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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사과 김진우 Oct 22. 2023

우리는 모두 매력적인 존재이고 싶다

PT를 받으며 한 시간 내내 교성을 지르는 여자가 있다. 운동하다 보면 종종 신음이 흘러나오기는 하지만, 대개는 마지막 고비를 넘을 때인데, 이 여자는 모든 세트의 처음부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해서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커진다. 체육관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듣기 민망한 소음이, Sia, BTS, 이무진의 음악과 뒤섞여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그 여자가 PT를 받는 한 시간 동안 나는 힘들어도 소리를 자제한다. 내가 내는 소리도 이상하게 들릴까 싶어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고 뭐라 말은 못 하겠고,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몰라서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 그 여자의 PT 일정을 알아내서 피하고 싶다.      


그 여자가 한동안 안 보이기에, “소리 지르시는 분, 요즘은 안 오세요?”라고 물었더니, 시간대마다 한 분씩 있다는 트레이너의 답변이 돌아왔다. 친구들의 경험도 다양했다. 운동은 안 하고 패션쇼 하듯 체육관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여자, 몸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운동복을 입고 천국의 계단 위에서 신음을 내는 여자, 운동은 안 하고 지나가는 여자들만 힐끗거리는 남자, 썸 타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무리하게 역기를 들다가 응급실에 실려 간 적 있다는 친구 본인의 고백까지.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 우리는 모두 매력적인 존재이고 싶다. 그게 꼭 성적인 매력일 필요는 없지만, 인간의 관계는 결국 서로에 대한 호감에서 시작된다. 체육관도 분명 매력을 분출할 수 있는 곳이고, 위에 열거한 웃지 못할 행동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맥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맥락이 맞지 않으면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고 분위기를 싸아하게 만드는데, 자기만 모른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 1989)> 중 멕 라이언(Meg Ryan, 샐리 분)이 식당에서 교성을 지르는 장면, 젊은 시절 멕 라이언의 연기가 압도적인데, 안 본 사람은 챙겨 보길 바란다. 물론 그 장면은, 일부러 맥락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함으로써 영화 속 메시지(남녀의 성적, 생물학적 차이 등)를 극대화해 보여준다.      


체육관에서는 어떤 사람이 매력적일까? 나에게 묻는다면, 타인의 시선을 잊은 채 자신의 운동에 몰두하는 사람,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 그 한계를 넘어서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프로, 선생, 지도자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트레이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다른 장소에서도 매력적이다. 디자인대학에는 과커플이 많다. 프로젝트의 강도가 세고, 협업이 많다. 밤샘 작업이 많아서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무릎 튀어나온 작업복 차림이지만 각자의 프로젝트에 몰입하는 모습은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존재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 머문다. 연인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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