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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Sep 24. 2021

매출이 0원인 어느 날.


장사가 정말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여러 가지 이유를 찾다 나와 내 가게를 돌아보게 된다. 분명 나도 가게도 똑같이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손님이 오지 않으면 자꾸만 가게에 단점과 부족한 점만 신경 쓴다.


역시 가게 위치가 안 좋은 걸까?

내가 직접 한 셀프 인테리어가 예쁘지 않은 걸까?

커피머신과 원두에 문제가 있거나 조작이 서툴러 커피가 맛이 없나?

디저트 종류가 적고 맛이 없어서 안 오는 걸까?

아니면 가게를 운영하는 내가 카페와는 어울리지 않는 외모라서? 카페의 이미지를 해치고 있나?


별별 나쁜 생각이 다 든다. 시간이 남아 도니 생각만 많아진다. 가만히 있기엔 마음이 심란하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괜히 손걸레를 들고는 카페 여기저기 닦기 시작한다. 대걸레로는 닦이지 않던 바닥 구석구석을 닦고 올려져 있던 소품들도 닦아서 다시 배치하고, 테이블마다 소독도 한 번씩 더 한다. 카운터에만 있으니 내가 카페를 잘 살펴보지 못하는 건가 싶어 여기 섰다, 저기 앉았다 하며 카페를 둘러본다. 문 열고 들어오기가 꺼려져서 그런가 싶어 매장 문을 괜히 열었다가 닫았다가, 낮인데도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안 오나 싶어 간판 불도 일찍 켰다가 꼈다가... 풍성한 느낌이 들게 쿠키도 더 굽고 냉장고 정리도 다시 하고 테이크아웃 컵도 괜히 한번 똑바로 세워 본다.


어제와 다름없는 가게고 똑같은 나인데 오늘 하루 손님이 없다고 아무 생각 없던 카페와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평가가 달라진다. 내가 생각해도 나에게 참 인색하다. 방문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카페가 특이하고 예쁘다고도 해주시고 좋은 후기도 많이 올라온다. 분명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최선으로 가게를 꾸리고 가꾸고 있음에도 주변에 생겨나는 으리으리한 카페들과 오지 않는 손님을 보며 나는 또 '내 최선'을 무시하고 자꾸만 작아진다.


간단하게라도 인사 나누고 안부 묻던 손님들까지 발길이 뚝 끊기니 너무 심심하다. 프리랜서로 집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할 땐 심심한 걸 몰랐는데, 카페를 하고 한창 바쁠 시간에 손님이 없으니 시간이 딱딱한 콩 하나 걸린 맷돌을 가는 처럼 느리게 간다. 뭐라도 하나 팔고 한가하면 이렇게 속상하지나 않지. 아 진짜 왜 손님이 없지?? why??!! 다시 한번 울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이럴 때 그림이라도 열심히 그리고 글이라도 한자 더 써보자.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폭풍 타이핑을 하고 나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마감 한 시간 전.. 제발 한 명만! 한 잔이라도 팔고 집에 가고 싶다! 무교면서 간절히 아무 신이나 이름을 가져다 모든 신께 빌어본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손을 마사지하는 척 두 손을 슬쩍 모아 잡고 기도도 해본다. 이 난리를 떨어도 결국 마감까지 한 푼도 못 벌었다.

오늘 매출 0원. 속상한 마음에 답답한 이 카페를 바로 벗어나고 싶다가도 아쉬운 마음에 뭉그적거리며 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오길 기다리지만, 어떻게 지나가는 사람도 없냐. 오늘은 정말 날이 아니구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간판의 불을 내린다. 참... 이런 날도 있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루 종일 사람 목소리 하나 못 들어 적적하고 외로운 마음에 팟캐스트에 나오는 진행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바깥공기를 깊게 마시며 풍경을 보며 걸으며 곰곰이 생각하니 손님 없는 카페에서 10시간을 견뎌내곤 퇴근을 한 내가 참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대견했다.


'오늘 감정에 고비가 몇 번 있었는데 참 잘 참았네. 그래도 글은 좀 썼어. 내일은 분명 반가운 단골손님들이 카페를 찾아올 거야. 진짜 두고 보라고.. 찾아준 손님들께 더 잘해줄 테니까.'


손님 없는 하루를 통해 보통날의 감사함과 손님 한 분 한 분의 소중함을 배운다. 오늘은 손님은 없지만 내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손님들은 언제고 우리 가게가 싫으면 안 올 수 있는 건데 그 많은 카페들 사이에 내 카페를 꾸준히 와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가 더 손님 대접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내 안부를 묻고 나를 신경 써주는 손님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이만 푹 쉬고 내일 찾아 줄 반가운 손님께 더 밝게 인사하고 깨끗한고 쾌적한 환경에서 맛있는 음료를 만들어 주자. 그렇게 생각하니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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