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oofs Oct 27. 2024

[장편소설] 붉은 눈 3부 -5-

평양에 연락을 넣어 더 압박하면 탈취한 사린가스를 쓰겠다고 전하라.

*   

어 석철 형님은 오늘 또 왜 오셨나?  호텔에서 얘기 다 한 거 아니었소? 판수는 비꼬듯이 말을 꺼냈다.

아직 처리할게 있소. 물건과 관련해서.

아니, 뭘 또 얘기한다는 말인가. 물량을 더 못주면 할 수 없다는 거지. 내가 없는 수익을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나. 수익은 다른 곳으로도 보내야 해. 김수필 대표하고도 이미 말을 끝냈어요. 어휴, 참 답답하긴. 아니 석철 대장은 왜 그렇게 사람 말을 못 알아 듣습니까. 그래. 판수는 이죽거렸다.

야 성호야 오늘 스케줄 어떻게 되냐?  애들은 다 어디 갔어? 판수가 말을 마치자마자 셔터문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야, 성호야? 판수는 성호를 불렀지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 이거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그의 동공이 확장됐다.  김판수는 두려움에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급작스런 감기 몸살이 생겼을 때의 증상과 같았다. 소름이 돋았다. 강석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김판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날카로운 광기 같은 것이 보였다. 석철의 무표정에서 김판수는 오히려 더 섬뜩함을 느꼈다.

아이 씨발. 판수는 뒷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날이 잘 벼려진 군용 나이프였다. 석철은 그가  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네놈이 어디까지 하는지 좀 볼까? 김성호 이 새끼도 창자를 꺼내 죽여 버리겠어. 날 배신하고 조직을 먹으려해? 판수는 칼을 양손으로 번갈아 쥐며 몸을 낮춰 자세를 잡았다.

너 같은 놈 내가 수 십명을 저승으로 보냈지.


판수는 노련했다. 그냥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그는 크게 사선으로  칼을 휘두르고  찌르는 자세와 동작을 반복해 상대와 거리를 조절했다. 그가 실전에서 칼을 써 본 경험이 많다는 것을 석철은 상대의 동작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김판수는 상대방을 제압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석철의 오른족 얼굴을 향해 칼을 반복해서 그었다. 석철은 거리를 점점 좁히려했다. 그 때 김판수의  칼은 그의 얼굴 부위를 긁고 지나갔다. 하지만 석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석철은 그를 노려보며 시선을 돌려 옆에 놓인 잡지를 집어 말아 쥐고 곧바로 그의 칼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방어 자세를 취했다. 자세를  낮추고 판수가 칼을 휘두른 이후의 빈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판수가 아무리 경험이 많다 하더라도 무도사범인 석철에 비할수는 없었다. 무기를 가진상대와 교전을 피할수없다면 자신도 무기가 될수 있는 것을 집어야 한다. 대치가 지속됐다. 둘은 잠시 서로를 노려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석철은 흥분이 지속되는지  눈 색깔이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위 아래로 그리고 좌우로 석철은 판수의 칼을 피해나갔다.  말아쥔 도구로 그의 칼을 막았지만  판수의 칼이 이번에는 석철의 왼손을 베었다하지만 석철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좁혔다. 판수는칼을 휘두르며 뒷걸음질을 했지만 곧 벽에 닿았다. 석철은 손으로 말아쥔 잡지에 힘을 주어 순식간에 그의 팔을 후려쳤다. 챙그랑 하고 나이프가 바닥에 떨어졌다김판수는 한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러왔다는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오지마, 이 개새끼야. 괴물 같은 북한새끼. 이게 어디서. 석철은 떨어진 칼을 차서 멀리 떨어트리고 잡지를 바닥으로 던졌다. 오른손으로 그의 팔을 잡고 뒤틀었다.

