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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든 타인들의 타향

서울에서 쫓겨나지 않고 사는 것이 소원에서 쫓겨나지 않고 사는 것이 소원

by 다올 Mar 07. 2025

원문장

내 고향 서울은 이제 아무의 고향도 아니고 모든 타인들의 타향이다.

연필로 쓰기-김훈-


나의 문장

나의 고향은 서울이다. 고향이라고 하면 보통 실개천이 흐르고, 철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는 곳을 떠올리지만, 나의 고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시, 서울이다.

대학생 때부터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살기 시작했고, 어느새 서울에서 보낸 시간보다 지방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어졌다.

작가 김훈은 그의 책에서 서울을 "이제 아무의 고향도 아니고, 모든 타인들의 타향"이라고 표현했다. 정말 그렇다. 서울은 누구에게나 타향이다. 한때 TV에서 서울 토박이를 찾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을 찾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결혼 전, 아직 어린 시절부터 나는 시골살이를 꿈꿨다. 그리고 결국 꿈처럼 시골에 정착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별 소원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에서 사는 것이 왜 소원이 될까?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내가 시골을 동경했던 것처럼, 평생 지방의 소도시에서 살아온 딸에게는 서울살이가 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딸은 대학 졸업 후 마침내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요즘 서울에 사는 젊은이들의 소원이 뭔지 아세요?"

"소원? 뭔데?"

"서울에서 쫓겨나지 않고 사는 거."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쫓겨나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그러다 신문에서 한 기사를 읽었다. 뉴욕에는 '뉴요커', 파리에는 '파리지앵'이 있듯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서울러'라고 부른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고, 트렌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제야 딸의 말이 이해되었다.


딸은 보증금 삼천만 원에 월세 팔십만 원짜리 여덟 평 원룸에서 살았다. 매달 월세와 보증금 대출 이자를 합쳐 백사십만 원을 꼬박꼬박 내야 했다. 그렇게 2년을 버틴 끝에 결국 서울을 떠나 인천으로 이사했다. 방이 아닌 집을 얻었고, 서울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쫓겨나지 않고 사는 것이 소원이었던 딸은 결국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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