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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Dec 12. 2020

12. 이상하지 않게, 일상처럼

[너의 우울은 어디쯤이니?]

정신과 병원을 다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의 심리치료 약을 먹는 생활이 꽤 오래되었다. 지금의 생활을 이상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일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처음 병원을 찾아가고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 10개월이 흘렀다. 정신과 치료 기간은 사람에 따라 2~3개월이 걸리기도 하고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던데, 어느 쪽이든 당사자에겐 더없이 길게만 느껴질 치료의 과정을 이상하게 받아들이면 들일 수록 스스로 더 힘들어지고, 왜 빨리 괜찮아지지 않는지 조급한 마음이 훨씬 더 괴롭고 불편해서다.


아픔의 원인보다 아픔을 달래는 말들이 오히려 아물던 상처를 덧나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물음들이 마음을 더 괴롭게 만드는 것처럼.


"좀 괜찮아?", "다 나아간대?", "병원은 언제까지 다녀야 해?", "아직도 치료받아?", "약에 너무 의존하는 거 아냐?" 등등, 안부를 묻고 힘내라는 격려를 하기 위해 던지는 서두의 말들이 마음을 더 심란하게 휘저어 놓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픈 사람 심정이야 아픈 사람이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지인들 또한 그저 지나듯 상투적인 표현으로 안부를 물은 것임을 잘 알기에, 무심결에 휘저어 놓은 마음의 우물을 혼자 다시 진정시키고 잔잔하게 하려 애쓰다 보면 대인관계 속에 방치됐던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이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오래된 아픔의 켜가 아물어 사그라들수록, 반대쪽에서는 또 다른 불편한 마음의 켜가 한 장, 두 장 덧대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언제까지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어야 하냐 묻는다면, 글쎄 나도 잘 모를 일이다. 언제까지 끼니를 먹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언제까지 회사에 다녀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집에 와서 씻고 휴식을 취하다 잠자리에 드는 '하루'라는 일상이 언제까지일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며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병원을 오가고 때 되면 정신과 약을 챙겨 먹는 일이 하루의 빈틈을 파고들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가 되어 버렸기에.


자고 일어나 밥을 먹고 세수와 양치를 하는 것처럼,

가게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을 하는 것처럼,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냥 병원을 다니며 약을 먹는,

남들과 조금 다른 생활을 할 뿐인 것으로.

그렇게 마음먹기로 했다.


치료의 과정에서 심정의 소용돌이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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