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자라는 방울토마토, 애호박 그리고 오이
어느 날, 유 선생이 그러더라. 토마토 잎을 함부로 따면 안 된다고...
낭패네. 방울토마토 아랫 잎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두세 개씩은 정리 차원에서 제거를 했는데, 토마토들에게도 어떤 법칙이라는 것이 있단다. 사실 이파리들을 그냥 둬도 되는데 예전에 친구가 해준 말이 생각이 났었다. 늘 방치해 두던 방울토마토 이파리를 올해는 좀 부지런 떨어본다고 손을 대보았다. 그게 토마토의 성장에 지장을 준 셈이다.
토마토는 아랫잎이 7장이 달린 후에 첫 화방, 그러니까 꽃이 맺히고 그것이 열매가 되는 가지가 나오게 되고, 그 이후부터는 3장 간격으로 화방이 달린다네. 밭에 있는 방울토마토 이파리들을 세어 보았다. 화방은 내가 제거한 이파리 이후에 이파리가 7~8장이 나온 후에 달리기 시작했다. 왠지 화방이 올해는 좀 높게 달린다 싶었다. 유 선생의 이론대로라면 섣부르게 이파리를 일찍 제거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전체(라고 해봐야 10그루이지만)를 확인해 보니 거의 그런 것 같았다. 게다가 토마토의 키가 중간쯤에서 성장이 느려지는 느낌이다. 더 자랄지는 아직 더 기다려 봐야겠지만 왠지 그런 것 같다.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은 이파리를 섣부르게 일찍 제거하면 화방이 그만큼 더 높게 나온다는 사실...
이파리를 따주는 기본 원칙은 이렇다.
오래된 잎은 따준다. 오래된 잎은 그늘을 만들어 열매가 익는 것을 방해한다. 병충해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토마토는 열매 줄기의 위아래 잎이 열매의 성장을 도와준다. 그러므로 열매가 비대를 마쳤다 싶으면 그때 위아래의 이파리를 제거해 줘도 된다. 물론 기능을 못하는 시든 이파리는 일찍 제거해 주어도 된다.
화방은 이렇게 달린다.
7장의 잎이 달린 후 첫 번째 화방이 달리고, 이후부터는 3장 간격으로 화방이 달린다.
3번 화방이 달릴 때쯤이면 잎이 15장 이상이 달린다. 노화된 잎을 아래에서부터 따내어 주되 최소한 12장 정도는 유지해 준다.
그래, 세상 일이 다 그렇지만 원래부터 타고난 감각이 탁월한 분야가 아니라면 무조건 배워서 요령을 익혀야지 제대로 한다는 사실을 텃밭에서도 늘 느끼게 된다.
애호박은 하루에 한 뼘 정도로 줄기가 자라는 단계에 들어섰다. 무섭게 자란다. 열매도 제법 눈에 띄게 성장을 한다. 아직은 수확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수확을 시작하면 두 개의 애호박에서도 거의 매일 하나씩 따내야 될 정도가 될 것이다.
오이는 아직도 제대로 자라는 것이 드물다. 지금까지 대략 15개 정도의 모종을 심었는데, 자라 올라온 것이 3개밖에 안된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아직 모르겠다. 작년에 던져두었던 오이에서 발아한 싹들이 뒤늦게 몇 개 올라와서 그나마 그것들로 보충은 될는지 모르지만, 모종들이 자꾸 말라죽는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조금 답답한 느낌. 하지만, 이 정도면 필요한 만큼의 오이를 수확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수준이다. 작년에 10개의 모종으로 너무 오이가 많이 달려서 열심히 먹느라 고생을 하긴 했다.
셀러리가 발아했다!
