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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왜 글을 쓸까

이진수 작가의 <세상을 움직이는 글쓰기>를 읽고

by 이춘노 Jun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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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모순(矛盾) 덩어리다.’

  글은 쓰고 싶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지만, 비판적인 말들에는 상처받기 싫다. 글로 유명해지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튀고 싶지 않다. 솔직히 좋은 소리 들으며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싶다. 그게 내가 바라는 마음이다. 정말 난 이기적인 글쟁이다.      


  2020년 12월부터 시작했으니, 대략 1년 반 정도로 나름 브런치 작가로 활동 중이다. 구독자나 조회 수로 본다면 유명하진 않지만, 꾸준히 써와서 그런지. 어느 정도 중간은 가는 것 같다. 게다가 자주 서로의 글을 봐주는 작가님도 많다 보니 그분들 새로운 글을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그것이 아마추어 작가 지망생의 정글이라고 하는 브런치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한편으로 이곳의 작가들은 나름 글 좀 쓴다는 분들이 모인 공간이다. 그냥 일기장에 혼자만 보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위해서 한 사람을 위한 노골적 구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도 안 읽을 수도 있고, 너무 많은 사람이 볼 기회의 굴욕과 기회를 동시에 추구하는 도전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번에 <세상을 움직이는 글쓰기>를 읽으며,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는 정치 글을 쓰는 보좌관이다. 이 책은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를 묻지 않는다. 무엇이 ‘좋은 정치 글’인가를 묻는 현실 글쓰기 이론서이다. 그렇기에 노골적인 홍보도 글쓰기 능력이 부족한 정치인이 대필을 쓰는 것도 수단적으로는 상관없으나, 정치가 빠진 채로 흥행도 없는 글은 의미가 없다고도 평가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냉정한 현실 같아도 묘하게 수긍을 하게 된다. 

  물론 정치적 글쓰기는 브런치와 상관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쓰는 처지에서 누군가 읽어주지 않고, 내 생각도 반영이 안 된 일기장 같은 글쓰기가 과연 나는 해당은 없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난 참 이기적인 글쟁이다.  

   

  처음에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것이 활자로 찍혀서 실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두근거렸다. 그 후로는 내가 관심 있는 것을 이것저것 주제를 바꿔가며 글로 담아냈다. 소소하게 올렸던 글이 가끔 조회 수가 폭발하거나, 댓글로 응원을 받을 때는 묘한 자신감도 붙었다.      


  하지만, 난 보도자료나 연설문은 잘 못 쓰겠다. 솔직히 공무원은 보도자료가 숙명이다. 보고서도 그렇지만, 대외로 나가는 글은 참 중요하다. 그런데도 나는 과거에 쓴 것을 참고해서 대충 레고 조립하듯 글을 썼다. 어차피 핵심 정보만 바꾸면 내용은 거기서 거기였다. 가끔은 정말 고마운 지원 단체의 보도자료는 내 스타일대로 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왜냐면 그렇게 통과될 일이 없으니까. 이른바 ‘공무원 같은 글쓰기’가 싫었다. 그래서 모른 척 대충 글을 써왔다. 그러면서 남을 위한 글쓰기는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그것도 참 이기적이다. 결국, 일기장에 남기는 글이 아닌 이상. 그것도 내 글인데, 왜 대충 써왔던가? 조립하듯 배설하던 내 보도자료나 이렇게 브런치에 올리는 글도 다 내가 쓴 것인데, 작가로서 계산적인 것은 아닌지. 좀 반성해봤다. 모두가 질문하면 '나는 중도적 정치 성향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상식적인 글을 쓰는 평범한 작가 지망생이었나? 아니면 고집 가득한 성향으로 글에 힘이 팍 들어간 건 아닌가 하며, 책 장을 넘겼다. 넘기고 또 넘기다 보니 그 자체가 모순이었다.     


  정치가 모순덩어리지만, 필요하듯이. 글은 나에게도 꼭 같이 가야 할 숙명이다.      


  다시금 평소처럼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브런치에서 새로 올라온 글을 열 편 정도 읽었다. 전에도 일어나는 시간이 이르다면 좀 더 많은 작가의 글을 읽었다. 창작의 자극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른 시간에도 글쓰기에 열중이신 작가들이 참 존경스럽기 때문이다. 대충 열 편 정도의 글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글은 좀 더 파고 들어갔다. 솔직히 전부 읽지 않기도 하지만, 최소한 제목과 한 문단은 읽고 넘겼다. 그리고 하트를 뽕 날리면서 감사의 인사를 한다. 그게 내 브런치 일상이었다.  


  사실 요즘은 내 글을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우울했다. 불안한 인생에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 글을 쓴 것도 아닌데, 자꾸 욕심이 생겼다.  공모전도 기웃거리고, 나보다 구독자가 높은 작가님들 글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내 삶도 리셋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다고,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닌데, 너무 쉽게 가려고 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얼굴에 인생이 드러난다고 한다. 그렇게 거울을 보았다. 그리고 이제 초심으로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을 다시 보았다. 아마 나의 모순은 평생 해결하긴 힘들겠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 꼭 넣어야 하는 것만큼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나를 위한 이기적인 글쟁이에서 글을 위한 희생적 글쟁이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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