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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싹지기 Jun 15. 2024

남파랑길 7구간 : 길이 어찌 다 좋을 수 있으랴만

경남 창원시/제덕사거리~장천동상리마을입구/11.0km/4:00/쉬움



- 시점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제덕동 868-3 (제덕사거리 우대감네 식당 앞)

- 종점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장천동 159-2 (상리마을 정류장)


두루누비 사이트에서 가져온 코스의 기본 정보입니다. 저의 남파랑길 걷기는 구간별로 경로 중심으로 정리를 하면서 주요 포인트에 대한 간단한 느낌을 적습니다. 지나온 경로를 기억하기 위한 용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교적 짧은 두 구간, 오후에 다음 구간을 이어간다


제덕사거리의 6구간 종점이자 7구간 시점에 식당이 하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식당은 보이지 않는다. 갈비탕을 선택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한 구간을 걸었던 탓에 잘 먹지 않던 간식도 먹었지만 늦지 않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운이 하나 맞은 셈이라고 생각했다.


땀을 식히고 점심을 먹고 나오다가 원두커피머신이 있길래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식당 커피를 한 잔 챙겨서 나와서 잠깐을 더 쉬었다. 바깥에는 별로 앉아서 쉴만한 곳이 없어서 그냥 화단 귀퉁이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쉬는데, 와~ 커피는 정말 맛이 없었다. 대충 먹다 버리고 내가 챙겨간 더치커피를 조금 더 마셨다. 두 커피 간에 엄청난 맛의 차이를 느끼면서, 괜히 자판기 커피를 선택해서 점심 잘 먹고 입맛만 버렸다 싶은 생각을 하면서 다시 오후의 걷기를 시작했다.


7-1 제덕사거리에서 명동 끝단까지 3.8km


구간 안내판이 왜 파손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두루누비 사이트의 안내를 참조해 버스정류장을 출발점 삼아서 7구간을 시작한다. (12:40)


바로 앞에 아파트 공사장이 있어서 서둘러 통과하니 자그마한 제덕항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12:50, 0.6km)


이후부터는 살짝 오르막길 이어지는데 길은 가볍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진행된다. 삼포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강은철의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를 만났다. 가수 이혜민이 지은 전통가요풍의 노래인 '삼포로 가는 길'은 예전에 방송을 뻔질나게 타던 곡이었다. 폴 사이먼의 컨트리풍의 곡을 잘 부르던 그에겐 어울리지 않았던 곡인데 노래가 워낙 쉽고 친숙한 데다, 가장 일반적인 우리 가요의 풍을 담고 있어서 많이 히트를 했던 곡이다. 그 삼포가 여기였어? 이혜민은 이 마을의 무엇에 그리 매력을 느꼈을까 궁금하다. (13:05, 1.6km)


길은 마을로 들어가질 않는다. 조금 더 걸어가니 마을로 들어가는 다른 입구가 있다. 이 코스는 짧은 편이어서 마을을 통과해서 길이 이어지도록 해도 될 것 같은데, 왜 그냥 이렇게 멋없고, 단순하게 길을 만들었을까, 살짝 불만스러운 느낌이 든다. (13:11, 2.1km)


조용한 산길도로를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넓은 도로로 이어지는데 여기가 명동의 입구이다. 멀리 바다 쪽으로 전망대 같은 것이 우뚝 솟아 있는데 그곳이 진해해양공원이다. 또 길은 이곳도 안 들르고 그냥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그래서 멀리에서 진해해양공원이 있는 음지도를 보면서 지나친다. 왜 그냥 지나치도록 경로를 만들어 놓았을까? 음지도는 멀지 않아서 한 바퀴 돌아서 나오면 그나마 이 구간을 걷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13:20, 2.7km)


이번 걷기를 시작한 지 사흘째 인지라 발바닥에 불편한 느낌이 온다. 어디엔가 물집이 자리한 느낌이 오면 내리막길보다는 가벼운 오르막이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진다. 아래 종아리의 근육도 내리막길에서는 살짝 통증이 느껴진다. 명동 입구에서부터는 제법 넓은 차선이 많은 도로이다. 이런 길은 걷기에 비교적 좋지 않은 구간이다. 명동의 끝단에 도착했다. 길은 넓은 도로변을 벗어나서 안쪽길로 방향을 바꾼다. (13:35, 3.8km)


[구간 요약]
제덕사거리에서 제덕항, 삼포마을 입구(노래비), 명동마을 입구를 거쳐 마을의 끝단까지 오는 3.8km는 대부분 조용한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어서 평이한 편이다.


