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엽은 국가 기밀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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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기자요? 지금 자리에 없는데. 아 잠깐만요. 들어왔네요. 김선배 전화 왔어요. 받아봐요. 김선배한테 물어볼게 있다는데. 메일도 보냈는데 답변이 없어서 전화했다고.
연희는 취재부서에서 제외되고 국제뉴스를 간간히 정리하거나 제보메일이나 기사거리를 정리하는 게 출근 뒤의 일과였다. 출입처 몇 곳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지만 당분간은 취재부서에서 제외됐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매번 둘러댈 때 마다 진땀을 빼고 있었다. 욕설이 저절로 나왔다. 제보는 무슨 제보 엉뚱한 소리나 하겠지. 연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다.
사회부 김연흽니다. 말씀하시죠. 연희는 누군가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이거 뭐 공포영화 찍나. 몰래카메라인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씀 안하시면 전화 끊겠다는 말을 하려 하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김연희 기자한테 메일도 보냈어요.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아봐주세요.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연희는 메일을 하나 받은 것이 생각났다. 경찰의 억울한 죽음과 음모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뭔가 하나 도착하기는 했는데 경찰 같은 권력기관이 총통체제에서 무슨 억울한 일이 있어. 누군가 할 일도 없다는 투로 혼잣말을 한 듯했다.
저에게 제보를 하신 이유가 있나요? 연희는 조심스레 물었다. 상대방은 잠시 말이 없었다.
기자님의 보도와 기사를 봤습니다. 정부에 대한 문제도 가감 없이 용기 있게 말하기도 하더군요.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김연희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저는 이대로 아들의 죽음이 묻히게 놔둘 수 없어요. 울먹이는 목소리는 사리지고 그녀는 비장하고 강경한 태도로 말을했다.
연희는 일단 보내주신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연락드린다고 말했다. 사실 접수되는 메일이나 제보내용도 허위가 많고 상대방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로 허위제보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며칠간 아니 몇 주간 취재한 내용이 모두 허사가 돼 버린다. 잘못 보도했다가 손해배상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인 이다. 우선 포스트잇에 그녀의 연락처를 적어 놓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 그녀는 중얼거리며 다시 메일함을 확인했다. 일주일 전쯤에 그녀가 얘기한 내용의 메일이 와 있었다. 전투경찰로 복무하던 아들이 경찰 특수부대에 지원했다. 그 과정이 어렵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훈련만 버티면 특채와 특진이 가능하며 대 테러를 막는 진압부대에서 간부가 될 수 있다고 아들이 좋아 했다는 것이다. 물론 더이상은 기밀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그녀는 꺼림직 했지만 아들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조심하라는 말만 해주었다고 연희에게 설명했다. 그녀의 메일을 보니 거짓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민사소송과 관련된 사건도 아니고자신에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이런 내용을 알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을 터다. 메일을 다시 꼼꼼히 읽었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는 당분간 파주 근처에서 훈련을 하고 멀리 가기 때문에 연락이 잘 안될 수도 있다고 했다. 너무 걱정 말라는 내용이었다. 연희는 경찰 특수부대 훈련을 위해서 멀리가야 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외에 가는 것도 아니고 설령 간다고 해도 연락이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은 위험한 비밀스러운 훈련일 수는 있을터다. 잠시 후 연희는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방송국근처 스터디 카페였다. 조용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경기도 부천에 산다는 김미옥은 평범한 대한민국의 50대 여성이었다. 펌을 한 머리는 군데군데 흰 머리가 보였고 갈색 점퍼와 단화를 신고 있었다. 그는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과 둘이 살고 있었다. 아무리 호소해도 기관이 힘없는 자기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동그란 얼굴과 튀어나온 광대뼈가 도드라졌다. 피부에는 검버섯이 돋아 있었고 거칠었다. 인중이 길어서 우울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아들의 소식과 스트레스 때문에 얼굴색이 더 검어진 듯 했다. 그녀는 아들이 자필로 쓴 내용을 꺼냈다.
이게 뭐에요?
경찰 특수 부대에 지원하기 전에 아들이 쓴 것 같아요. 훈련 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확인서 같은 거죠.
사망진단서는 받으셨어요?
네. 그녀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아들의 사체는 물에 퉁퉁 불어 있었죠.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 눈물을 쏟아 냈다.
진정하시고요. 연희는 미옥에게 휴지를 건 내 주었다. 일단 제가 취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모든 자료를 복사해서 저한테 보내주세요. 그것가지고 시작해 볼게요. 저도 궁금하네요. 아니 대체 특수 부대 훈련한다는 사람이 왜 한강 하구에서 발견된 것인지. 대체 무슨 훈련을 했기에. 아드님하고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언제쯤이에요?
