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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줍음 Aug 11. 2023

전문가의 길, 직업상담사를 선택하다!

세상을 향한 3번째 도전

<13> 전문가의 길, 직업상담사를 선택하다!


평점 4.32점.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을 위한 1년간의 학업 성적표였다. 20대 대학시절, 3.5점이 간신히 안 되는 평점으로 공대를 졸업했던 나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성취였다. 비록 온라인으로 1년간의 공부였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뿌듯하게 공부했다. 드디어 나도 국가가 인정해 주는 공인자격증을 가지고 사회복지사라는 전문직으로 취업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그것은 나의 환상이었다.   

   

사회복지사 채용공고는 찾아볼수록 내가 하고 싶은 일자리는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었다.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학교사회복지사도, 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NGO 단체나 그 어떤 곳에서도 비전공자에 경력도 없이 자격증만 딸랑 있는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 채용공고는 급여 100만 원~120만 원 정도에, 굳이 전공이나 자격증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들, 그저 신체 건강하고 일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었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구직활동을 하며 들었던 말 중에,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도 딜레마가 있었다. 지금은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기를 바라지만,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사는 급여가 너무 작았다. 그러다 보니 사회복지사는 '복지의 주체이면서, 부부가 사회복지사일 경우 복지의 수혜대상이 된다'는 정말 웃픈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었다. 게다가 사회복지사는 전공자들이 아니면 입직하기 어려운 직업이기도 했다. 대학전공을 하는 동안 복지기관에서 봉사활동도 경험하고, 인맥도 쌓으면서 대부분 취업을 하다 보니, 나같이 비전공자가 진입할 수 있는 자리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멋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기왕이면 내가 하는 일이 재밌으면 좋겠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일을 통해서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이 세상에 뭔가 이로운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내가 오랫동안 희생을 감내해야 하거나 대가 없이 헌신하는 일도 싫었다. 내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도 주어지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준비했던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누군가를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기는 했으나, 경제적인 보상이 약했고 비전공자인 내가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는 거의 없어 보였다. 물론 아주아주 나중에, ‘그때 내가 만약 사회복지사로 취업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기는 다. 나를 잘 아는 어떤 지인으로부터  ‘결국 너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잘 해내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전문가가 되었을 거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도 없고, 전공자도 아니었던 서른여섯 살의 나에게는 실망스러운 취업 조건이었다.  

    

사회복지사로 구직활동을 하면서 계좌제 카드를 발급받았다. 어떤 직업을 갖든, 어느 조직에서 일하든 기본적으로 컴퓨터 활용능력은 필요하다는 생각에 Y직업전문학교에서 컴퓨터활용능력 2급 과정을 수강하고 있었다. 한 달간 기본적인 문서편집 툴과 액셀, 파워포인트 등을 배웠고 수업이 끝나는 마지막 수료식 날이었다. 교육생들끼리 각자 소감과 취업준비계획 등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반장님이 내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면서 인계동에 있는 K직업전문학교에서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 취득’ 과정생을 모집한다는 걸 알려주셨다.  모집인원이 2명 정도 남은 것 같으니 서둘러서 알아보라고 하셨다.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랬다!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은 내게 잘 어울리는 일이었다.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친구가 처음 ‘직업상담원’이라는 이름으로 일할 때 하고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직업상담사는 직원을 채용하려는 구인업체와 구직자 사이에서 서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매칭이 되도록 가교역할을 한다. 직업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직업상담이나 여러 가지 직업심리검사를 활용하여 적합한 직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취업이나 이직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직업정보도 제공해 주고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면접 연습까지 취업스킬을 향상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을 돕는 직업이기도 하면서, 내가 재미있게 전문가로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자격증 응시 조건도 고졸 이상의 학력에 전공 제한도 없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고용센터나 일자리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학교, 복지관 등 일자리와 관련한 곳이면 어느 곳이든 다양하게 일해볼 수 있는 직업이었다. 나는 또다시 마음이 부풀고 설레었다. 이번에는 정말 내가 원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또다시 열정과 희망에 불타오르며, 2010년 4월부터 7월까지 정말 열심히, 신나게 공부했다! 3개월간 직업상담학, 직업심리학, 직업정보론, 노동시장론, 노동관계법규 5과목을 공부했다. 이전에 방과후아동지도사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 미리 공부한 배경지식들이 있어서, 꽤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과정을 수료하자마자 바로 필기와 실기 시험에 합격하였고, 나는 꿈에 그리던 전문가로 향하는 길,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2010년, 나는 사회복지사 2급과 직업상담사 2급, 두 개의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한 셈이었다. 

나는 나의 미래를 확신하며 부릉부릉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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