7-2 명동 끝단에서 행암동까지 4.2km


도로를 벗어나 조선소가 있는 안쪽길로 들어서면 주변엔 온통 조선과 관련된 산업체가 있어서 많이 시끄럽다. 그러고 보니 저 쪽 바다에 엄청 큰 화물선이 보인다. 제법 큰 규모의 조선소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약 1km 정도를 걸어가니 K조선 정문이 나온다. 'K조선'이라는 회사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13:47, 4.8km)


K조선 정문을 지나면서 길은 K조선의 외곽으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서 한 바퀴 돌아나가도록 되어 있다. K조선 정문에서 직진하다가 좌로 돌아들면 산길도로가 이어진다. 차량의 통행이 거의 없고 조용한 길이긴 하지만, 통행로의 상태가 좋지 않다. 갓길에 잡초도 많이 자라고 있다. 왜 이런 외곽도로는 관리를 하지 않고 있을 것일까? 우리나라 행정기관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지금까지 걸으러 다니면서 도심과 외곽, 눈에 잘 띄는 곳과 잘 띄지 않는 곳에 대한 관심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느낌을 항상 들게 한다. 


이런 이야기를 가끔 사람들에게 하면 돌아오는 반응들이 재미있다. 

'안 보이는 곳에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당연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한 것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새로움은 없어지게 된다. 길에서도 느껴지는 이런 문제점은 어딘가에는 그렇지 않은, 말하자면 잘 관리되고 있는 곳도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 세상에 이런 차이가 존재하고, 무엇인가에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면 우리는 당연하다는 말을 남발하고 그것에 적응을 해버리게 되는데, 그건 어쩌면 제대로 된 사례를 체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 프랑스 외곽의 마을을 여행할 때 받은 느낌은 신선했다. 그곳에서는 여행자라고는 아내와 나, 딸랑 둘 밖에 없던 한적한 시골길임에도 우리가 가는 길을 청소차량과 장비가 지나다니면서 노변의 잡초들을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고 있었다. 아예 그런 작업을 하는 전용트럭도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그 작업하는 모습에서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외곽지라고 해서 미관상의 문제점을 그냥 버려두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물론 굳이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더라도 노변이 정리되어 있는 모습만 봐도 그런 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들은 많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막상 쉴 곳이 없다. 이런 큰 산업체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다. 짜증 날 정도로 큰 시설들이 어느 지역을 점령하면서, 그 때문에 길이 이렇게 외곽으로 돌아가게 하면서도 주변 정리는 거의 하지 않고 있고, 그게 인근 주민들에게도 얼마나 피해를 끼치는 지를 무시하고 경제적인 가치만 추구하는 것이 우리나라 산업체의 현실이다. 산업체의 시설들은 항상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그걸 잘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모두 원가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도 시설 내부의 공장과는 한참 떨어진 거리에 있는 외곽 도로를 걷고 있는데도 페인트 냄새가 머리를 살짝 아프게 할 정도이다 이 피해는 다 누가 받는 것인가?


