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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싹지기 Jul 18. 2024

텃밭에도 어영부영 장마가 와 버렸다.

상추는 가고, 열매들이 온다.


상추에서 정을 떼야하는 시기가 되었다


일찍 와버린 여름 탓을 하면서 맥을 못 추기 시작하던 상추들은 어느새 꽃대들을 쑥쑥 올려 버렸다. 지나고 보니 상추의 갑작스러운 성장, 그리고 예상보다 빠른 말로로 이어지는 과정은 눈 깜짝할 순간에 벌어진 일 같다. 상추들은 그렇게 가버렸다. 꽃대들을 올리고 하늘거리다 맥을 못 추고 누웠다가 다시 꽃대를 위쪽으로 꼬부라지게 올리는 그들이 아쉬워 정리도 못하고 있다가 결국은 대부분 잘라내 버렸다. 아쉬움 내지는 미련 같은 것 때문에 아직은 조금 남겨두고 있다.


장마가 오면서 비닐하우스 안은 물바다로 변했다. 논바닥 위에 성토도 제대로 못하고 급하게 지은 비닐하우스 바닥에는 장마가 오면서 수시로 물이 찰랑찰랑 거린다. 그제야 이제 상추들을 보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정리가 다 끝나지 않았다. 지금 내리는 이 비만 그치고 바닥에 물이 빠지면 나머지 상추들도 정리를 해야겠다.


결론은, 지난봄부터 장마가 오기 전까지는 즐겼던 상추 풍작은 끝이 났다. 처음엔 상추가 살짝 지겨워지기 시작하려다, 다시 정이 들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상추들은 우리 눈에서 사라졌다. 여름상추로의 자연스러운 전이를 꿈꾸었건만 그것도 실패했다. 여름 상추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여름에 강한 상추라고 씨앗도 새로 샀건만 그들도 또 다른 준비가 없이는 결국 큰 차이가 없었다. 보통의 상추보다 조금 더 강할 뿐이지 근본적으로 뜨거운 기온에 약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년부터는 여름상추로의 무난한 전이를 위해서 밭 하나에 근사한 그늘막을 갖춰야겠다고 생각을 한 정도이다.


그래서 오늘의 결심은 이것이다.

이 장마가 그치면 꽃대가 올라온 상추는 모두 정리하고 텃밭 한편에 그늘말을 세워서 시원한 상추밭을 조그맣게라도 만들어야겠다.




예상치 못한 참외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비닐하우스 안이 과습하다 보니 오이, 참외, 애호박 같은 넝쿨들의 이파리에는 하얗게 곰팡이병이 생기기 시작한다. 작년에도 이맘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비닐하우스 안의 작물들은 봄, 가을엔 좋았는데, 여름이 오면 거의 맥을 못 추게 된다고... 그래서 항상 여름에도 지속적인 수확을 하려면 바깥에도 함께 심어두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모종들을 심어놓고 물관리를 잘못했는지 바깥에서도 잘 살아남은 것은 참외 하나 밖이다. 애호박도, 오이도 모두 망해 버렸다.


참외가 이렇게 싱싱하게 자라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작년에는 참외 씨앗을 비닐하우스 안의 틀밭에 파종했고 그중에 몇 개가 살아났었다. 그 덕분에 참외를 키우는 재미도 느껴봤고, 직접 기른 참외 맛도 제대로 보긴 했는데, 끝이 안 좋았다. 마지막에 참외에 병이 와서 참외들이 상하기 시작해서 열매들이 상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한두 개씩 거두어 먹던 소소한 참외 수확은 끝이 났었다.


그 참외들이 밭에 떨어져 씨앗들이 남았던 모양이다. 올해 모종 몇 포기 산 것 외에도 참외싹들이 많이 올라왔지. 모종을 심은 것들이 영 시들시들하고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텃밭 한편에 어느새 엔가 와글와글 올라와 있던 이름 모를 싹들이 참외 싹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줄기가 제법 자라서 한 뼘 정도는 된 후였다.


덕분에 지금은 바깥의 틀밭에도 참외들이 튼튼하게 줄기를 뻗어나가고 있고, 두 개의 커다란 참외까지 달고 있다. 아마도 그 두 개가 익어서 따내게 되면 그다음부터 줄기마다 참외들이 달리게 될 것이다. 참외도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면 따먹는 재미를 안겨주는 것 중의 하나이다. 물론 오이나 애호박 정도로 급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줄기들이 많이 뻗어나가는 편이다. 때에 따라서는 잘 익은 참외들이 한꺼번에 많이 달리는 순간도 있다.




논바닥에서는 호박도, 수박도 맥을 못 춘다


논바닥이 그런가 보다. 흙이 고슬고슬해서 물이 잘 빠지는 밭과는 다르게 논바닥은 물이 고여도 잘 빠지지 않아서 논바닥인 게다. 생각과는 달리 물이 잘 빠지지 않는 흙은 작물들에게는 좋지 않다. 올해는 시험 삼아서 논바닥에 조그맣게 구덩이를 파고 부드러운 흙과 거름을 섞어 넣고 맷돌호박과 애플수박을 심어 보았는데 처음엔 잘 자라나 싶더니 장마가 오고 나서 한참이 지나니 결국 시들시들해진다. 아마도 물이 안 빠지니 뿌리가 썩어가는 모양이라고 추측을 해본다. 장마가 오기 전에 한 줄기에 겨우 하나 정도의 열매를 달아놓긴 했는데 더 이상 착과가 되지 않고 있다. 어쩌랴,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장마가 끝나고 나서도 회복이 되지 않으면 결국 애플수박 3개, 맷돌호박 5개 정도밖에 수확을 못할 것이다. 일단 기다려본다. 논흙의 위세는 대단했다.