아악, 판수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투둑. 인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석철은 오른손으로 더욱 힘을 쥐었다. 그의 손목 관절이 거의 으스러지고 있었다. 비명소리도 점점 커졌다. 석철은 왼손으로 그의 목을 쥐었다. 오른손으로 그의 팔목을 쥐고 왼손으로 목을 더욱 감아 잡았다. 그리고 그를 벽 뒤쪽으로 밀었다. 몸이 들렸고  퍽 소리가 창고에 울렸다. 판수의 등이 벽에 닿았다.  왼손에 최대한의 힘을 가하자 우드득 소리가 났다. 그의 목 근육이 부러지는 소리였다. 판수의 목은 순식간에 꺾여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그는 눈을 감지도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석철은 피가 흐르는 왼손에 옷을 찢어 묶어 지압 한 뒤 문으로 몸을 돌렸다. 김성호가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시체는 알아서 처리하고 앞으로는 나한테 연락을 하면 될 거요.  

강석철은 말을 마친 뒤 공장을 나서 차에 올랐다. 김성호는 김판수의 사체를 차에 싣고 한밤중 CCTV 사각지대 김포 외각 한강변에 그를 던졌다. 김성호는 시체를 처리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사체는 며칠 후 떠올라 김포대교에서 산책을 하던 사람에게 발견 됐다. 김판수는 그렇게 삶을 마무리 했다. 김성호는 김판수의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김전호는 오전부터 부총통 전경호에게 보고할 내용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전경호는 곧 새로운 총통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김전호는 특임부대를 만드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 김경섭 박사와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고 그는 하찮은 윤리를 들먹이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안보실의 국방부 수의계약 프로젝트도 모두 철회 시켰다.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었지만 하찮은 대의 명분과 독재를 들먹이다니. 화재로 뒤처리를 한 것이 나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프로젝트를 모두에게 알리겠다니 아쉽지만 그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김전호는 이번에는 제대로 성과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 될 것이다. 오늘은 부총통에게 최종결과물을 보고할 차례이다. 마르크 박사의 데이터는 거의 완성되어 있었고 준비는 거의 마쳤다. 시험인원 10여명의 준비작업도 순조로웠다. 그는 마르크의 연구지원을 시작하며 경찰 특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역할을 위한 특수한 임무는 총통 취임 20주년 기념행사가 시험대였다. 이들은 과연 실전에서 의도대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전호는 경찰 특수부대에서 비밀리에 인원을 모집했다. 그리고 마르크의 연구프로젝트의 완성을 앞두고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김전호는 부총통을 파주의 한 비밀연구시설로 안내했다. 김전호는 부총통의 차량이 오는 것을 정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다섯 대의 차량이 부총통의 차량을 호위하며 부대에 도착했다. 김전호는 마중을 나온 후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멀리 돌아왔네. 이제 거의 완성 된 것인가? 부총통 전경호는 김전호를 따라 2층 사무실로 따라 올라갔다. 잠시 후 그들은 의자에 앉았다.

실험이 막바지에 왔다니 그동안 성과가 얼마나 있었는지 좀 지켜보고 얘기를 나누지.

네, 마르크 박사로부터 데이터는 거의 다 도착을 했습니다. 최종내용은 극비 보고서로 작성이 될 것이고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됩니다. 이미 선발대 몇 명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향했다. 관제실에서 이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10명 내 외를 1차로 선발했고 국가관과 충성심 비밀엄수를 우선으로 했습니다. 물론 체력적인 면도 고려했고요.

그래? 전경호는 연구시설을 보았다. CCTV로 인원들은 각자의 방에서 체력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 실험이 시작되는 것인가? 지난번처럼 군불만 때는 것은 아니지? 전경호 부총통이 김전호를 보면서 못 미덥다는 듯이 말했다. 김전호는 당황스러웠지만 확신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의외로 마르크박사의 연구가 빨리 진척되어 저도 좀 놀랐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오히려 장점이 됐고요.


극심한 고통이 따른다며? 사망자도 나올 테세고.

네 충분히 상황을 염두해 뒀고 사망자가 생길 경우 집회 시위에서 폭력집단에 따른 사망으로 처리가 될 겁니다. 시나리오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차질이 없어야해. 만에 하나 일이 외부에 알려 지면 시끄러운 문제가 생길거야.

지난번 김경섭 박사를 처리한 것은 후환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빈틈없이 준비해 두겠습니다. 부총통님께서 총통에 취임하시는데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국이 좀 안정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총통의 공백상태가 사회적 혼란을 불러오는 원인입니다. 총통은 이제 너무 물러 터졌어요. 부총통 전경호는 침묵했다. 암묵적 동의였다.