결국 쉴 곳이 마땅찮아서 풀이 우거진 버스정류장의 벤치에 앉았다.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페인트 냄새를 맡으면서 앉아 있다 보면 폐 속에 페인트가 가득 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리가 불편하다 보니 잠시 숨을 돌리고 물만 마신 후에 다시 길을 나선다. (14:08~16, 6.2km)


조금 더 가면 왼편으로 수치마을로 들어가게 되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조선소 담장을 돌아 나오던 길은 끝이 난다. K조선 기술훈련원이 있는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산길도로가 이어진다. (14:24, 6.9km) 산길도로의 좌우로 커다란 벚나무들이 이어진다. 그렇지, 여기는 진해이니 벚나무가 길가에 늘어선 것이 당연한 풍경이지. 벚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진하게 푸르른 이파리들이 품어내는 향긋한 내음들 때문에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벚꽃이 필 때쯤이면 굉장히 보기 좋은 풍경을 연출하는 길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이 길도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대부분 완만하게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왼편 해안 방향으로 숲이 우거져 있어 가려져 있지만 군부대가 있고 길의 중간 무렵에 군부대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있다. 이 길의 끝에 다다르면 오른쪽으로 행암동 해변으로 이어지는 짧은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14:40, 8.0km)


[구간 요약]
명동 끝단에서 수치마을 입구까지의 2.1km는 조선소 주변을 돌아나가는 길이어서 평이한 편이고, 수치마을 입구에서 행암동 해변까지의 2.1km는 조용한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지만 벚나무 아래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느낌이 있는 길이다. 


7-3 행암동에서 장천동 상리마을 입구까지 3.1km


행암동 해변은 작지만 아기자기한 횟집들과 카페가 있고, 바다 쪽의 경관이 괜찮다. 앞쪽에 철로가 가까이 있어서 재미있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 


소공원처럼 꾸며진 행암항의 해변 풍경을 보면서 걷다 보면 철로를 넘어서 진해항 제1부두로 이어지고 그 끝에서 해안에 연한 도로는 끝이 나고 창천동 사거리로 이어진다. (15:10, 10.0km)


창천동 사거리에서는 우측 방향으로 아파트 단지를 따라서 가다가 창천초등학교를 지나 시골길로 접어든다.


이 구간의 마지막 부분은 상림마을을 지나는데, 마을길을 조금 가파르게 올라가면 오르막길은 진해대로로 이어지고, 진해대로를 만나는 그 지점에 있는 버스정류장이 이 구간의 종점이다. (15:28, 11.1km)


[구간 요약]
행암동 해변은 조용하게 쉬어가기에 좋지만 짧게 지나가고 그 이후에는 도로를 따라가는 한적한 길이  이어지는 2.0km 정도의 평이한 길이고, 마지막 부분은 아파트단지를 통과해서 마을 뒤편으로 올라가는 1.1km의 한적한 길이다.



잠시 앉아서 발을 쉬어주면서 시점으로 회귀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시점인 송정공원 근처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시간 정도를 걸려서 회귀를 했다. 이 정도면 비교적 편한 회귀 코스인 셈이다. 


'길을 걷다 보면 어찌 모든 길이 다 좋을 수가 있겠나' 싶은 생각을 들게 한 길이다. 어릴 적에 사회 시간에 처음 들었던 임해공업단지라는 용어를 생각나게 하는 길이었다. 조선소를 돌아나가는 길이 가장 뇌리에 박힐 만큼 그냥 단조로운 길이었다.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를 보면서 삼포마을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행암해변 정도가 볼만한 곳이었다는 것 외에는, 그냥 코스를 이어가기 위해서 만들어진 길이라는 느낌만 준 구간이었다. 다시 언급하지만 삼포마을로 들어가지도 않고, 진해해양공원도 멀리서만 보고 지나가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아쉬웠던 구간이다. 


일정 요약

일시 

2024년 5월 11일(토)

시점 출발 / 종점 도착 / 소요 시간  

오후 12시 40분 / 오후 3시 28분 / 2시간 48분

주요 경로

제덕사거리 - 제덕항(0.6km) -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1.6km) - 삼포마을 입구(2.1km) - 명동마을/진해해양공원 입구(2.9km) - 명동마을 끝단(3.8km) - K조선 정문(4.8km) - K조선기술훈련원(6.9km) - 행암동 해변(8.0km) - 창천동 사거리(10.0km) - 창천동 상리마을 버스정류장 (11.1km)

도보 거리

11.1km

난이도

'쉬움' 수준

주차

송정공원 옆길

숙소

해당 없음

남파랑길 도보거리 누적

117.9km (실제 126.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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