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준비하기 위한 몇 가지 작물들을 새로 심었다
텃밭에도 여름이 왔다. 6월 초인데도 한여름이 시작되는 기온이 시작되니 땀을 바가지로 쏟아내는 계절이 되어 버렸다. 비닐하우스 안은 찜통이다. 작년에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여름 내내 땀을 바가지로 쏟아내면서, 다이어트가 따로 필요 없는 찜질방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는데, 올해는 더위의 느낌이 좀 달라졌다.
텃밭에 여름이 오는 계절의 변곡점은 상추 이파리가 맥을 못 추거나 혹은 쑥쑥 자라서 꽃대가 올라와 버리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런데 올해의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를 상추가 못 견디는 것 같다. 매일매일 물을 주어야 겨우 이파리가 마르지 않고 생기나마 유지하는 것 같다. 물론 비닐하우스 안의 상황이긴 하다.
또 텃밭의 여름이 오는 다른 변곡점은 감자를 수확하고 장마를 맞이한 후에 본격적인 더위가 오는 걸로 생각을 하면 될 텐데 미처 장마도 오기 전에 본격적인 더위가 오는 수준의 기온이 찾아오다 보니 감자 줄기가 생각보다 빨리 넘어지기 시작한다.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감자는 채 성장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 같고 해서 물을 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되는 수준이다.
수확량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여름을 맞이하는 작물들을 새로 맞이했다. 그렇게 텃밭의 여름은 시작이 된다.
6월 6일에 아내가 지나가다 찍은 텃밭의 모습이다.
6월 11일 즈음에 시장을 지나치다가 또 모종을 충동 구매했다. 물론 언젠가는 대파 모종을 사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들른 모종상이었지만, 견물생심인지라 눈에 보이는 다른 모종도 덜컥 사버렸다. 일구어놓은 텃밭엔 빈자리가 없는지라 모종이 들어오면 또 일거리가 생기는데 심을 자리도 없이 모종을 사버리는 건 텃밭 농부의 지름병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질렀다. 모종을 보면 질러 버리는 것, 그건 텃밭 농부의 악습관 중의 하나이다.
이번엔 대파 모종을 달라니 쪽파 한 단을 내민다.
"어, 이것 말고, 대파 모종을 주세요."
"이거, 대파 아인교."
"아~, 이게 대팝니까? 저기 모종판에 대파가 있길래... 지는 그걸 살 생각을 했지요."
"이게 뿌리도 실하고, 더 잘 자란다 아인교. 이게 낫니더."
"그럼 그걸로 주시소. 근데 지한테는 양이 좀 많네예.'
"한 단에 칠천 원인데, 심고 남으면 그냥 반찬 해 먹으면 되니더."
"그라까예?"
생각에는 반 단만 있어도 충분하고 남을 것 같은데, 잘라서 팔지는 않는 것 같으니 그냥 통채로 한 단을 샀다. 텃밭 농부에게는 엄청 많은 양의 모종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남은 건 파전해 먹을 심산으로...
옥수수 모종도 조금 더 샀다. 옥수수는 순차적으로 심어서 따 먹어야 된다 해서 보이는 김에 샀다. 근데, 어디에 심을지 돌아오면서 좀 고민이 되긴 했다. 에라 모르겠다. 땅은 많으니 그냥 잡초 사이에 땅 파서 심어 버리지 뭐...
상추 모종은 더 이상 안 사려 했는데, 올해 상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아삭이상추, 생채상추라고도 하는 그 푸른 녀석이 모종 사이에 보인다. 아, 생채상추 심어놓은 것들이 이제 꽃대가 올라올 때가 되었으니 후대를 준비해야겠다 싶었다. 이것도 사버렸다.
대파를 심었다. 대파를 심으려고 흙을 정리해 놓은 틀밭에 그냥 쪽파 종구나 심어볼까 하다가 결국 제 주인을 만난 셈이다. 쪽파를 눕혀서 심을까 하다가 줄기를 잘라서 하나씩 쏙쏙 구멍에 밀어 넣었다. 잘라낸 줄기는 파전을 해 먹었다. 어린 대파로 파전을 해 먹어도 제법 맛이 좋았다. 한 밭을 빽빽이 채우고도 역시 대파 모종은 절반이 넘게 남았다. 어쩔까나...
올해는 이 생채상추(로메인상추로 알고 있었는데, 모종가게에서는 그게 라벨을 잘못 붙인 것이라고 한다. 생채상추라네... 아직 어느 것이 정확한 이름인지 모르겠다.)가 효자 노릇을 했다. 식감이 참 좋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계속 자란다. 따내도, 따내도 깔끔한 자태를 유지하면서 아직 줄기가 튼실하고 꼿꼿해서 듬직하다. 근데 슬슬 꽃대가 올라올 조짐이 보이긴 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아래 이파리를 수확했다. 이 상추는 이파리가 깨끗해서 슬쩍 물에 한번 헹구면 먹기에도 좋다.