 이번에 국회에서 의료법이 개정되고 공단에서 제품이 좀 풀리면 재정에 숨통이 좀 더 트일거야. 산발적 시위가 늘어나고 있지만 본보기를 좀 보여야지. 실험이 성공하면 말이지. 부총통 전경호는 실험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을 주위 깊게 쳐다보고 있었다.

곧 마무리 될 겁니다. 청화수도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좀 더 몰아붙여야 여론이 좀 바뀔 텐데요.

국정원에서도 잘 맡아서 처리하고 있어. 좀 더 시끄럽게 만들라고 했고. 그래야 명분이 좀 생기지. 실험이 성공하면 저 인원을 최대한 늘려봐. 저들을 통해서 반대세력도 좀 더 눌러야 하니. 사회적으로 곧 좀 안정을 찾아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론을 돌리고 명분을 만들어야 해.

네, 실패 없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전호도 같이 모니터를 보면서 대답했다. 잠시 후 몇 명의 실험체 인원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운동장에서 이들은 초기 반응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들을 한번 보시죠. 김전호가 말을 꺼냈다.

아직 시험 초기이지만 운동신경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이들의 체력과 지구력 근력도 몇 배가 늘어났죠. 초창기 약물투여를 시작했고 이제 점점 탄력이 붙을것입니다. 전경호는 저들의 순발력과 운동능력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 애들이 못한 것을 우리가 해 내는 구만. 난 그런게 자랑스러워. 전경호는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을 근로자나 관리자로 위장해 2차는 공단에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알려질 수도 있으니여기는 장소가 좀 협소하기도 하고. 일단 그쪽 장비로 오차를 줄여야 하기도 하고요.

같은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 되네. 전경호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예상대로 진행될 테니 염려 안하셔도 될 겁니다. 이들은 실험체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들이 몸을 움직이는 것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마르크 박사는 왠지 모를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실험결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마르크는 이론을 체계화해 정리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할 생각이었다. 살아남은 저들이 적절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가 필요한데 추가연구가 진행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만약 이들이 과도한 운동능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의식의 혼란과 근육의 파열이라는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 내용은 아직까지 최종 보고서에 담아내지 못했다. 곧 내용을 마무리하고 마르크는 개성을 떠날 생각을 했다. 강석철 일행이 연구소를 탈출한 뒤 마르크는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수필은 마르크가 새로운 대상을 실험체로 해 더 완벽한 연구를 진행하기를 바랐지만 마르크는 연구에 흥미를 잃었다. 이미 의식을 스캔하고 전달하는 기전을 파악하고  완성 한 상태였다. 이들의 고통을 보며 안보실과 진행했던 <키메라 프로젝트>는 이제 더 하고 싶지 않았다.  실험대상의 운동능력을 적절히 조절하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연구를 의뢰한 이들은 이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능력을 활용하는것에 있을 뿐. 부작용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지 모른다.  실험체는 소모 대상일 뿐.  저들은 얼마든지 대체자원을 만들 수 있다.   마르크는 자신의 연구 성과가 바른 방향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었다.


김수필과 김전호를 보더라도 이들이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모든 자료를 넘겨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들은 분명히 연구데이터를 악용할 것이다. 마르크는 며칠간 숙소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날이 좋을 때는 공단 주변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고 간간히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했다.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김수필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김씨 일가 왕조에서 무슨 이상적 사회주의공동체냐고 김수필은 못마땅해 하며 쏘아 붙였다. 하지만 개성 일대는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김병철이 실제로 권력을 쥔 이후에는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인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권력에 대한 반감도 줄어들었다. 마르크는 이 부분에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마르크는 경비가 느슨한 틈을 타 북쪽의 장마당을 종종 방문해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가끔 검문에 걸리기도 했지만 방문자체가 금지되지는 않았다. 그날 업무를 마친 뒤 마르크는 비밀리에 개성시내와 장마당을 돌아 보았다. 마르크는 개성일대 장마당에서 원시 자본주의 초기의 활력과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자주 받았다. 사람들은 활기에 넘쳤고 살아보려는 의지가 강했다. 남한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북한의 음식은 역시 그랬다. 집 근처에서 재배한 야채와 과일들을 파는 사람들. 중국이나 남한의 공산품 그리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물건들을 가져다 판매하는 이도 여럿 이었다. 이곳은 나름의 규칙대로 돌아가고 있었다국수를 한 그릇 사먹고 여러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그때였다. 갑작스레 폭발음이 들렸다. 시장바닥에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시장은 곧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몇 발의 포탄이 더 떨어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고 흙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거대한 소리가 그의 고막을 때렸다.

