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라이딩 계절이 돌아왔다
가을이 돌아왔다. 짧으니 더 진하게 즐겨줘야 하는 가을이다. 올봄부터 시작한 나름의 루틴이 있는데, 날씨가 좋아지면 퇴근 후 한강으로 나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추운 겨울을 지나 나무들이 연두 잎을 틔우고 피부에 닿는 공기가 포근해졌던 봄처럼, 숨이 턱 막히는 더위가 가벼워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으니 지금이 바로 한강 라이딩을 즐겨야 할 때다.
한강을 옆에 끼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걸어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이 나온다. 나들목에서 걷기 시작한 가벼운 산책으로는 닿지 못하는 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타고 가다 보면 선물처럼 중간중간에 예쁜 풍경들이 펼쳐진다. 컴컴한 고가도로 아래를 넘어가면 갑자기 등장하는 평화로운 길목들, 강물에 비쳐 반짝이는 윤슬, 쏴-소리를 내며 바람에 살랑살랑 나부끼는 나무들, 지나갈 순간이라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자꾸만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연신 사진을 찍고, 그러지 못한 곳들은 열심히 눈에 꾹꾹 담아낸다. 노래를 들으면서 타다 보면 더 그림의 한 폭 같다. 그럴 때 있지 않나? 노래를 보며 길을 가다 보면 갑자기 내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뮤직 비디오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기분. 감정을 소모하고 반쯤 영혼을 놓은 채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이런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면 몸 구석구석 끄트머리에서부터 모든 감각이 끌어모아져 비로소 진짜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좋아하는 김신지 작가님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인생의 좋은 한 때가 지나가고 있구나라는 마음.
개인 자전거가 따로 없어서 한강 나들목에 모여있는 따릉이를 애용하는데, 봄과 가을에만 비정기적으로 타서 정기권은 끊지 않았다. 천 원을 내면 1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데 퇴근하고 적당히 타기 좋은 정도다. 하루를 잘 살아내고 고생했다, 수고했다 해주는 선물 같은 시간을, 때로는 요동치는 마음의 파도를 잠재워주는 평화로운 시간을 단 돈 천 원에 누릴 수 있다니. 올 가을도 이 퇴근 후 힐링 비용으로 야금야금 돈을 꽤 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