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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ha Oct 27. 2020

선생님 사랑이 뭔가요?

사랑은 '태도'이자 '성격의 방향'이다.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데 자꾸 마음만 앞서고 우스꽝스럽게 뒤뚱거린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사랑과 관련된 책을 계속 찾아 읽는 것일지도 모른다. 잘하고 싶은데 잘하고 있지 못해서……


도대체 사랑이 뭔가요? 어느 선생님께서 대답해 주실 수 있나요?


에리히 프롬 선생님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다. 사랑에 대한 완벽한 대답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들은 답변 중에 가장 친절하고 자세하여 마음에 와닿았다. 사실 선생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설레어서 밤잠을 설치며 책을 읽었다.





사랑은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그를 통해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내가 이해한 사랑의 정의는 이러하다. 우선 사랑은 강렬한 감정이 아니다. 감정보다는 능동적 ‘활동’이며 인간의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무엇을 주어야 하냐고? 인간적인 영역, 즉 관심, 이해, 지식, 유머, 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표현과 생명력을 줌으로써 상대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하나라도 잃어버릴까 안달을 하는 자, 시장의 법칙에 따라 교환만 하려는 수동적인 자는 결코 성숙한 사랑에 도달하지 못한다.
 
사랑은 애착과는 다르다. 애착이 특정 대상에게 느끼는 심리상태라면 사랑은 한 대상과의 관계가 아니라 그를 통해 세계 전체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태도’, 곧 ‘성격의 방향’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하는 대상을 통해 나의 세상을 확장시킬 수 있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면 피붙이가 아닌 한 타인이 내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오게 되고 나는 그의 세상을 보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다른 타인들, 즉 인간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한 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나는 그 개를 통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세상, 비인간의 세상을 보게 된다. 한 개의 언어, 감정, 일상을 관찰하며 다른 개들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게 되고 이런 경험은 다른 비인간 동물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내가 한 사람만 또는 한 개만 사랑하고 나머지 존재들에게는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사랑보다는 애착이거나 확대된 이기주의일 확률이 크다.
 
사랑은 또한 인내하는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는 것, 인내를 ‘실행’하는 것으로부터 사랑을 연습할 수 있다. 하루의 일정한 시간을 명상, 독서, 감상, 산책 등에 할당하는 것, 최소한의 시간 이상으로는 게임과 같은 도피주의적 활동에 빠지지 않는 것, 과식하거나 과음하지 않는 것 등은 인내를 연습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술 한 잔 앞에서도 무너지는 무기력한 자가 타인의 복잡성을 인내하며 이해하고 안아주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사랑은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는데 그중 존경에 대한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존경 Respect의 어원은 ‘Respicere’ ‘바라보다’라고 한다. 즉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 존경이다. 그래서 존경은 ‘착취가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그와 일체감을 느끼지만 이는 ‘있는 그대로의 그’와 일체가 되는 것이지, 내가 이용할 대상으로서 나에게 필요한 그와 일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사랑의 요소에 지식이 포함된 이유는 보호와 책임이 지식에 의해 인도되지 않는다면 공허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한 측면인 지식은 주변을 맴돌지 않고 핵심으로 파고드는 지식이다. 즉, 나의 입장과 관심을 초월하여 사랑하는 대상의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때만 알게 되는 지식이다. 그를 사랑한다면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식과 성공을 갈구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성숙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진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늘 겸손한 자세로 배우고 하나라도 더 실천해야겠다. 실천이 없는 사랑은 허상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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