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원의 어쩌다 농부]
강원도에서 김치만두는 겨울철 간식이다. 가마솥 가득 끓여 조리로 건져 양재기에 담아 두면 오며 가며 집어먹는다. 뻥튀기나 군고구마처럼 입이 심심할 때 간식이 돼주는 것이 김치 만두다.
흔히 만두는 동그란 모양이다. 알려진바대로 만두는 중국 삼국시대 제갈공명이 사람 머리를 제물로 제사 지내는 풍습 대신 만두를 사람 머리 모양으로 빚어 제사 지낸 데서 왔다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전해졌는데 ‘오랑캐의 머리’라는 뜻으로, 적의 머리를 먹는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상님들도 만두를 꽤 좋아했었나보다. 고려가요 중 ‘쌍화점‘이라는 시를 보면 만두가게에 가서 만두를 사 먹는 게 일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가고신딘
회회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쌍화가 바로 만두다. 고려시대에는 만두를 쌍화, 혹은 상화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사람들이 만두 사러 만두가게 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재미있다. 그렇다. 만두는 고려 사람도 참기 어렵다.
강원도 만두가 왜 사람인(人) 자 모양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람인(人) 자 모양이 동그란 만두보다 맛있다는 것은 확실히 주장할 수 있다. 둥근 모양일 때보다 만두피와 만두소가 더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피(皮)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는 말이 있다. 피와 속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맛은 사람인자 만두가 압도적이다.
예전에는 만두 만들려면 밀가루 반죽해 만두피부터 만들어야 했는데, 지금은 마트에서 파는 만두피를 사다 쓰면 되니 공정이 배는 간단해졌다. 마트표 만두피는 가장자리에 물을 묻혀야 붙일 수 있는데 간혹 잘 붙지 않는 만두피가 있으니 제조일자를 잘 살펴봐야 한다.
만두 모양을 낼 때는 엄지, 검지, 중지에 넣고 적당한 힘을 가해 눌러주는 기술이 중요하다. 너무 세게 누르면 모양이 찌그러지고 너무 약하게 누르면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고수들이 얘기하는 ‘적당히’의 기교가 여기서도 통용된다. 그야말로 적당히 눌러줘야 아름다운 모양이 완성된다.
만두는 물에 넣고 끓인 것과 증기로 찐 것이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물에 넣고 끓이면 만두가 터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증기에 찐 것보다 만두 본연의 맛이 두드러진다. 물에 끓여 건져내 물기를 빼고 건조한 만두가 최상급이다.
만두를 끓여 건져놓는 건진만두로 먹으면 완벽한 강원도 김치만두를 맛볼 수 있다. 수분이 어느 정도 날아가 만두피가 쫄깃해졌을 때 먹으면 10개고 20개고 무한정 들어간다.
건진만두를 할 때는 건진 후 바로 들기름을 발라 겉면을 코팅해야 만두끼리 들러붙지 않는다. 고소함도 더해지기 때문에 빼놓으면 안 되는 과정이다.
만두 하니까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여동생은 희한하게도 만둣국을 먹을 때 만두를 숟가락으로 다 깨뜨린 다음 밥을 말아먹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여동생 만둣국을 뜰 때는 깨진 만두를 골라 넣어줬다. 어차피 깨뜨려 먹으니 깨진 것을 줘도 되겠지 하셨단다. 늘 깨진 만두만 먹게 된 여동생이 어느 날 크게 분노를 터트렸다.
“엄마는 왜 나에게 깨진 만두만 주시냐, 나도 안 깨진 만두 먹고 싶다!”
깜짝 놀란 엄마가 “넌 깨진 만두 좋아하잖아”라고 하셨다.
동생은 “안 깨진 만두를 깨 먹는 것과 깨진 만두를 먹는 것은 맛이 다르다. 나는 안 깨진 만두를 깨먹는 걸 좋아하는 거다”라고 항변했다.
깨진 만두의 반란 이후에는 여동생도 안 깨진 만두를 배식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