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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May 21. 2024

자유로움을 이용하는 방법

어제보다 나은 지금의 나를

 

   ‘와! 평일에 내게 이런 시간이 주어지다니’ 모처럼 주어진 평일에 주어진 휴일은 금쪽같은 시간이다. 작년 근로자의 날에는 정상 근무를 하였는데 올해는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력 외 휴무가 결정되어 뜻하지 않은 평일의 공휴일을 가지게 되었다. 기회를 놓칠세라 이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사사삭’ 머릿속에 그날의 일정을 그려갔다. 먼저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도서관 한 곳을 방문하여 오전 내내 책에 빠져 있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가던 길과 다른 새로운 길로 향했다. 아침 햇살이 드리운 길은 출근길과 다른 속도로 나무마다 온기를 내리기 시작하고 지나는 길마다 눈에 보이는 여유와 자유로움으로 인해 설렘과 기대가 밀려왔다.



   오전 내내 보듬을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해 쓰인다. ‘룰루랄라’ 흐르던 라디오 음악을 곧잘 따라 부르며 창문을 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도서관 주차장에 다다랐다. 세종 국립도서관은 웅장한 모습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책이 펼쳐진 모습을 따라 형상화한 건물은 시작부터가 웅장하고 주변의 경관 또한 쾌적하고 아름다웠다. 9시가 채 되지 않아 아직 문을 열지 않았기에 우선 차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려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 1층을 향한 계단 따라 피어난 꽃들과 바람은 아침 공기를 실어 나르느라 분주하고 바로 옆으로 폭포수가 물줄기를 뿜어내며 경쾌한 아침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곳을 살며시 내려가다 보면 어린이 도서관과 이어진 곳에 놀이터가 있다. 나무와 꽃이 심어진 정원 같은 공간에 꾸며진 놀이터는 산책로와 이어져 있어 주민들이 접근하기 너무 좋았다. 이른 아침이라 이곳의 주인공들은 아직 없지만 조금 있으면 즐겁게 깔깔거리며 채워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올라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주변을 산책하듯 거닐면 연못을 따라 심어진 수생식물들이 보인다. 거기에 한 마리 오리가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예뻐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쳐다보았다. 오리가 뒤뚱거리면 나도 따라 뒤뚱거리고 오리가 헤엄치면 나도 같이 헤엄치듯 걸어갔다. 오리가 그만 따라와라, 심술이 났나 보다. 딱 멈춰 서더니 이내 수생 식물 사이를 비집고 고요히 사라지려 하기에 ‘이제 너의 시간을 주마’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오리 한 마리 쫓아가기


   오픈 시간이 다가올 무렵이 되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다. 백 팩을 짊어진 청년들(대학생일지도 모를), 재량휴일이라 엄마를 따라온 아이, 중장년층 할 것 없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정문 앞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평일 이른 시간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 일지, 어떤 마음으로 왔을지 몹시 궁금했다.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는구나!’ 하며 감탄하였다.



   정문이 열리자 이곳을 잘 아는 사람들은 너 나 할 없이 자연스럽고도 민첩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첫 방문이라 어설픈 나는 엉겁결에 사람들을 따라 들어간 후 공간을 이리저리 휘둥그레 쳐다보다 비어있는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책이 가득 뿜어내는 향기를 따라 도서관 안을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살펴 가며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정문 옆에 앉아있던 보안요원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길래 나 혼자 멋쩍어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설계된 공간의 구조가 편안하면서도 넓고 쾌적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쉴 수 있는 공간은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를 품어내고 책을 보거나 자료 검색, 정리 등이 손쉽게 이용될 수 있도록 구간별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4층은 카페가 있어 좋아하는 커피와 베이커리를 먹으며 앞에 펼쳐진 호수공원에서 반짝이는 물빛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초록을 입힌 호수는 유난히 반짝이는 싱그런 맛이 났다.



   근처에 가까이 사시는 분들은 참 좋겠다. 아름다운 도심 안에 세워진 도서관과 자연의 경관이 합을 이루어 맑은 공기를 실어 내고 이곳에서 사각거릴 책의 향기는 각자가 누릴 사유와 생각으로 인해 자유로운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은 필사하기이다. 먼저 가볍게 읽고 눈에 머무는 좋은 문장을 손으로 따라 쓴다. 그러면 좋은 말들은 흩어지지 않고 마음속에 ‘콕’ 박히어 다시 읽어가는 순간이 된다. 그리고 주어진 문장 안에 생각을 넣어 내 느낌을 정리해 본다. 마음 가는 대로, 느낌대로 나의 경험이나 다짐들, 문장에 관한 생각을 오롯이 나와 나누어 본다. 그런 이유로 도서관 나들이는 내게 각별하다.     



화단에 놓인 글씨들




일상의 소소함 안에 만나는 글들은 내게 작은 변화를 남기어 가며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며 잘 알아가는 시간을 만든다. 이해함이 인정이 되고 다양한 생각들을 존중하게 된다.  

책은 내게 좋은 친구이다. 문장을 따라 손으로 지나가며 읽고 꾹꾹 눌러 다시 쓰며 기록되는 일들은 무엇보다 마음을 기대 가는 일이다.  좋은 마음으로 채워가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필사 후 꽃향기 묻히기





일정 안에 놓인 자유로운 시간을 허락하여 가는 일은 나와 친밀하게 만나는 방법이 된다. 무언가 몰입하여 가는 순간 뿌듯한 감정은 오로지 나만 느낄 수 있기에 그 맛을 아는 순간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습관이 된다. 모든 일은 생각의 차이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마음가짐은 책과 만나며 유연하게 확장되어 가고 다독인 생각들과 경험은 실천으로 인해 살아갈 힘의 크기를 다르게 만든다.

   







 평일이 주는 휴일! 오늘은 제대로 이곳에서 휴식하여 간다. 내가 읽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들로 서서히 집중하는 시간은 어쩌면 내가 좋아하기에 즐겁고 소중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책이 주는 선물은 글 안에서 깊어지는 눈을 가지게 하여 주변을 소중하게 바라보고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지금 보아 가는 것, 생각하는 것들은 좋은 에너지로 씨앗을 심어 싹을 이루어 틔워내기까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찬찬히 만들어가는 일이다. 자유로움의 시간 안에 조금씩 매일 집중하여 시간을 쓴다는 것은 어제보다 괜찮은 나를 만나가는 바로 그런 일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도서관에서 바라보는 호수공원의 여유






24.05.01. 수요일의 일기 쓰기


스스로 행복해질 방법은 나를 바라보기다.

지나치게 걱정할 일도 없고

구태여 자기 입장만 고집할 필요도 없으며

타인의 생각에만 의지하여 나아갈 일도 아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지금에 이르러

내 마음이 진하게 울리는 대로

억지로 무언가 하려 하기보다

평온한 마음 보태어 가는 일이다.


그리하여 멋지게 늙어갈 미래의 날은 기죽거나 슬픈 일이 아니다.

지금 오는 행복이 스스로 낳아가는 바른 생각을 품은 내가 되는 일이다.

가장 멋지게 들어올 인생의 행복을 지금 기쁘게 맞이해 보자.


꽃과 나무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어 기쁘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가는 순간이 행복이고

무언의 수다스러운 끄적임이 그저 좋아서

나날이 푸르러가는 5월의 첫날이다.


정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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