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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담으면 일 년이 행복한 머위장아찌

[김효원의 어쩌다 농부]벌써 2년차

by 김효원

무릇 저장식품의 시간이 돌아왔다.

6월은 매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며, 보리수가 익는 시간이며, 각종 채소와 과일이 화수분처럼 터져 나오는 시간이다. 다른 말로 바꿔보면, 미처 다 소비하지 못해 저장해두지 않으면 버려야만 한다는 얘기다.

머위 장아찌. 사진=김효원

이맘 때면 엄마는 눈빛을 이글이글 빛내며 각종 장아찌를 만들어 유리병에 가득가득 채워놓는다. 이때 쓰기 위해 일 년 내내 엄마는 각종 유리병을 수집해 두었다. 베란다며 싱크대 안에 유리병이 하도 많이 들어앉아있어 ‘세상에 이런 일이‘에 제보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엄마집에는 세 대의 냉장고가 있다. 일반 냉장고, 김치 냉장고, 냉동고. 세 대의 냉장고에는 각종 저장식품이 가득 차 송곳 하나 더 들어갈 여유가 없다. 뭔가를 넣으려면 뭔가를 하나 빼야 한다. 그러나 엄마는 어느 하나도 뺄 수 없다고 주장하시기에 냉장고는 항상 꽉 찬 진공상태다.

그런데 올해 또다시 저장식품의 시간이 돌아오고야 말았다. 올해의 저장식품이 대량 생산된다면 엄마의 냉장고는 어찌 될지 상상하지 않기로 한다. 냉장고 생각은 나중에 하고 올해의 장아찌를 담아야 할 시간이다.

엄마가 해마다 빼놓지 않고 만드는 저장식품의 대표주자는 매실청이다. 매실청은 만들어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저장식품이다. 소화가 안 될 때 음료로 먹어도 되고 김치 만들 때 단맛을 보충하는 용도로 쓰기도 하고 생선조림에 넣어도 훌륭하다. 심지어 매실청은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에 보관하면 되니까 마음껏 만들어도 부담이 없다.

머위대는 데친 후 껍질을 벗기고 찬물에 우려두어야 한다. 사진=김효원

마침 시골집 마당에 매실나무가 한 그루 있다. 제대로 가꿔주지 못해 가지가 제멋대로 뻗쳐있어 볼품없지만, 해마다 매실을 충실히 선사해 주는 기특한 녀석이다. 시골집 매실나무에서 나오는 매실 한 바가지로 매실청을 담아도 우리 식구 먹을 양은 충분할 텐데, 엄마는 시장에서 청매실을 사다 넉넉히 매실청을 담는다. 엄마가 정성껏 눌러쓴 글씨가 붙어있는 매실청을 받는 것은 심상하게 받는 것은 특별한 행복이다.

이맘때 담는 저장식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머위장아찌다. 식초 물을 만들어 머위장아찌를 담아두면 일 년 내내 아삭아삭, 쌉싸름한 머위장아찌를 즐길 수 있다.

시골집 뒤란에는 머위가 풍성하게 자란다. 해마다 세력을 넓혀가더니 이제는 뒤란 절반을 뒤덮어버렸다. 머위는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뻗어 세력을 넓힌다. 올해는 돌담까지 뚫고 나와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머위가 더 세력을 뻗어 뒤란을 모두 덮어버리기 전에 퇴출작전을 펼쳐야 했다. 머위순을 자르고 호미로 뿌리를 캐내는 작업을 한 나절이나 벌였다. 한 자루는 넘게 나온 머위대로 장아찌를 담았다.

머위대는 입으로 넣기까지 많은 꽤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머위대를 데친 후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야 비로소 요리를 할 수 있다. 들깨를 듬뿍 넣고 볶아 먹는 머위대들깨볶음은 맛도 영양도 좋은 여름철 보양 반찬이다. 그러나 매일 삼시세끼 머위대들깨볶음만 먹을 수는 없으니 장아찌를 담아 저장해두어야 한다.

머위 장아찌에 다시마를 넣으면 보존이 더 잘 되는 기분이다. 사진=김효원

머위대 장아찌는 만들어두면 여름 밑반찬으로 요긴하게 먹을 수 있다. 머위대 장아찌는 식초, 설탕, 물을 적당 비율로 섞어 끓인 후 식혀 부으면 된다. 물, 식초를 동량으로 넣는 레시피가 일반적인데 동량으로 넣으면 신맛이 강해 물과 식초를 2:1 비율로 했다. 설탕도 동량으로 넣으면 달기 때문에 절반으로 줄였다. 만약 색을 조금 입히고 싶다면 취향에 따라 간장을 약간 넣으면 된다. 간장을 많이 넣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머위대 장아찌 색깔이 어두워져 보기 좋지 않으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소주를 넣으면 보관이 더 오래되므로 넣으면 좋다. 다시마 한 장을 넣으면 감칠맛도 더할 수 있다.

잘 씻어 소독한 유리병에 머위대를 넣고 촛물을 부어주면 된다. 식힌 다음 냉장고에 두면 꽤 오래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머위에는 비타민a를 비롯해 칼슘, 단백질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한다. 소화를 돕기도 하고 해열, 식욕증진 등의 효과도 있다니 여름철 머위를 식탁에 올릴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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