그때 마지막으로 6개월 과정이 끝났고 이제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6개월을 진행한다고 했어요. 그 기간 동안에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죠. 실제로 사망 한 채로 발견된 마지막 연락 후 9개월이 지났을 때였던 것 같아요.
민원도 넣어보셨고 사망이유도 확인하셨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그냥 아무얘기도 없어요. 부검 후 마약성분이 나왔다고 했고.
마약이요? 연희는 의아한 듯 물었다. 경찰이 왜?
저도 그건 처음 듣는 얘기에요. 그리고 우리 애를 알아요. 사명감도 있고 경찰 특수부대에 지원하려는 애가 약을 하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모든 곳을 다 두드려 보았죠. 그런데 그 문제 때문인지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거예요. 아들이 파주에서 훈련을 받다가 너무 고되 적응하지 못하고 약을 한 뒤에 투신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더라고요. 그냥 사망보상금 받아가고 훈련 중에 순직한 것으로 처리하겠다는 거예요. 제가 미칠 것 같았어요. 아니에요. 반드시 아들이 왜 죽었는지 찾아 낼 거예요.
연희는 취재를 해 보겠다고 했다. 미옥을 달랬다. 사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고인이 어떤 이유로 죽게 되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이다. 일단 회사로 돌아가 미옥이 건 내 준 서류를 살펴보았다. 사망진단서부터 그의 신분증 관계기관과 주고 받은 내용 등이었지만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가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을 살펴보았다. 파주지역의 한 모텔과 편의점에서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주의 어느 곳에서 훈련을 했다는 그의 말은 맞는 듯했다. 그 지역부터 탐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체 멀쩡하던 전투경찰이 자살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사체가 나온 곳도 이상했다. 그가 뜬금없이 한강 하구 강화도 인근에서 발견될 이유가 없다. 다만 사체에서 펜타닐 성분이 검출됐다는 부분이 좀 걸리기는 했다. 서류를 보고 파주지역에 경찰훈련소가 있는지 찾아 보았다. 하지만 신용카드 내역이 사용된 곳에 특별한 시설은 없었다. 같이 훈련을 받은 사람도 철저히 비밀에 붙였다. 특수 훈련이라 내용을 알려줄 수 없기에 알고 싶으면 행정소송을 내라는 답변뿐이었다. 부딪혀 보기로 했다. 부장을 찾아갔다.
부장님? 김희수 부장은 뉴스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기사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 왜 또? 연희가 들어오자 부장은 체념한 듯이 말을 꺼냈다.
온라인 뉴스 관리는 잘 되고 있는 거야? 태그에 엉뚱한 이름 붙이는 거 아니지. 너 당분간 취재부서 못가니까. 와서 또 뭐라고 하지마.
제보를 하나 받았어요. 이것까지만 하고 부서를 옮기든가 할게요. 연희는 심각하게 말을 꺼냈다.
무슨 제보? 별 시답지 않은 거라면 관둬. 지난번에도 별로 영양가 없는 거 물어 와서 너 취재한다고 나갔다가 헛물만 켜고 온 것 모를 줄 알아?
아니에요 이번에는 연희는 받은 메일과 그동안에 정엽과 수원과 나눴던 얘기를 부장에게 말했다.
음... 부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 모든 일들이 개성의 업체와 관련이 있다는거야? 국내에 그 연구시설에 만든 데이터로 그 뭐냐. 눈이 붉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실험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고?
너 무슨 소설 쓰냐? 부장은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
부장님 예전에 개성 다녀 오신 적 있죠? 최연경 기자와 함께. 그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보셨어요? 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렇잖아요. 집회에 자주 나오던 그 사람들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고 있어요. 알고 계시잖아요. 보셨죠.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그 부분을 취재해 보겠다는 거야?
네 제가 매번 보고 드릴게요. 취재한 부분들은. 심층보도 시리즈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알았으니 일단 나가봐.
