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좀 빌려주세요

아니면 오늘 날씨랑 내일 날씨 교환도 되나요?

by 희삐
날이 좋아서 선유교 산책하는 삐삐


날씨 좀 빌려주세요


주말에 쓸 날씨를 대여하기 위해

천지창조 사무소를 찾았다

날개를 고쳐 앉은 직원이

신청서를 내밀었다

해와 바람과 하얀 구름에 체크하고

사유를 적는 칸에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강아지가

놀러 가야 한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작성자의 지난 일주일 치

마음씨를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


신청서를 받은 직원은

잠시 기다리면 가능 여부를 체크해 주겠다고 했다


직원이 말했다

해는 안되고 바람은 되지만

하얀 구름은 안되고 회색 구름과 비 세트만

된다고 했다




날씨가 좋으면 '우리 강아지 데리고 어디를 가지'부터 생각하게 돼요.

20분 거리에 있는 한강공원부터 파주에 있는 강아지 운동장까지 갈 수 있는 데가 참 많은데 올해 유독 주말마다 비가 온 적이 있었어요. 평일에는 일을 해야 해서 멀리는 못 가니까 주말에 날씨만 좋으면 어디든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 시를 썼던 것 같아요.

금요일 날씨 좋은 거 토요일로 주시고 금요일은 그냥 비 오게 해달라고 속으로 생각하다가 날씨를 대여해 주는 곳도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면 대여조건으로 신분증을 주는 게 아니라 마음씨를 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좀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 교훈적으로 흘러갔죠. 동화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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