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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Feb 09. 2021

새해 목표는 떡메모지 만들기

소소하지만 확실한 나눔



 언젠가부터 새해 목표를 잘 세우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는 해도 잘 없는 데다가, 괜히 목표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약간의 자책감이 연말의 기분을 망치는 게 싫어서. 그래서 올해 목표를 짜는 것에도 심드렁했지만, 딱 한 가지 해보고 싶은 일을 정했다.


 그건 바로 떡메모지를 만들어서 주변에 선물하는 것.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두 가지 있는 데 첫 번째는 직접 만드는 것, 두 번째는 타인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각각의 포인트에 대한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직접 만드는 것. 아이패드를 사고 나서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딱히 그린 그림을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그리고 싶을 때만 그리는 지지부진한 작업률과 게으름증으로 인해 그림 인스타나 유튜브를 운영할 깜냥은 안되고, 그냥저냥 그린 그림을 묵혀두기만 했다. 전문적인 어떤 것을 운영하기에는 나의 그림실력이 너무나도 미약하여 취미로만 한 번씩 그림을 그렸는데,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미 수준의 애매한 그림실력이지만 그래도 뭐 하나쯤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들어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고 싶은 요즘의 욕망과 겹쳐져 뭘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내가 그린 그림으로 최대한 부담 없이(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을 찾아보다가 떡메모지를 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타인에게 선물하는 것. 여기서 하나 생략된 말이 있는데 아무 이유 없이 타인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나는 타인에게 마음과 정성을 쏟는 것에 인색한 편이다. 나는 아직 마음이 덜 커서 때로는 누군가가 내가 이루지 못한 성취를 냈을 때 부러움과 질투의 마음이 들기도 했고, 나에게 무심한 사람에게는 나 또한 똑같이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내가 바꾸고 싶은 나의 모습 중 하나이다. 누군가의 좋은 일에 질투 없이 활짝 웃으며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때로는 아무 이유 없이 주변에 작은 선물을(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단순히 선한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이 단단하고 잘 정돈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새해 목표는 세우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해가 지날수록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확고하다. 내가 생각해도 쿨하지 않고, 멋지지 못한 나의 모습을 바꾸어보고자 하는 시도로 내가 만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



 내가 떡메모지를 제작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떡메모지를 인쇄할 업체를 고른다.

 나는 선물용으로 메모지를 만들기 때문에 많은 수량을 인쇄할 필요가 없었고, 내가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준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적은 수량의 인쇄가 가능한 곳, 가격이 합리적인 곳을 찾았고 몇 개의 블로그 리뷰를 읽은 후 떡메모지를 인쇄할 홈페이지를 정했다. 각 블로그 리뷰를 읽고 인쇄 시 원본과 색상의 차이가 크지 않은지도 확인했다.





 2. 메모지로 만들 그림을 그린다.

 나는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렸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지만, 워낙 눈을 좋아해서(바다를 사랑하는 낙타가 이런 기분일 거야) 눈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계절에 어울리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이 오는 풍경을 보면 몽글몽글 마음이 행복해지니깐. 어떻게 보면 ‘자 이거 내가 준비했어 받아줘, 거절은 거절할게.’라는 일방적인 선물이기에 받을 사람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평소에 그리던 귀여운 캐릭터는 접어두고 눈으로 주제를 정했다.

이때의 팁! 떡메모지를 제작할 업체 홈페이지에서 규격을 확인한 후 그림을 그리는 것! 홈페이지에 따라서 칼선(떡메모지 제작 시 제작되는 캔버스 크기) 이미지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미리 다운받은 후 내가 제작할 떡메모지의 규격에 맞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 칼선 이미지에 출력되었을 때 인쇄되는 크기가 사각형의 모양으로 표시되어 있어 그림을 그릴 때 이 사각형 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그림을 그렸다. 규격에 맞지 않으면 떡메모지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그림의 일부가 잘릴 수도 있다.





3. 그린 그림을 업로드하고 떡메모지를 주문한다.

 프로크리에이트에서 그린 그림을 이미지 파일로 저장한 후, 떡메모지를 주문했다. 택배로 받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서 기간에 여유를 두고 준비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완성된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뿌듯함의 콧김을 내뿜으며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캔들워머까지 키면서 열정적으로 촬영했다.
opp봉투에 넣어서 포장했다.





4. 주변에 선물하기

 요즘에는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직 다 선물하진 못했지만, 몇몇의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귀하고 소중한 나의 친구들에게 전달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진 못했지만, 소소하게나마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좋아서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제작하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전달받은 지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기분이 좋았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에 조금은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 뿌듯하기도 했다. 내가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선에서 작고 소소한 나눔을 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앞으로도 생각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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