호박은 빠른 성장 속도는 언제 봐도 놀랍다. 하루 동안 성장을 하는 차이가 눈에 확 뜨일 정도로 폭풍 성장을 한다. (호박의 초록색에 가려진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 보이시나요?)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망고수박이 자라고 있는데, 이것도 어쩐 일인지 한 줄기에 하나도 아닌, 한 주에 하나 정도밖에 착과를 하지 않고 있다. 장마 때문에 벌들이 수정을 못해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우선 기다려본다. 딸랑 두 개 맺힌 열매가 벌써 수확을 해야 될 정도로 커졌는데 첫 번째로 착과한 것은 모양새가 삐딱하다. 이건 왜 그런 걸까...



예상보다 잘 자라고 있는 비트들


비트도 비닐하우스 안과 밖에 나누어서 심어 보았는데 역시 바깥에서 비 맞으며 햇빛을 맞은 것이 훨씬 더 잘 자란다. 그래서 바깥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비트 뿌리를 먹고, 안에서 이파리 예쁘게 자라는 것은 이파리를 먹는 용도로 나누기로 했다.



땅콩도 잘 자라지요?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땅콩이 잘 자란다. 잘 부숙한 계분퇴비와 올해 처음 써보는 우분퇴비의 위력인가 싶다. 틀밭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무성하게 이파리가 자라고 있는 땅콩이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땅속에서 열매를 갉아먹는 것들이 없어야 될 텐데, 그게 걱정이다. 그러고 보니 친환경 토양살충제를 다시 한번 뿌려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7월에 새로 심은 것들


대파

대파들이 작년보다는 잘 자란다. 역시 달라진 것은 퇴비와 우분의 효과일 수도 있지만 올해는 따로 물을 주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비가 내리는 시기에 대파를 정식한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쪽파

올해, 쪽파 종구가 엄청 많이 생겼었다. 지난겨울을 났던 쪽파를 제대로 수확을 하지 않고 두었더니 모두 종구가 되었다. 우선 이 종구들이 역할을 잘하는지 시험 삼아서 대파를 심은 밭 한편에 심어보았다. 일주일 만에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종구로서의 역할은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젠 주변에 종구 나눔을 해도 될 것 같다.


루꼴라

모종이 잘 자라서 하우스 안에 정식을 했더니 이파리를 벌레들이 다 갉아먹는다. 사람이 먹을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다시 한번 시도를 해보기로 한다. 이번엔 바깥에다 심어야지.


공심채

공심채 맛을 처음 봤다. 무슨 맛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다. 동남아에서 잘 자라는 식물인지라 여름이 오는 7월에 발아도 잘하고 정식하고 난 후의 성장세도 좋다. 벌레의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것도 바깥에다 심어봐야겠다.


오크라

역시 7월에 심어도 잘 자란다는, 따뜻한 나라의 작물이다. 루꼴라와 함께 파종을 했고 발아도 잘 되었다. 한 포기의 크기가 매우 크게 자라기에 비닐하우스 바깥, 적당힌 곳에 심어 보았다. 잘 자란다. 심지어 장마가 와서 물바다가 된 가운데에서도 아직 잘 살아남고 있다.



7월 중순의 꽃들


매리골드

해마다 마당에 가득하게 올라오던 매리골드 싹들을 올해는 제법 솎아내면서 정리했고, 나눔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도 화단에 빽빽하게 올라오던 것들을 잘 정리해 주니 이제 꽃들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다. 매리골드는 지금부터 11월까지 계속 성장을 하면서 꽃들을 피워낼 것이다. 간격을 넓게 두고 키우니 꽃들의 크기도 제법 커진다.


백일홍

해마다 마당에서 스스로 올라오는 백일홍들이 항상 있었다. 그것들이 하나둘씩 싹이 올라오고 있을 무렵에 뒷골목에 사시는 꽃 키우는 아주머니 한 분이 백일홍 모종을 한가득 가져다주신다. 파종을 했는데 너무 많이 올라와서 어차피 솎아내는 것이라면서 말이다. 덕분에 작년보다 좀 더 풍성하고 체계적으로 백일홍들을 화단에 배치할 수 있었다. 이제 꽃들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다.


설악초

설악초가 하얀 꽃 이파리를 펼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나 보다. 화분에 홀로 튼실하게 자라던 설악초 한 포기에는 벌써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초록의 이파리들만 깔끔하게 자라던 설악초는 하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제법 우아한 자태로 바뀐다.


백합(마르코폴로)

이 백합은 향기가 진하다. 세 가지 백합이 순서대로 피어나고 졌는데 마지막에 피어난 분홍색 진한 백합, 마로코폴로 덕분에 화단에 향이 가득하다. 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는데 어디선가 향이 솔솔 풍기면 이 마르코폴로의 향기이다. 향기가 너무 좋아 많이 번식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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