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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Oct 29. 2022

기만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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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5회로 연재됩니다】


차돌처럼 야무지고 통통한 몸매에 눈동자를 반짝반짝 쉼 없이 굴리는 대성 인테리어 이승룡은 조종에서 가장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시장 입구 통닭집 옆에 시멘트 벽돌로 대충 지은 열 평 남짓한 가겟방에서 늘 바빴다. 단독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면사무소며 지구대며 보건소와 같은 말단 공공기관을 비롯해 군부대 사택, 골프장, 스키장, 펜션에 대기업 연수원 몇 군데와 빌라까지 사람이 자고 먹고 싸는 공간이라면 조종에서 대성 인테리어를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시장 사람들은 다 안다. 시장 일대 장옥 몇 채와 노트르담 대성당 가고일을 닮은 괴수 한쌍으로 유명한 인근 성당 공소 주차장 땅이 이승룡 소유다. 신자라고 해봤자 60여 명 남짓한 이 공소는 배우 공유와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촬영지로 SNS에서 유명세를 탔다. 천주교 양평교구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물 건너가긴 했으나 이승룡은 서울 젊은이들이 공소를 한창 찾아오던 즈음에 유명 관광지 개발을 추진하러 바삐 움직였다. 


실제 드러난 이승룡 재산 목록은 예상보다 방대했다. 바위산이지만 조종 남쪽에 대기업 연수원과 인접한 임야 수만 평과 춘천에 전세 준 20평형대 아파트가 있다. 이승룡의 투자실력은 문어발처럼 뻗어 나가서 1년 전에는 로데오 거리 중심에 있는 3층 건물주가 되었다. 화장품 가게와 미용실, 치과와 보습학원 임대료만 가늠해도 남에게 아쉬운 게 없지만 의원님 호칭을 들으면서도 성실선생 이승룡은 복지 재단을 만들어 나눔과 봉사를 멈추지 않았다. 돈을 성공의 최고 아이템으로 쳐주는 세상에서 조종사람 셋만 모이면 입술이 닳도록 이승룡을 칭찬했다. 누구를 만나건 낯빛은 온화하고 존댓말이 깍듯했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이 피해를 감수하며 보상을 해 준 수해주민 일화는 온라인 뉴스를 타고 전국에 중계됐다. 겸손선생, 성실선생, 효자선생이라는 수식어가 이승룡 이름 앞에 작위명처럼 붙었다.   

   

이승룡은 쉰다섯 살 동갑내기 부인과 올해 초 팔순을 맞은 부친과 24평짜리 빌라 3층에 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춘천으로 유학을 간 쌍둥이 아들은 지금은 진해에서 군복무 중이다. 몇 해 전 뇌졸중 타격을 받아 바깥출입이 어려운 부친은 초기 치매까지 겹쳐 아들을 볼 때마다 죽일 놈, 배은망덕한 놈, 천하에 사기꾼 놈이라고 욕하며 거품이 잔뜩 낀 침을 뱉는다고 한다. 이승룡은 아버지의 침 세례를 피해 일이 있건 없건 새벽에 집을 나와 늦은 밤 귀가했다.     


상면에서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는 이승룡 남동생은 벌이가 신통치 않아 부인이 보험 영업을 뛴다. 형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남동생은 몇 년 전 형이 부친 재산을 독차지했다고 소송을 걸었다. 부끄러움이 없고 욕심은 많은 사람에게 선처를 호소하기에 앞서 법은 냉정했다. 결혼 전부터 이런저런 구실로 부친 재산을 가져간 동생은 재판에 패소해 형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며 형제의 난은 일단락됐다. 형 못지않은 유명세를 떨친 동생은 욕만 먹고 상면으로 떠났다. 소원한 형제만큼이나 부인들도 일 년에 한 번 시어머니 기일에나 얼굴을 봐도 단답형으로 서너 마디 나누는 게 전부라고 한다. 


이씨 집안은 이래저래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는 단골 메뉴가 됐다. 버스정류장에서, 감자수제비집에서, 마을회관에서, 소주나 막걸리나 병맥주를 마시면서 대성 인테리어 얘기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좋은 이야기에도 낭패가 있는 법이다. 이승룡 얘기에 흠뻑 취해 집에 가는 버스를 놓치거나, 변비약 대신 설사약을 사거나, 결혼식장에 가는 대신 생판 모르는 장례식장에 가서 울었다는 후일담은 특히 장날에 차고 넘쳤다. 


사람들이 이승룡 주전부리를 즐긴 또 다른 이유는 부인 때문이다. 육군 부대 화공약품 사건 이전 일이지만 억대 주부도박단 검거 사건은 조종의 시곗바늘을 오랫동안 정지시켰다. 사업성 사교 목적으로 가입한 평생학습센터 수채화 풀꽃그림 동아리에서 고상한 교양을 고취한답시고 풀꽃을 그리던 부인은 1년 만에 화투장 그림 감상에 빠져 수익성 종목에 중독됐다. 초반에는 큰돈을 두어 번 만지면서 숨은 재능을 발견하기라도 한 것 같았으나 도박의 끝은 다 함께 몰락이다. 시어머니 장례식장에서 근질거리는 손을 어쩌지 못해 남편이 자리를 떴을 때 노름판에 끼었다가 조문객들이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법명이 혜덕화인 독실한 불교 신자의 도박은 걸어 다니는 생불인 대성 인테리어 사장이자 로터리클럽 회장이며 향우회 고문인 이 회장의 유일한 흠이다. 


서미자는 선거 이전에 시장 입구에 서서 늙은 숫염소 불알처럼 축 늘어진 순대 봉지를 들고 있다가 혜덕화가 몸에 찰싹 붙는 스키니진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시장 길을 쌩 달려가는 모습을 몇 번 봤다고 한다. 꽁치 주둥이처럼 뾰족한 입무새 때문에 큰 눈이 시선을 못 끌었지만 사십 대 같은 앳된 얼굴에 군살 없는 몸매로 조종에선 미녀로 불릴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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