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가슴속에서만 절절한 사랑, 표현되지 않는 사랑,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친절하지 않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요즘 이틀에 하루 꼴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서 노트북을 들고 출퇴근을 한다. 오늘 사무실에 도착해서 노트북 가방을 열었는데, 노트북 충전기 선이 아주 예쁘게 돌돌 말려 있었다. 어젯밤, 남편에게 노트북을 챙겨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렇게 정성스럽게 정리해둔 것이다. 나는 이런 순간에 사랑을 느낀다. 작은 부탁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정성이, 섬세함이 느껴질 때 기분이 참 좋다. 툭 던져 넣지 않고 조심스럽게 돌돌 말아 넣은 네 손길을 상상하며 피식 웃어본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작은 부탁을 하면, 우린 하던 일을 멈추고 기쁨으로 도움을 준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일상. “네가 날 사랑한다면, 날 위해 이것을 해”가 아닌, “내가 널 사랑하니, 이것을 기쁨으로 할래”가 될 수 있는 관계. 내가 널 사랑한다고 해서 내가 희생하거나 짊어져야 할 의무는 없다. 너도 마찬가지. 우린 그저 서로를 더 소중히 대하기로 선택할 뿐이다. 강요는 없고, 대화가 있는 관계. 의무와 희생은 없고, 선택과 도움이 있는 관계. 나는 이런 관계가 참 좋다.
일상 속에서 매 순간 스스로 선택하는 친절함, 그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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