4월 30일에 셀러리 씨앗을 모종판에 파종했는데 한 달이 넘어도 아직 소식이 없어서 포기했다. 5월 30일에 키친타월에 물을 적셔서 셀러리 씨앗을 파종해서 발아가 되는지를 지켜보기로 했다. 5일이 지나도 반응이 없어서 포기하려고 하는데 6일 만에 발아가 되었다. 일단 모종 포트로 옮겨서 계속 관찰해 보기로 한다.
6월에 파종하면 좋다는 작물 4가지를 모종판에 파종했다. (6/2 일)
오크라, 공심채는 먹어보지도 않은 것이지만 매력이 있어 키워보기로 했다. 루꼴라는 밀식 탓에 맛만 보고 꽃이 피어 버려서 입만 버렸다. 그래서 다시 도전...
이제 겨울 상추도 수명을 다해가고, 한창인 로메인상추와 꽃상추는 곧 수명을 다할 터이니 작은 모종들을 다시 사이사이에 심어 놓았지만 올해는 여름에 강하다는 여름 상추로 여름에 제대로 상추 수확을 유지해야겠다. (6/5 사흘이 지났는데, 루꼴라는 벌써 앙증맞은 싹이 올라온다. 여름상추도 싹이 한두 개는 보이는 걸로 봐서 그다음 순서는 여름상추인 것 같다.)
흑하랑의 또 다른 모습
흑하랑은 성장을 하면서 다른 상추와 두 가지의 다른 면모를 보인다.
우선,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첫 파종을 했던 흑하랑은 성장이 엄청 빨라서 키가 쑥 자랐다. 꽃대도 거의 다 나왔다. 흑하랑을 파종하던 시기와 비슷하게 모종으로 심었던 로메인상추의 키와 비교한다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물론 로메인상추는 아직도 왕성하게, 알차게 수확을 하고 있다. 흑하랑은 지금 보이는 이파리들이 마지막 수확이 될 것이다. 그러니 대략 세 차례 정도 수확을 한 것 같은데, 벌써 마지막을 보이고 있다.
또 하나는, 모종판에서 이식할 시기를 놓친 흑하랑은 모종판에서도 왕성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물론 모종판을 상토가 깔린 틀밭 위에 놓아서 모종판의 아래 구멍 사이로 뿌리가 깊게 내리긴 했지만 다른 상추와는 달리 모종판 안에서도 대가 엄청나게 굵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왕성한 성장세를 보이는 흑하랑의 특성을 여기서도 확인한다. (아래 사진, 놀랍게도 모종판에 있는 모습이다.)
망종화
망종이 6월 5일이다. 망종 전에 보리도 베야 하고, 모내기도 마쳐야 한다네. 봄에 뿌리는 씨앗들도 대개는 이 시기 이전에 파종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씨앗을 뿌려야 할 마지막 시기를 알려주는 절기인 것 같다. 망종화도 이름 그대로 망종 며칠 전부터 피기 시작해서 망종이 오면 본격적으로 개화를 한다. 참 신기하게도 해마다 그 시기를 잘 맞추는 꽃이다.
백합
3가지 종류의 백합이 꽃대를 모두 올렸다. 그중에서 진한 오렌지 빛깔의 백합이 가장 먼저 피었다. 아마도 품종명이 ‘매트릭스‘였지…
인디언 블랭킷
우리말로는 천인국(天人菊)이라고 하는 인디언 블랭킷도 꽃을 활짝 피웠다. 아주 오래전에 아내의 지인이 영국에 다녀오면서 사와 선물한 씨앗을 마당에 뿌려서 아직도 해마다 꽃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올해는 좀 더 번식을 시키려고 작년 꽃씨를 받아서 뿌렸더니 조금 더 번식을 했다.
영어로 쓰는 이름은 많다. 게일라디아(Gaillardia), 파이어휠(Firewheel), 인디언 블랭킷(Indian blanket), 인디언 블랭킷플라워(Indian blanketflower), 선댄스(Sundance) 등...
꽃말이 참 좋다. '단결', '협력' 그리고 '영원한 행복'까지, 모두 좋은 꽃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