라 일이  없이 몰아치는 회사에서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함께 커피를 마시던 중에도 노트북을 열고 거래처와 컨퍼런스 콜을 하곤 했다. 오늘 출근해서 내일 퇴근하는 일도 친구에게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런 친구가 새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한 이후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에 말에 따르면 시간이 부족해 센터에까지 노트북을 챙겨구석에서 끝까지 일을 하다가 운동을 하곤 했다. 또 운동을 마치고 남들은 집으로 향하는 시간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 남은 을 할 때가 많은 상황이었으니 나였으면 운동할 시간에 잠이라도 한숨    같은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 계속해서 운동을 예찬하 친구의 상기된 얼굴로 인해 나도 조심스레 마음을 열어보았다.



 친구를 따라가 들어간 학원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세상에 이렇게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가? 퇴근 후에는 주로 집에만 있었던 나로는 사람들이 모여서 땀을 뻘뻘 흘리는  공간이 신세계가 아닐  없었다.  수업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날의 운동은 무거운 공을 벽에 던졌다 받는 동작과 윗몸일으키기를 최대한 빠르게 수행하는 수업이었는데, 가장 가벼운 무게의 공을 손에 쥐고도 나는  번도 벽의 타겟을 제대로 맞추지 했다. 윗몸일으키기는 더더욱 수준이 심각해 나중에는 선생님이 발목을 잡아준 상태로 꾸역꾸역 몸을 좌우로 흔들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킬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는 구역질이 났다. 수고했다고 친구가 사준 바나나프로틴쉐이크가 목구멍으로 넘어왔다. 이게 뭐지?  이런 일을 하는 거지?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다시 평안한 나의 퇴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 덕분에 받은 일주일 체험권을 날리기는 아까워 다음날도 꾹 참고 센터 문을 열었다. 이틑날에는 헛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던 첫날보다는 상태가 조금 더 괜찮았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재미있어서   계속해 볼까? 하는 생각이 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나는 자발적으로 데스크로  목돈을 결제했다. 운동에 이런 돈을 쓰다니 오래 살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은 코로나가 쉰 1년 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참 성실히 빠지지 않고 나갔다. 중간에 여행이나 출장 같은 일이 아니고서는 빼먹은  없이  3 이상을 빠짐없이 나갔다. 어떤 주는 토요일까지 포함해  6일을 나간 적도 있었다. 이쯤 되면 출근 도장을 찍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것이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마음의 근육


 우선 가장 좋았던 점은 운동하는 동안엔 회사 생각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운동하는 동안만 회사 걱정을 잊을 수 있었던 것뿐만이 아니다. 운동을 준비하고 운동하고 샤워하고 집에 가서  준비를 하는   시간 동안 나는 회사원이 아닌 (야매)운동인이었다. 회사를 마치고 으로 돌아와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날 하루 동안 했던 업무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곤 했다. 회사에서 소소한 실수라도  날이라면 더욱더 심했다. 그러던 내가 운동을 시작하니 회사 모드에서 회사  모드로 빠른 전환이 가능해졌. 하루의 편집점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회사에서의 지루한  쇼트  컷과 운동을 하는 역동적인 무빙 . 같은 하루를   사는 느낌이 들어서 즐거웠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게으르게 보낸 날에 하루의 마지막에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 그날 하루 전체를 알차게  것만 같은 긍정적인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일상을 보내다 보면 종종 리셋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오늘은 오전부터 일이 잘 안 되니 오늘은 그냥 쉬고 내일 열심히 해야지. 이번 달엔 의욕이 없으니 다음 달부터 책을 읽어야지. 이런 생각들이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하지만 오늘 의욕이 없었다고 내일 갑자기 열정이 생길 리 없다. 오늘 누워서 하루를 보냈다면 내일도 누워있을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럴 때 우리는 일상의 분절이 필요하다. 운동 혹은 무언가 내가 좋아하는 행위를 일상에 의식적으로 개입시켜 하루를 쪼개는 일은 하루를 전부 헛되이 날리는 위험부담을 줄여준다. 도미노를 만들 때 중간중간 공간을 띄워놓는 것과 유사하다. 회사에서의 도미노가 무너지더라도 퇴근 후의 도미노가 멀쩡하다면 회사에서 느꼈던 허탈함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두 번째는 체력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3 이상을 숨이 차게 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력이 좋아진다. 체력이 좋아지는 것은 단순히 건강 아진다는 것 이상의 의미 었다. 신기하게도 인생을 사는 맷집 같은 것이 세지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히 몸에 근육이 조금 붙은 것뿐인데, 마음에도 근육이 생긴  같았다. 운동을 배워나가는 데에서 오는 자신감이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다. 운동을 통해 키워진 체력이 삶의 전반적인 에너지를 부스팅 시켜 예전 같았다면 금방 지쳤던 일이 한결 쉬워지기도 했다. 출근길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방전된 상태로 출근을 했다면 이제는  정도 충전이 남아있는 상태로 회사에 도착했다. 커피 한잔하면서 잠시 쉬다 보면 다시 충전이 완료되어 그날을 버틸  있는 에너지가 .


 마지막으로는 내가 한 만큼 무엇인가가 늘어가는 것을 보는 게 즐거웠다. 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많지 않다. 회사에서의 일은 더욱 심하다. 내가 주도적으로 멋지게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런칭해서 마무리를 하고, 거기서 얻은 교훈을 다음 프로젝트에 녹여 반영시키고… 이런 일련의 과정은 드라마에서도 이제는 잘 등장하지 않는 꿈에 가까운 이상에 불과하다. 현실의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은 다분히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이다. 게다가 회사에서의 의사결정자는 내가 아니다. 내가 좋다고 생각한 안이 거절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또한 업무 기간이 늘어날수록 나의 능력이 정비례해서 늘어나지도 않는다. 너무나 많은 외부요인들이 투입과 결과 사이에 흩뿌려져 있으며 그것들은 많은 경우 비논리적이고 비예측적이다.


 하지만 운동은 다르다. 아무리 운동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도 운동을 하다 보면 늘게 되어있다. 얼마나 빨리 배우느냐 천천히 배우느냐의 차이이다. 4  4킬로의 공을 던지지 못하던 나는 이제 12킬로의 공을 던질  있게 되었다. 2 뛰기 줄넘기를   있는 사람이 되었으며 요즘엔 맨몸 턱걸이를 맹연습중이다. 아직은 택도 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가능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있는  많아진 내가 마음에 든다.



 할  있는 운동을 찾아보자. 우리의 몸에도 마음에도 근육은 중요하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괜찮다. 주말에 뒷산에 올라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것도 좋을  같고 운동이 아직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하루에  바퀴 공원을 산책을 하는 정도도 훌륭하다. 우선 시작하자. 회사에서 쌓인 독을 뽑아내 보자. 운동을 하는 이유가 회사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함이라는 너무나 하찮아 보이고 회사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보일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겪는 고통을 줄여줌으로써 삶이  윤택해진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있겠는가? 하루하루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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