부장의 그 말은 진행해 보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연희가 나간 뒤 부장은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최연경 선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직도 공단에서 개성으로 가는 그 교차로의 바위가 잊혀 지지 않았다. 선배는 체제 전복적 기사와 유명세를 이용해 남한의 분열을 꾀했고 남한의 정보를 가지고 그곳에 귀순했다는 것으로 보도가 됐다. 하지만 최선배가 그럴 리는 없었다. 당시 공안정국에서 그녀의 실종을 대대적으로 잘 활용해 여론 몰이를 한 것을 김희수 부장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많은 약들이 개성에서 온다고? 누군가가 그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연희의 말을 들었지만 도저히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총통정부가 아무리 그래도 국민의 생명을 이렇게 수단으로 취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경험한 것을 봐도 이들은 정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게 두려웠다. 알려지면 안되는 것이다. 저들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상황을 틀어 막을터다.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한 그녀의 본능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연희는 일단 파주 근처 신용카드 영수증이 사용된 곳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자유로를 타고 파주로 향했다. 훈련시설이 근처에 있다면 대형 건물이 있을 것이고 이들이 외부로 이동할 때 뭔가를 근처에서 구매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희는 휴대폰의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보면서 이동했다. 파주의 한 외각 지역이었다. 근처에 야산이 있었고 편의점은 외각 지역의 시작부근에 자리잡고 있었다. 동선을 파악했다. 편의점 근처에서 10분정도를 걸으면 도심이 끝나고 바로 국공유지가 나오는 곳이다. 길을 따라 운전하며 대형건물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10분정도를 달리자 추모공원이 나왔다. 뒤로는 저수지가 위치해 있고 산 중턱에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3층 건물이 눈에 띠었다. 출입금지와 위험시설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건물 옆으로는 넓은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시 외 각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형건물이 도드라져 보였다. 지도에서 해당 건물은 모자이크 처리돼 있었다.
으흠…….이 시설은 뭐지. 연희는 차를 몰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정문 위병초소에서 두 명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제복을 입기는 했지만 경찰제복은 아니었다. 연희가 다가가자 권총을 찬 두 명 중 한명이 다가와 차의 유리를 두드렸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여기는 국가시설이라 민간인의 출입을 금합니다. 경비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뭐하는 데에요? 길을 잘 못 찾은 것 같은데. 연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경찰 훈련과 여러 장비를 실험하는 곳입니다. 돌아가 주십시오.
아 네. 차 돌릴게요. 연희는 그렇게 말하며 내부를 흘낏 보았다. 멀리서 몇 명이 운동장을 뛰고 있는 것인지. 움직임이 보였다. 이후 차를 돌려 2차선 국도로 나왔다. 뭔가 국가시설이 운영되는 것은 맞다. 언제 생긴 지 운영 주체는 누구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근처 주민들에게 연희는 CBN 기자임을 밝히고 이것저것 정보를 좀 캐보았다. 건물공사는 2년 전 부터 시작돼 완공됐고 검은색 차량들과 버스들이 들락거렸고 최근에는 경비만 있고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간간히 건물 공터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도 했다. 국가 시설이라 용도가 무엇인지는 들은 바가 없다는 것이다.
연희는 부장에게 전화를 해 파악한 내용을 보고했다부장은 1년 전에 파격적인 경찰인사가 있었는데 정보화 장비 정책관으로 자리를 옮긴 오정훈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다원래 마약담당 수사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는데 몇번에 걸쳐 파격적 인사가 이뤄졌고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가 자리를 옮긴 뒤 경찰 첨단화를 외치며 각종 첨단 기술을 치안 활동 전반에 접목하는 과학 치안 연구개발(R&D)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했다.
어? 오정훈이라면? 연희는 정엽과 수원과 함께 한 얘기를 떠올렸다.
왜 알아? 김희수 부장이 의외인 듯 물었다.
예전에 김주영 경위가 죽을 때 오정훈이 강서서 수사 계장인가 대장인가 그랬어요. 김주영은 수원의 아버지이기도 하죠. 정엽이하고 좀 각별한 사이였고요.
그래? 이 사람이 정책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신설된 연구소 센터라는 거지. 한번 알아봐. 인터뷰를 요청해도 좋고. 방송이야 나가도 그만 안 나가도 그만이니까. 그의 의중을 정신없게 만들고 한번 알아보고.
네 그렇게 할게요. 연희는 일단 회사로 돌아가 공문을 보내고 정식으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마약수사로 명성을 날린 경찰간부가 정보화 담당 정책관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가를 다루는 시사프로그램이라고 적당히 둘러댔다. 이후 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이 새끼는 또 왜 전화를 안 받아? 전화를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후 정엽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연희는 다짜고짜 정엽에게 물었다.
오정훈에 대해서 더 나온 것 있어? 개성은 다시 들어가?
깜짝이야. 뭔가 상황을 좀 얘기하고 물어봐라. 연희는 제보를 받은 내용과 자신이 취재한 것을 설명했다. 수원한테 오정훈에 대해서 어디까지 정보를 파악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는 것이었다.
뭐 어디 집회에 있나보지.