오이는 자라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어느새 처음 달린 아래의 세 개가 한꺼번에 다 자라 버렸다. 하나씩 자라주어야 매일 따 먹는 재미가 있는데, 한꺼번에 세 개를 수확하면 그다음엔 며칠이 비어 버린다. 오이 모종들이 올해는 아무래도 이상한 현상을 보이는 것이 성장 속도의 차이도 심하고, 대부분이 말라 버려 몇 개 안 남았다. 아마도 4개 정도가 끝까지 유지될 것 같은데, 성장 속도의 차이가 커서 수확을 시작한 한 줄기 외의 다른 것들은 아직은 꽃이 피기 시작하는 정도이다. 물론 첫 열매를 수확한 이후로는 비슷하게 성장을 할 것이지만 첫 열매가 오기까지의 성장 속도 차이가 왜 이렇게 심하게 나는지 알아내는 것도 초보 농부에겐 숙제이다.
애호박은 매끈하니 길어져야 먹기도 좋은데 왜 이렇게 짤막 뚱뚱해지기만 하냐고?
호박 줄기는 눈에 띄게 성장을 하고, 언제 벌들이 왔다가 갔는지 수정도 알아서 척척 잘 되는데, 자라는 모양새가 좀 맘에 안 든다. 이것도 내가 뭘 잘못한 탓이겠지? 또, 숙제거리를 안았다. 왜 이럴까?
지난 6월 2일에 파종해서 올라온 새싹들은 모두 매끈하게 세상에 나왔다. 파종한지 10일 정도가 지나니 떡잎 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낸 본잎만으로 각자의 개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어 눈으로도 품종의 구분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여름꽃상추는 생각보다 발아율이 낮다. 이건 또 왜 이럴까?
오크라는 큰 키로 성장하는 품종이라고 하니 살짝 떡잎만 벌어진 모종부터가 크기가 남다르다. 오크라, 너희들의 맛이 기대된다.
공심채는 떡잎부터가 남 다르다. V자 모양의 떡잎은 처음 보네... 너희들도 처음 만나니 참 반갑다.
루꼴라는 한번 모종을 키워 봤다고 모양새가 벌써부터 익숙하다. 루꼴라의 성장세는 상추를 뛰어넘는다. 발아율도 꽤 높아서 둘씩 채워 넣은 것들은 고스란히 발아를 했다. 이번엔 루꼴라의 맛을 제대로 볼 생각이다.
감자 수확 후를 대비해서 6월 12일에 서리태를 모종판에 파종했다. 작년에도 발아율은 좋았는데, 성장하면서 양분이 부족했는지 열매의 크기가 작은 것이 흠이었고 벌레의 침범을 받은 것도 많았었다. 올해는 친환경 방제를 해주마...
매리골드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다. 너무 무성하다 못해 엄청난 개체수를 자랑해서 당근에 나눔을 시작했다. 이웃들에게는 벌써 많이 나누었지만 그걸로는 소진을 시키기 어려워서 당근에 올렸더니 지금까지 8분이 신청을 했다. 강화도에서 펜션을 하는 누나에게도 한 박스를 담아서 보냈다. 논 한 마지기에는 충분히 심을 수 있는 양이지만 아마도 그만큼 심을 공간이 없을는지도 모른다. 이웃과 나누어서 널리 퍼뜨려 주기를...
* 아, 오늘 당근 이용자들의 무매너한 태도를 처음 경험했다. 나눔을 한다니까 신청을 해놓고 노쇼를 한 이가 5분이나 된다. 그 흔한 취소의 챗도 하나 안 보낸다. 싸가지들...
* 가까이에 있는 여고의 교장 선생님이 당근으로 나눔 신청을 했다. 선생님 몇 분이 물통을 4개를 들고 오셔서 매리골드 모종을 가득하게 담아 갔다. 여학생들에게 매리골드 꽃을 피워서 보여주고 싶으시다고... 멋진 선생님들이시다.
기생초
양남에 살 때부터 가까이에 있던 기생초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 추억에 함께 하는 꽃이다. 그때는 너무 무성해서 잡초처럼 여겨지더니 이젠 기억 속의 꽃이 되어 새롭게 다가온다. 올해부터 번식시키기 위해서 집 마당에서 퍼왔는데 이제 서서히 번식하기 시작한다. 원래 번식을 엄청나게 잘하는 꽃이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내년엔 더 많이 피어날 것 같다.
루드베키아
루드베키아도 양남에 살 때 주변에서 흔했던 꽃이다. 한동안 가까이에 없었는데 역시 오랜 시절의 추억이 있는 꽃인지라 다시 피워본다. 지난겨울에 씨앗 한 봉을 사서 겨울을 나고 이젠 제법 튼튼하게 자라나고 있다. 루드베키아도 내년에는 많이 무성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앵두
손님들이 오셔서 앵두를 따 먹고 싶다길래 많이 따보라고 했다. 조금만 남겨두고 모두 땄는데 다 먹지를 못하고 남기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