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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Sep 27. 2021

저는 21년째 퇴사를 준비 중입니다

21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속에 사직서 한 장은 늘 품고 산다. 나도 20년이 넘는 시간을 이유야 달랐지만 사직서를 늘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 사직서를 품고 사는 사람들마다 각자 의미야 다르겠지만 내겐 가슴속 사직서 한 장의 의미는 어떤 각오나, 비장함은 아니다. 오히려 왠지 모를 마음의 안정과 편안함과 관계가 깊다. 또한 사직서는 앞으로의 내 계획을 새롭게 세우고, 괴로워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내겐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그 사직과 퇴사의 의미는 한결같았고, 그런 마음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직장 생활 21년 차, 내 인생에서 회사를 다닌 일 수만 따져봐도 일 년에 약 260여 일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5,500일이 넘는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40,000시간이 넘는 어마어마한 기간을 직장과 함께 한 셈이다. 처음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토요일에도 격주로 근무를 했고, 야근을 밥 먹듯이 했던 시절을 감안하면 직장에서 머문 시간은 아마 50,000여 시간은 족히 될 듯하다.


사람들은 왜 회사를 다닐까? 아니 왜 회사를 다녀야 하는 걸까?

물론 이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아도, 혹은 답을 갖고 있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많다. 자영업을 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혹은 금수저로 태어나 굳이 어디에 소속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분들도 회사를 다녀야 하거나,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하나쯤은 같은 목적이 있다. 그건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산적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글에서는 그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농사를 짓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이야기까지 포함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이고,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난 철저하게 내가 경험하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이 글에 쓸 생각이다.


난 회사에 다닌 지 정확히 21년에서 약 세 달 정도가 모자란다. 오랜 시간 동안 회사를 다녔고, 한 곳이 아닌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다. 우리 부모 세대에만 해도 한 번 직장은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곧 잘 썼다. 지금은 말해야 입만 아프겠지만 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혹은 너무도 힘들어서, 때로는 자아실현을 위해서 회사를 옮겨왔고, 지금도 회사를 옮긴다.


난 특히나 이직률이 높은 IT 관련 기술직군에 속한다. 다른 업무에 비해 조금 더 변화에 빠르게 그리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항상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늘 공부해야 하고, 늘 준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직군임에도 난 처음부터 내가 하는 일이 좋았고, 21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일로 여전히 밥벌이 중이다.


그럼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얼까.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천직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언젠가는 그만두어야 할 일이지만 지금 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중에 가장 잘하는 일이고, 가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해나갈 듯하다.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막연히 컴퓨터 관련 일이 전망이 좋다는 말에 전산학부에 입학을 했다. 재학 중에는 컴퓨터 언어가 힘들고, 어려워 학부 내에서 만만할 것 같았던 통신 관련 전공을 선택했다. 졸업을 앞두고는 논문을 쓰지 않으려고 기사 자격증을 땄고, 시원찮은 학점으로 대기업 대신 IT 관련 기업에 입사를 하게 됐다.


결국 내게 회사는 첫 단추부터 내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선택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시작한 처음 사회생활의 경험과 스킬이 지금의 21년 차 직장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그렇게 생계와 독립을 위한 첫발을 선택이 아닌 선택받음으로 시작했고, 길고 긴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21년간의 직장생활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5만여 시간이 넘는 오랜 직장 생활 동안 항상 만족스러운 시간은 아니었다. 물론 때로는 중요했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성취감에 기쁜 일도 있었고, 여러 사람이 포기했던 사업을 수주해서 스포트라이트도 받아봤다. 회사 우수사원의 영예를 안고 으쓱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승승장구하며 떨어지는 법을 모를 때도 있었지만 풍전등화같이 언제 그만둬야 하나를 고민해야 할 때도 있었다. 또 관계 때문에 하루하루를 혼자 고민에 빠져 산 날도 있었고, 고된 야근과 주말 근무로 저녁 술 한잔을 마치 진통제 삼아 버틴 날들도 있었다.


난 이제 곧 다섯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내게 회사로서는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곳으로 이직을 한다. 앞으로 10년, 7년 아니 그보다 짧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옮겨갈 회사가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10년을 다녔던 회사를 정리하고 있다. 한편으로 새롭게 시작할 회사를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날 선 각오나, 간절함까지는 아니지만 더 이상 퇴사를 계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조차도 쉽지 않은 생각이고, 쏟아야 할 에너지도 적지 않음을 잘 알기에 난 곧 옮겨갈 회사에서도 같은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고비야 있겠지만 그래도 바란다면 이직 고민에 대한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길 바라고, 바랄 뿐이다. 


 '여러분들도 혹시 지금 퇴사를 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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