성의 없게 대답하지 말고. 정엽아 만약에 말야. 이건 가정이니까 잘 들어. 연희는 갑자기 말을 끊었다.
잘 들으라고 해 놓고서 왜 말이 없어. 정엽이 되물었다.
너 예전에 마르크 박사가 공단 연구소에서 연구한 자료가 있다면 그것으로 여기서도 뭔가 만들려 할 수 있다고 했지 기억해? 한번 취재해 보라고.
응 얘기해. 참 미국에서 만난 후 마르크 박사님은 소식은 이후에 없었어? 정엽은 궁금한 듯 물었다.
간간히 연락을 해 봤는데 연락이 더 이상 되지 않았어. 지원도 내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만 해 주셨고. 그게 마르크 박사님의 의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도 감사했지.
오정훈은 김주영 형사가 죽음에 이른 수사를 지휘했어. 너도 뭔가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건 수원이도 마찬가지야. 오정훈이 그 후 승진을 거듭해 정보화 담당 정책관이 되고 이후에 파주에 알 수 없는 R&D센터가 들어섰어. 거기서 극비로 훈련하던 사람이 죽어서 김포하구에서 발견됐고. 한 어머니가 나한테 제보를 한 거야. 또 한 가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북쪽에서 조류를 타고 내려온 것 같아. 파주에서 훈련을 하는데 왜 사체가 거기서 발견돼? 죽은 사람은 비밀 엄수와 관련된 서명을 했어. 그런데 몸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됐다고 중독자 취급하더라고 사실 그는 경찰인데 말야. 김주영 경위 비위가 있다고 했지? 부검에서 약도 검출됐다고 했고. 연희는 말을 계속했다.
마르크의 데이터를 활용해 뭔가를 만들려 한다면 그건 군이나 경찰쪽 일거야. 당연하지 않겠어? 합법적 폭력을 수행하는 게 그 집단밖에 없잖아. 그렇다면 오정훈이 과학 치안 연구센터라는 것을 누군가의 지시로 만들 수 있고. 어때 합리적 추론처럼 보여?
음. 정엽은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너는 그 센터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아볼 수 있잖아. 김주영 경사가 남긴 메시지도 개성이었다며. 그럼 이제는 개성에서 대량으로 물건이 올 거니까 국내물건은 뭐 상관없어. 이렇게 김주영 형사에게 얘기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가 비밀을 알았다면 없애려 했을 테고. 마지막에 남긴 그 메시지가 그것을 말하는 것인지도 몰라. 수원이가 오래전부터 그 마약 팀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었지. 연희의 목소리는 긴장돼 있었다.
아직까지 결정적 증거가 없어. 나도 수원이도. 일단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수원이 걔 요새 집회 채증에서 사람들한테 소환장 보내잖아. 그런데 CCTV확인하면서 김포의 한 농가 주택에서 이상한 낌새를 발견했대. 신원파악이 안 되는 사람이 보이고 그 농가주택이 김수필 소유라고 했어. 근처에는 APA인력파견업체 대주주 소유의 집도 있고. 정엽은 잠시 말을 멈췄다.
자,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서해산업이 의료용품을 생산하고 펜타닐계열의 마약도 만든다. 대량생산하면 그 물건이 장마당에도 넘어가고. 어떤 경로를 통해 남한에도 풀렸고 그 수익도 어딘가로 흘러 들어가겠지. 거기에는 카르텔이 있다. 김주영 선배가 당한 것은 그 비밀에 어느 정도 접근했기 때문에 누명을 쓴 것이고 죽기 전 메시지를 남긴 거다. 그렇게 되는 것 아니겠어?
평화유지군 부사령관 이병수도 개성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어. 개성에서 공단에 들러 김수필을 만났는데 그때 난 지금 우리가 말한 내용까지는 몰랐어. 마지막으로 저 암호파일의 내용만 최종적으로 해독하면 돼. 오정훈 인터뷰 해보고. 뭔가 걸리는 게 있는지. 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서 확인해 볼 테니까. 수원이한테는 위험을 무릅쓰고 단독행동하지 말라고 했어. 바쁜 것일 수도 있으니 좀 더 지켜봐.
연희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연희와 통화를 끝내고 정엽은 국가 기밀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서버에 이름과 비번을 넣고 검색을 시작했다. 김수필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서해산업과 관련된 내용이 전부였고 오래전 안기부에서 조사를 받고 경찰로 특채되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관련된 내용에 대한 검색을 이어가다 그는 국가 안보시스템에서 이상한 이름하나를 발견했다. 키메라 프로젝트였다정엽은 내용을 파악하려 했지만 본인의 아이디로는 기밀 접근이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