그 여파인지 잠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고막은 폭음으로 기능을 멈췄다. 사방의 모든 소리가 정지 된 듯 했다. 묵음의 세상이었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시장바닥 주춧돌에 머리부터 떨어졌다. 마르크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김병철의 개성 사령관 실은 위기를 직감했다. 개성지역으로 포위망이 점점 좁혀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심한 것이 실수였다. 김병철과 개성임시정부는 수적 열세를 고려해 경비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 평양이 승부수를 던진 듯 했다. 교전의 빈도와 수위는 점점 높아졌고 병력과 무기 등 모든 것에서 개성의 김병철은 평양세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평양은 기회를 노린 듯 했다. 민간인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났다. 개성 병동은 부상을 입은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의료용품도 부족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김병철은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을 맞았다.


더 이상 밀리게 되면 방어세력이 없습니다. 곧바로 개성으로 평양세력이 들이 닥칠 겁니다. 사령관님. 그러면 끝입니다.

김병철은 고심하고 있었다.

평양에 연락 넣어서 더 압박하면 곧 무기를 쓰겠다고 전하라우. 본때를 보여줘야 갔어. 평양에서 전갈이 왔나? 포격이 잠잠해지고 총격이 멈췄을 때 김병철은 부관에게 물었다. 부관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사린을 최소화하고 평양근처 수비대를 겨냥하라.  인민들의 피해가 없게. 레이다에 걸리지 않는 작은 비행체도 준비하도록.

그렇지만 그대로 하다가는 인민들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생화학 무기의 피해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어. 이대로 있다가는 우리가 모두 죽게 되니 저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지. 평양이 무사할 수 있을까. 저들도 댓가를 치른다는 것을 알게 해줘. 김병철은 결단했고 부관은  지시를 내렸다. 평양근처의 수비대가 전멸할 수도 있다. 인민군의 손실을 뼈아프지만 저렇게 나온다면 할 수 없지.


그날이 바로 개성과 평양의 피의 보복전이 있던 날이었다. 개성에서 발사한 주체 100호의 방사포의 사정거리는 최대 200km안팎이었다. 김병철은 사격을 알렸다. 방사포의 포탄에 실린 사린가스는 평양근교의 천리마와 강서군 안팎의 공터를 타격했다. 화학무기의 위력은 엄청났다. 즉각적으로 외각의 평양 수비대 수백이 목숨을 잃었다. 부대와 시설은 수많은 사체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외신은 급속하게 상황을 타전했고 전 세계에 북한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외신을 탔다. 평양은 무자비한 보복을 가했다.  곧바로 피의 보복이 이어졌다. 개성의 장마당을 비롯한 시청과 남대문  시내중심지와 민간시설까지 포격이 이뤄진 것이다. 전투기가 공단근처시가지를 타격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극동지역의 평화유지와 북한의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었고  위기감이 폭발직전에 이르렀다.

 

김병철은 곧 추가 보복을 천명했다. 남은 무기를 모두 사용해서 평양에 포탄을 투하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상호 확증파괴의 단계로 갈 것도 주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위협에 비례해 사린가스 폭탄의 양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누가 더 잃을 것이 많은가의 싸움이었다. 결국 UN 안보리가 소집되었고 평화유지군 파병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평화유지군 파병에는 이런 사정이 숨어 있었다. 김병철 군부세력은  무장해제를 조건으로 개성일대에서 외각으로 물러났도 평양은 민간지역에 대한 포격과 점령을 위한 군사행동을 멈추는 것이 조건이었다. 이후 UN평화유지군은 한시적으로 개성에 주둔하기 시작했다.  수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산발적 교전은 멈추지 않았다.

이전 25화 [장편소설] 붉은 눈 3부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