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게 된다면
얼려두었어요
차갑게, 냉동
흐르지 못했더라고요
그래서 같은 지점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좌절하고
포기했더군요
딱딱하게 굳어진 마음
나무껍질처럼 뻣뻣한 표면
붉은색 거센 불길과
차갑게 냉동된 시퍼런 얼음벽들
그 두 세계 사이에서
위태롭게 버텼었네요
그 두 세계를 이어 줄 다리
그 두 세계를 만나게 해 준다면
불길과 얼음이 만나면
불길은 식고, 얼음은 녹을 거 같은데,
그래서
흐르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흐르도록 내버려 두면
사이사이에 물들이 고여서
얼음벽을 녹이고
붉은색 거센 불길도 조금씩
잦아들지 않을까요
그렇게 물이 되어
그렇게 물이 되어
물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