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입이 간지러운 건 못 참는 두 아들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다. 아이들은 아직 안정기가 아니니 조심조심 얘기하고 다니라는 엄마의 말을 '큰 소리로 말하고 다니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 듯했다. 소문은 학원과 학교에 널리 퍼졌고, 그 소문은 다시 동네 엄마들에게 전달됐다.
어느 날 동네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사월아!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어.
"응 언니."
"맑음이가 말했다는데, 맞나 해서."
"하하. 뭘 물어보는지 알 것 같아. 나 임신했는지 물어보는 거지?"
"진짜야? 맑음이가 그렇게 말했다는데, 믿어지지 않아서."
"응 맞아. 이제 6주 조금 넘었어."
"웬일이니. 축하해! 맑음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까 맞는 것 같긴 한데, 갑자기 임신했다니까 믿을 수가 있어야지. 장난치는 줄 알았잖아. 맑음이가 동생 생겼다고 신이 나서 막 자랑하고 다닌다더라."
"조심조심하라고 했더니 다 말하고 다니나 보네."
이 나이에 셋째라니... 나도 몇 달 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오죽하랴. 소문은 멀리멀리 퍼졌다. 이 사실을 나는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간단히 눈인사만 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학원 선생님이나 동네 엄마들이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꼭 말을 걸었다.
"축하해요! 셋째 임신하셨다면서요?"
"네, 감사합니다."
축하 인사를 했던 사람들도 나를 그냥 스쳐가지 않았다.
"몸은 좀 어때요? 회사 다니기 힘들지 않아요?"
"아직 입덧은 없어요?"
"아이는 잘 크고 있죠? 태명이 뭐예요?"
"아이고 얼굴이 까칠해졌네. 잘 먹고 잘 자고 있어요?"
"예정일이 언제예요?"
"아직 성별은 모르는 거죠? 셋째는 딸이면 좋겠죠?"
임신한 사람에게 말을 걸기 편해서 그런 것인지,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인지, 내가 걱정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한마디씩 하고 지나갔다.
소문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셋째 소식을 들은 한 엄마는 어느 날 귀엽고 앙증맞은 곰돌이 쿠키를 구워 내 품에 안겨 주었다. 정성스럽게 포장한 상자 안에는 만세를 하고 있는 곰과 아몬드를 안고 있는 곰이 사이좋게 들어 있었다. 예쁜 곰을 다리부터 하나씩 야금야금 먹는 게 조금 잔인하게 느껴졌지만(차마 머리부터 먹지는 못했다), 쿠키 장인인 그 엄마의 쿠키는 먹덧(먹는 입덧)을 하는 나에겐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한 상자 가득 든 쿠키는 식탁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 엄마는 거한 저녁을 사주었다. 나를 고깃집으로 데려가서는 임신 축하 선물이라며 맘껏 먹으라고 했다. 부챗살, 갈빗살, 차돌박이는 불판에서 구워지기가 무섭게 내 입으로 들어갔다. 굽느라 바쁜 한 엄마와 먹느라 바쁜 한 엄마의 조합이 재밌었다. 착착 구워서 딱딱 놓으면 척척 집어서 쏙쏙 입으로 넣는 행위가 반복되었다. 그 엄마는 소고기 귀신인 내가 소고기를 흡입하는 모습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덕담을 해 주었다.
"엄마가 잘 먹으니 초록이도 잘 먹고 쑥쑥 클 거야."
셋째의 임신은 나를 스쳐가는 사람에서 멈춰서 한 번 더 보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전까지는 매일 똑같은 일상이었는데, 초록이가 온 뒤부터는 하루하루 이야기가 있는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따뜻함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초록이 덕분에 내 행복도가 한 뼘 더 올라갔다. 아무래도 초록이는 복덩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